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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고용량항암

솔이의 암치료

by 페넬로페

이틀째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병실에 누워있는 5살 내 아이는 2차 고용량항암 치료 중이다.


그동안 받았던 항암치료보다 5배에서 10배 정도 강력한 항암약을 사용한다는 '고용량항암치료'는 아이의 암세포를 공격한다. 이 과정에서 골수마저 바닥이 나면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아이의 암은 공격당하고 새로운 골수를 만둘어 회복시키겠다는 것인데…


항암약으로 인해 아이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걸 보고 있으니, 지금 이 순간이 암세포를 죽이는 것인지 아이의 생명 자체를 공격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뱃가죽이 등에 붙었다고 하는 표현은 지금 내 아이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닐까...


난 항암치료가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치료 방법인 것 같다. 악명 높은 약품을 몸속으로 투여하여 건강한 세포든 암세포든 모조리 싸잡아 파괴시키고, 암세포는 완전히 파괴되어 가길, 그리고 건강한 세포는 부디 재생하길 기다리는 치료라니...


항암치료를 하는 내내 아이는 자신도 모르는 이유로 고통스러운 몸의 변화를 느끼고, 보호자는 그 옆에서 어찌할 줄 모르며 아이의 파괴인지 되살아 남인지 모를 시간을 견딘다.


이 지독한 항암치료는 항암주사의 종류에 따라 파괴의 정도가 심한지 그렇지 않은지 결정되고, 각 주사약이 갖는 특성대로 아이는 고통을 감내한다. 이번에 투여되는 항암제 티오테파와 사이톡산은 고용량항암에 걸맞게 독하기로 소문난 약이다. 티오테파는 투여하는 내내 피부로 빠져나오기 때문에 계속해서 몸을 닦아주어야 하며, 의료인들은 티오테파를 투여하고 있는 환자에게 다가갈 때 보호장비를 착용한다. 그리고 두 번째 약인 사이톡산은 유독 속을 메스껍게 하거나 구토를 유도하면서 아이가 먹는 것을 방해한다..


1차 고용량항암 때는 항암주사를 맞는 5일과 조혈모세포 이식일까지도 장난을 치거나 이것저것 군것질도 하더니 2차는 1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모양이다. 물 한 모금만 먹어도 구토를 하고 움직일 힘이 없어 그 자리에서 설사를 해버린다.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잠까지...


아직도 하루 더 남은 항암주사 일정과 조혈모세포 이식기간을 이 무균실 안에서 잘 견뎌낼 수 있을까?


하루 종일 한마디 하기가 어려웠던 내 아이가 웃지 않고 엄마를 간신히 부른 후


"엄마 나 좀 자야겠어"


라고 말한 후 다시 잠이 들었다.


지금 이 시기 속에 있는 솔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아프다.


#신경모세포종고위험군 #조혈모세포이식 #2차고용량항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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