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28일차]더위와 맥주

하아..그리고 캬아!

by 김연필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점심시간에 밥 먹으러 나와 걷던 때가 생각난다. 바람조차 없던 그 시간, 태양빛이 그렇게 뜨거운 걸 느껴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해내지 못 할 정도였다. (이제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전거 여행을 하던 그 시절, 종종 만나보긴 했다.) 피부가 타는듯한 느낌, 이대로 서 있다간 분명 쓰러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회사업무를 마치고 학원에 수업을 받으러 가는 길, 같은 장소에 다시 도착했다. 그 순간, 교통정리를 하고 계신 아저씨 한 분이 눈에 들어왔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더운데 그늘도 없는 아스팔트 도로 한복판에 계신 아저씨, 지나쳐가는 차들이 뿜어내는 열기까지 고스란히 받아내고 계실텐데, 열사병에 걸리시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랬으면 시원한 음료수라도 하나 건네드리고 올 걸 후회가 된다. 어서 빨리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이대에서 홍대까지 걸었다. 이따금씩 바람이 불긴 했지만, 여전히 더웠다. 언제부터인지 몸에 열이 많아졌다. 몸에서 나오는 열이 밖의 열과 피부에서 만난다. 드래곤볼에서 손오공이 기를 모으듯이, 내 몸 주변에 열기운이 화악화악 뿜어져나오는 느낌이다. 백팩과 맞닿은 등은 땀으로 흥건하다. 허리를 바로 세우고 가방과 등사이에 공간을 만들다보면, 척추를 따라 흐르는 땀줄기가 느껴진다. 살짝 바람이 불어오면, 짜릿한 시원함이 찾아온다. 여유롭게 만끽하고 싶은 기분인데, 야속하게 바람은 내 곁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어깨끈이 닿은 겨드랑이부분도 난리다. 하필 오늘같은 날 회색 티셔츠를 입은게 자꾸 마음에 걸린다.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하다.

에어컨 바람이 쌩쌩하게 나오는 방에 들어가 입고 있는 옷을 전부 벗어 던지고는 욕실로 가자. 미지근한 물로 먼저 몸을 가볍게 씻고 찬물로 마사지를 해 주자. 타월로 대충 물기를 훔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미풍으로 선풍기를 돌리고 그 앞에 서서 남아있는 물기가 날아가게 몸을 맡겨보자. 적당히 말랐다 싶으면 냉장고로 가서 냉기를 잔뜩 머금고 있는 필스너를 한병 꺼내자. 맥주잔에 거품이 1cm정도 생기도록 가득 따르고, 단숨에 들이키자. 목안 가득 퍼지는 탄산과 식도를 넘어 몸안을 채우는 맥주의 청량감을 감각을 총동원해 느끼는 그 순간, 그 순간을 오늘 맞이해보아야 한다. 오늘은 그래도 되는 날이 아니라 그래야만 하는 날이다. 안주따위는 필요없다. 집 밖으로 잠깐만 나가도, 다시 맥주 생각이, 맥주 고유의 그 맛과 청량감이 필요해 질 것이다.


내일도 36도인가까지 오른다고 한다.

내일은 불금이기도 하다.

어서 시원한 맥주 마실 약속들을 잡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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