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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독특하고 선명한 수단루메

가장 좋아하는 커피 그리고 기억 속 커피

by Serene Choi

콜롬비아는

중남미 : 센트럴 아메리카로 알려진 위치로

주요 커피 생산국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생산국과 달리,

이 나라의 역사이자 특징이 있다면

아무래도 품종에 대한 관리랄까?

여러 품종 중에서도 "아라비카"품종을

국가에서 지향하는 품종이자

관리차원에서 재배를 했던 나라이다.

[커피의 3대 품종]
"아라비카 : 로부스타 : 리베리카" 3가지가 주로 생산되고 보급되며, 어떤 커피에 사용되냐에 따라서 쓰임에 차이는 있다.
ex) 아라비카 : 카페, 커피전문점
로부스타: 믹스커피, 블렌딩커피


현재 다양한 커피와 품종이 시장에 드러나면서

커피에 대한 개인의 취향이 보다 명확해지고 있다.


"수단루메"


나에게 가장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선호도 최상에 위치한 커피의 품종 이름이다.

조금 풀어서 커피를 들여다보면

어떤 곳에서 어떤 형태로

커피가 만들어졌는지 나와있다.

콜롬비아(나라)

카페 그랑하 라스마가리타스(농장, 위치)

수단루메(품종) 그리고 내추럴(가공)

이렇게 긴 형태로 풀어서

커피의 총이름을 알 수 있다.

"스페셜티 커피"라고 하는 형태의 커피는

정보가 다양하고 명확하기에

역추적이 가능한 커피라는 점,

이것을 풀어서 말한다면

우리가 마트에 가거나

어떤 물품을 소비할 때

생산자의 이름 또는

생산된 곳의 이름이 있어서

정보가 확실하고

신뢰가 있다면 역추적이 가능하며

직접 구매도 가능한 커피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마트에 가면 볼 수 있는 로컬마켓 같은!)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에 위치한 곳인

카페 그랑하 라스마가리타스

농장을 알게 된 계기는

이전엔 그저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곳!

하지만 작년 2월 대회 심사를 하면서

선수분이 시연 때 사용하셨던 커피였고,

매장 로스터로 근무하며

다음 라인업을 구상하며 선택할 때

만났던 커피였다.


그때 하나의 커피를 완성하기 위해서

로스팅 QC부터 쉽지 않았고

잘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컸다. 진짜.

로스팅 이후 추출세팅과

이 커피를 설명하기 위한 정보를 모으며

같이 일하던 팀원분들께 공유했던,

그만큼 열정과 진심을 담았던

하나의 기록이 담긴 커피다.


커피의 흐름에서 스페셜티 커피가 등장하여

보다 좋은 품질의 커피를 찾게 되는 시장이 생겼고

그 이후로는 '가공방법'에 대한

각 생산국에서의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기존 커피들에 비해서 복합적인 향미를 가진 커피는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왔고,

그로 인해서 가공방식이 다양하게 만들어졌으며

좋은 일도 다소 아쉬운 일도 생겼다.

하지만 지금의 흐름을 마주해 보면

커피에 있어 "발효"라는 과정을 발전시키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많은 커피를 선보였던 나라는

바로 콜롬비아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파라이소 92라는 농장이 있다.

그 농장주가 가진 철학과

가공에 대한 진심을 듣고

"원재료를 보다 좋은 결과물로

만들어내고 싶어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었고,

원재료를 잘 가공한다는 것은

로스팅 이전에

생산지에서도 세심하게 다루고

신경 쓰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인스타 스토리에

번역기 돌려고.. 영어 문장을 써서

농장주분께 내 생각을 전달을 했고

맞팔(?)을 하게 되는 결과를 얻었다!

(만세)


다시 돌아와서

카페 그랑하라는 큰 농장 안에

고도별로 나눠서 여러 가지 농장이 또 나눠지는데

그 농장 중 하나가 1600~1850m에 위치한

바로 '라스 마가리타스'이다.

그리고 이 고도에 위치한 농장에서

'수단루메'가 재배가 된다.


수단루메라는 이름을 풀어보면

수단(=지역) 루메(=빛)이라는 뜻이 있기도 하다.

에티오피아 옆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수단지역에서 발견된 커피이며,

루메는 빛을 세는 단위인 '루멘'이라는

단어에서 착안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직역하면

'수단의 빛'

이라는 뜻이 이어질 수 있다.


