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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요즘 내 기분을 모르겠다면?

그럼 움직이고 커피 마시면 조금은 나아지더라

by Seren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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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가 시작되기전,

한 주 동안 열심히 일했다.

생각보다 많은 물량의 주문을 받고

이전엔 발주를 넣던 입장에서

반대로 주문을 받아

준비하는 입장으로 있으면서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게 찾아온 연휴,

날씨가 시작부터 비였다.

하지만 어디론가 가고 싶다는 마음과

눈여겨보던 팝업이 있어서 서울로 향했다.


그전에 엄마가 서울에 일이 있으셔서

신촌에서 만났다.

모처럼 국밥을 먹으면서

서로의 근황을 묻고 뻔한 스토리지만

서로 밥값을 내겠다며 아주 옥신각신하기도 했다.


물론 내가… 안 냈다(?)


엄마는

화를 정말 안 내시지만,

본인이 사겠다 하시면 꼭 사야 해서

(이전에 가끔 밥값 몰래 내고 혼난 적이 있다.)

그래서 사주시는 걸 맛있게 먹었다.

(이게 효도..)


그리고 말씀하시는 게,

곧 생일인 내게 맛있는 거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셨고,

나는 괜찮다 정말 진짜! 라고 하며

본가로 내려가시는 길을 배웅해 드렸다.


사실 개인적으로 생일은

정말 인색한 편이다.

당연히

축하받고 좋은 시간들을 보내면 좋지만,

생일을 음력으로 챙기는 바람에

예전부터 주변에서 양력으로 챙기라고 말했었고,

그래서일까? 대부분 내 생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도 부모님과

매년 생일날 12시가 되면

연락 주는 친구가 있어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무튼 그렇게 신촌에서 홍대로

옮겨 팝업장소에 가고

오랜만에 만나는 대표님과 인사 후,

이직한 사실과 오늘의 첫 커피를

맛있게 먹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

안부를 여쭙고 커피를 기다렸다.

정형과 비정형

이라는 타이틀의 행사였고

국가대표 바리스타와

청각장애인 바리스타 챔피언,

하나의 공간에서 커피를 만들어 내는 행사였다.

우리는 일상에서

시각과 청각이 공존하고

미각과 촉각이라는

두 가지의 감각들까지 사용한다.

만약 이 감각들에서

하나라도 상실한다면 불편함을 견디기가

사실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커피를 배울 때

“맛과 향”을 구분하는 방법은 이랬다.

코를 막고서 느껴지는 “맛”을 먼저 익히고

그다음 코를 열어서 “향”을 인지하는 것을 배웠다.

딸기맛.. 은 사실 딸기 향인 것이고

우리가 연상하는 어떤 맛이라고 하는 것은

대부분 향으로 느낀다.


신맛 단맛 쓴맛 짠맛 감칠맛


이 5가지에서

우리가 경험을 통해서 얻은

향들이 더해져 맛으로 느끼고

지칭하게 되는 것이 사실 맞다.


이 날 행사의 테마, 주제에 대해 듣고 느낀 것은

감각을 하나 잃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사실 커피를 하는 데 있어서 청각은 필요하지만,

맛을 내고 보는 영역에 있어서

미각 후각 촉각에 감각으로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

그래서 내려주신 커피를 마실 때도

공간에서 주는 고요한 느낌과

복합적인 커피의 느낌이 잘 어우러지고

외려 다소 낮은 음악볼륨으로 인해

추출하는 모습과 내려지는 커피 향,

온전히 담긴 컵에 집중을 할 수 있었다.


열대과일들의 향과 맛이 느껴지고

배경으로 깔리는 허브의 향과

과일의 향이 입안에서 계속 남으며

긴 여운을 만들었던 아주 맛있었던 커피였다.


근래 자꾸 생각이 많아서

“이걸 지워내고 싶은데?”라는 마음이

아주 그득그득했다.

다만 이 행사에서 느끼고 나온 후,

가까운 카페를 달려가서 커피를 마시고

그 공간에서 예상 못한 좋은 일과

바리스타님의 배려를 받는 일로 인해서

온전히 커피가 맛있던 날로 남았다.


내 기분을 모르겠다면

그냥 움직이는 일이 다른 일로

전환시켜 준다고 생각한다.


기분은 늘 구겨지기도

아니면

아주 빳빳하게 펴지기도 한다.


그만큼 감정이라는 것은

단순하면 좋지만 생각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럼 가만히 있는 게 좋을까?

나름의 전환이 가능한 방법이 있다면 좋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움직이고 커피를 마시거나 또는

여러 다른 일로 전환하며

환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잠들기 전 기분을 좋게 만들어 놓으면

그날 하루는 기분 좋은 날이 되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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