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업가가 아니라도 괜찮아
각자의 속도로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기쁨
"원장님. 팔꿈치 통증을 흔히들 테니스엘보우라고 부르잖아요. 그런데 저는 테니스를 안치거든요? 쳐본 적도 없고 칠 줄도 모르는데 왜 이렇게 팔꿈치가 아플까요?"
늘 그렇듯 너스레를 떨었다.
"저도 테니스 안 치는데 팔꿈치가 안 좋아요. 팔을 많이 사용하면 그럴 수 있어요."
"역시. 성공한 사업가는 그냥 되는 게 아니네요. 여기가 XX동에서 제일 좋은 한의원이잖아요. 제가 너무 나약한가 봐요. 하하"
"좋게 봐주시는 거죠. 통증의 강도가 다른 것일 테고요."
내가 무안하지 않도록 한 마디 한 마디 마음 써 주시는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이 내 마음을 울린다.
환자가 많고 분주하기에 무심코 넘길 수 있는 별것 아닌 말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것 아닌 것을 별것으로, 특별하게 여겨주시는 모습. 사소한 것부터 귀하게 여기는 삶의 태도. 짧은 순간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다시 태어나면 원장님처럼 살아보고 싶어요."
가끔 뜬금없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같은 여자로서 부러운 나의 주치의 선생님. 실력과 인품, 외모까지 무엇하나 뒤쳐지는 게 없다. 나를 통해 우리 가족들과 교회 집사님까지 원장님께 진료를 받았다. 아픈 사람 누구에게나 소개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분이다.
그러나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원장님 역시 팔 통증을 관리하며 환자분들을 치료하는 삶을 살아내는 한 사람이었다.
가족들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나 역시 우리 사랑이를 안아주고 싶어서 이유식을 직접 먹이고 싶어서 고군분투하는 삶을 살고 있다.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내야 하는 어른의 세계. 나와 전혀 다른 부류의, 성공한 사업가로 보이던 원장님이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원장님이 내 글을 보시면 무슨 생각을 하실까?
잘 모르겠다.
분명한 사실은 누구에게나 삶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 각자의 고충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 그저 주어진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각자의 속도로 해나가도 괜찮다는 것. 하루를 정리하며 뻔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들을 기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