정말 꽃 같은 향기와 과일의 느낌,

부드러운 초콜릿을 연상하는 맛과

복합적인 향을 가진 품종이다.

다만 한 그루 나무에서 생산되는 개채가

적기에 생산량이 많은 커피는 아니며,

커피가 재배되는 부분에서

가장 큰 적인 2가지 질병 중,

열매가 썩는 질병에 취약하다.

(커피베리병!)

그래서 재배에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가지고 있는 향미가 특별하여

다른 품종과 결합하여

새로운 품종을 개량할 때 쓰이기도 한다.


특히 이 농장이 위치한 지역의

'떼루아' 적인 특징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커피들도 같은 품종이지만

재배되는 지역에 토양적인 특징을

영향을 받기에 고유 품종의 맛은 있어도

그들만의 특징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특정 농장의 커피를

많이 마신 사람들을 만나보면

어느 품종의 어떤 농장의 커피인지

맞추시는 분들을 종종 보기도 했다.


(대단하다 진심으로... 리스펙)


커피가 가진 희소성과

농장이 정성을 담아내는 결과물,

언제나 내게는

다시 한번 로스팅하고 싶고

추출해보고 싶은 그런 커피이다.


이 커피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고

카페를 오기 전 다소 비슷한 커피를 마셔서

깨끗한 워시드 가공의 커피를 마시고 싶었지만,

못 참지, 이건 내가 좋아하는 커피니까!


그런데

정말 공부가 되었다.


스스로가 지향하는

로스팅/추출이기도 한 부분인데,

내추럴이나 발효가공이 들어간 커피들은

자칫하면 과하게 느껴지는 산미가 표현되면서

다소 부담이 되는 형태로 제공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로스팅을 할 때,

소위 깎는다고 표현하는데,

절제된 형태의 산미를 만들고

단맛을 보존하여

후미가 깨끗하게 부담이 없도록

정제된 커피를 만드려고 노력한다.

근데 그런 커피를 바로 만나서

괜히 신이 났었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매장은 자리가 딱 한자리 있었는데

그마저도 오늘은 되는 날이라고 느끼게 했다.


그로 인해서 나의 커피,

나의 카페투어는 맛있는 커피를 목적과

오롯이 나에게 돈을 쓰는(?)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것,

두 가지를 충족시켜 주었다.


긴 연휴기간 다니면서 느낀 건,

축하를 받는 일들에 감사한 마음이지만

괜한 기대감을 바라지 않게 되어서 좋았다.

누군가에게 기억이 되는 사람이라는 것은

특히 커피를 다루는 사람으로

각인이 된다는 것은

큰 나의 동기부여이자

삶을 지속할 수 있는 방향성을 만든다.


언젠가 들었던 말이 있었다.

자신의 인간관계에 있어서

현타가 왔었다는 말이 있었는데,

누군가에게 편히 대화를 나누고

전화를 할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한 해석은

아, 사람은 있더라도 편한 마음으로

연락하고 지낼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인데

아마도 그런 경험이

최근에 힘들게 했구나 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런 순간들의 연속이기도 하다.

모든 것은 상호적인 것이다.

어느 시기엔 찾고,

또 어떤 시기엔

조용히 사라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소통하며 풀어나갈 수 있는 일들도 있지만,

그러지 못함에서 오는 괴리감과

상실감이라는 것은 분명히 있다.

어찌 보면 지금의 내가

그때 말해준 사람의 상황을

겪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이번에 돌아다니고

글을 쓰면서 느꼈던 큰 변화는

내가 가진 스트레스를

글로 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찌 보면 창작의 단계에서 오는

힘든 점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일들에 대해서

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정돈하는 과정은

현장에서 근무하는 것과

다소 차이가 있을 뿐,

내가 만들어가는 커피를

정제하고 다듬는 것처럼,

글을 써가며 이야기를 다듬고

그로 인해 내가 느꼈던 일상과 삶,

당시 느꼈던 기분들을 해소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일로

승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나아가는 것이

보다 덜 괴롭고 편해진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다양한 커피들이 있지만


다듬어졌을 때,

정제가 된 느낌일 때,

이 라스 마가리타스의

수단 루메만큼,

유니크한 커피는 없었다.


정말 추천 드릴 수 있는 커피고

어디선가 마주한다면

그날 하루는 분명 즐거운 하루,

그리고 새로운 커피를 만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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