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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스틸러 Jun 08. 2017

인연 찾는 길, 제 2장

로또 하듯 인연을 찾아 떠나다.


' 5, 7, 17, 20, 25, 30'


매주 토요일 다섯 시면 여섯 개의 숫자를 머리에 떠올린다.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진지한 순간이다.

이 여섯 개의 숫자는 내가 꿈꾸는 세상으로 가는 길에 든든한 징검다리가 되어 줄 것이다.

나에게는 여섯 개 모두 의미 있는 숫자이다.

단 하나도 놓칠 수 없기에 여섯 개의 숫자가 적힌 종이를 가슴 깊숙이 품는다.  


수차례의 아쉬움이 있었다.

단 하나 또는 두 개의 숫자가 말썽이었다.

여섯 개의 숫자가 모두 같아야 했기에 네 개, 다섯 개의 숫자가 동일한 것은 나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 매주 의미 없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언제 올지 모르는 꿈의 순간을 기다려야만 했고 행복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PM 8: 45

내가 정해 놓은 숫자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숫자 하나하나를 확인하는 순간, 나의 머릿속은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찬다.

섣불리 꿈속에 들어가 행복을 누려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현실은 나에게 오랜 행복을 허락하지 않았다.

모든 숫자가 공개되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깊은 꿈을 꾼만큼 손쉽게 허무함에 휩싸이고 만다.

꿈으로 가는 길을 함께해준 네 개의 숫자보다 꿈을 가로막은 두 개의 숫자만 떠오른다.


모든 것이 다 맞는 것을 찾는 것은 이리도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평생 이루지 못할 꿈일지 모른다.

헛된 꿈으로 가는 길에서 인연을 찾아 떠난 길이 떠오른다.

마음 깊숙이 정해 놓은 많은 조건들에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다녔다.

단 하나도 포기하지 않았고 좋은 점들보다 몇 가지 아쉬운 것들을 통해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나는 어리석게 나에게 어울리는 많은 인연들을 등 돌려 왔다.


종이 위 아쉬운 두 개의 숫자를 가려 본다.

그제야 잊고 있었던 동그라미 쳐진 네 개의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인연을 찾는 데 있어 네 가지면 충분하다.

나머지 부족한 두 가지는 앞으로 함께 맞춰 나가면 되는 것이다.

인연을 찾아 떠나는 길에 두 개의 여유는 가지고 떠나보자.

어쩌면 이미 그대는 인연을 만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소한 두 가지에 가려져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을 뿐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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