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지나 겨울
커튼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햇살은 꽁꽁 얼어붙은 세상을 녹이기에 충분히 따스했다.
조심스레 창문을 열자 좁은 문틈 사이로 새싹의 향기와 풋풋한 온기를 담은 봄냄새가 밀려 들어왔다.
'봄이 왔구나'
기별 없이 찾아온 봄기운에 콩닥콩닥 심장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다.
옷장 깊숙이 숨겨 두었던 가벼운 외투를 걸치고 오랫동안 기다려온 봄에 마중을 나선다.
언제부터였을까?
개나리는 노랗게 물들어 있었고 가로수에 꽃봉오리들은 톡 하고 건들면 터질 듯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봄은 소리 없이 먼저와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내가 봄을 기다리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봄이 만들어준 분홍빛 벚꽃과 노란색 개나리는 어느 화가도 따라 할 수 없을 정도에 아름다운 색감을 표현하고
엄마가 안아주듯 포근한 날씨는 어디론가 나를 떠나게 만든다.
눈이 녹아 흘러내린 시냇물 소리는 귀를 간지럽혀 나도 모르게 잠들게 만들고
푸른 새싹들은 희망에 메시지를 속삭인다.
이렇게 매력 넘치는 봄이 찾아온 것은 좋지만 한없이 좋아할 수많은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름이 찾아오고 봄은 소리 없이 내 곁을 떠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 느끼는 감정은 아니었다.'
누군가 다가와 내 심장을 뛰게 만들었고 나도 모르게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과 함께 있음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했고 그 행복이 영원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역시나 그 사람은 소리 없이 내 곁을 떠나버렸다.
'사랑이라는 것은 봄과 너무나 닮았다.'
춥디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봄이 올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나에게 주고 간 겨울에 봄은 언제 올지 모르기에 그저 춥고 두렵기만 하다.
내 몸은 봄이 왔다고 말하지만 내 마음은 아직 추운 겨울이라 말한다.
글 : 심스틸러
사진 : 여행자 자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