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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한 모금 삼키면 사라진다.

커피는 여운이 남지만, 사람은 남지 않을지도?

by Seren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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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시간은 대략

20-30초가 정석으로 여겨진다.

이 시간은 짧기도 하지만, 말을 한다면

꽤나 긴 시간으로 느껴진다는 경험이 있다.

추출이 진행되는 동안 수만 가지의 변수와

어떻게 내릴지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내려진 커피가 어떻게 다가갈지 생각한다.

그렇게 내려진 커피는 결국 평가를 받고

스코어, 서브를 나갈 수 있는지, 맛이 어떤지 등

누군가에게 최선인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각자의 시선에서 시간을 쓰는 과정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커피는

가지고 있는 특성에서 신맛을 먼저,

단맛을 가져오고 쓴맛을 남기는 구성을 보여준다.

그 맛을 토대로 소위 ‘플레이버, 컵노트’라는

커피에서 느껴지는 맛과 향을 매칭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짧은 순간에 강렬함을 주는

에스프레소가 나에겐 가장 좋다.


내가 바라보는 삶에 있어서

만나는 관계에 있어 비슷한 면이 많기 때문이다.

내리기 전에 생각과 추출되는 양상을 보면서

짐작하고 판단하고 결과가 나와서 마셨을 때,

다음을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닮았다.


매번 놓치는 관계에 지치기도 하고

다가오는 여러 감정은 무겁기도 하며

그걸 승화하려고 할 때,

나 자신은 날아가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추출에 있어서도

매 순간 소위 ‘갓 샷(God Shot)’은 없다.

한 번에 좋은 커피를 내릴 순 없지만,

이 짧은 순간에 여러 가지 감정이 스쳐가고

결과가 좋지 않을 땐 다음을 준비하며

다시 한번 다잡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쓰고 달고 남겨진 여운은 오롯이 내 것,

어떤 결과든 ‘다시’해야 하는 일이니까.

아쉬움도 결국 내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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