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과자인 먹태깡. 대체 먹태깡이 뭐라고 이리들 난리일까. (어쩌면 내가 뒷북일지도 모르지만 난 요즘 주변 사람들 안부를 물을 때 “먹태깡 먹어봤어?”라고 묻는다.) 먹는 걸 좋아하고 새로 나온 과자는 항상 궁금한 35세 ENFP 아줌마인 나는 먹태깡이 먹고 싶었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교회 동생이 내게 슬그머니 내민 먹태깡 두 봉지. 감동의 눈물이 흐를 뻔했는데 간신히 참았다. 예의상 한 봉지는 교회에서 나눠먹고 남은 한 봉지는 집에 가져와서 남편과 동생이랑 함께 먹었다. 좀처럼 구하기 힘든 과자계의 에르메스인 만큼 마요네즈까지 찍어서 제대로 시식을 즐겼다. 제법 맛있었다. 뭔가 구하기 힘들다는 희소성이 있어서 그런가? 한 봉지로 세명 나눠먹은 게 아쉬워서 교회 동생으로부터 먹태깡을 구할 수 있는 비밀 경로를 입수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D-day! 먹태깡을 구할 수 있을까? 아기 낳고 어깨가 아파서 운전이 힘든 나는 동생에게 부탁해서 30분 거리인 옆동네 마트로 향했다. 먹태깡 오픈런을 성공할 수 있을지 긴장하며 도착했는데 이미 소진되고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다. 그냥 집에 돌아가려다가 다른 맛있는 과자라도 사야 기분이 풀릴 것 같아서 마트를 한 바퀴 돌았다.
생각보다 구경거리도 많았고 사고 싶은 것도 많았다. “여기 좀 위험한 곳인데?” 동생이랑 마주 보며 미소 지었다. 대충 몇 개만 담았다고 생각했는데 8만 원이 나왔다. 사촌언니가 출산선물로 보내 준 상품권이 있어서 사용하려고 보니 아니나 다를까 유효기간 만료가 아닌가? 아기 낳고 건강이 좋지 않아 평소의 나답지 않은 실수를 하고 말았다. 또다시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 기분 좋게 돈 쓰자.’ 애써 상한 마음을 달래고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먹태깡에게 한 번 배신당하고 상품권에 두 번 배신당한 내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법이 없을까 싶어 상품권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유효기간이 만료되어도 10%의 수수료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계좌로 환급가능한 부분을 발견했다.
‘유레카!’ 아르키메데스가 이런 마음이었을까. 당장 계좌로 환급신청을 했다. 갑자기 콧노래가 나왔다. 이렇게 쉬운 여자라니. 난 언제나 형이상학적인 삶을 꿈꾸지만 내 삶은 안타깝게도 형이학학적인 차원에 머무를 뿐이다.
저녁 식사시간에 마트에서 공수해 온 삼겹살 파티를 열었다. 유기농 모둠쌈과 집에 있던 몇 가지 반찬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와. 심한데?”
오랜만에 삼겹살을 먹으니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엄마는 먹는 걸로 그렇게 기분이 좋냐며 초딩같다고 한 소리 하셨지만 상관없다. 맛있으면 기분 좋은 건 만국공통인데 굳이 가식 떨고 싶지 않다. “맛있는 걸 어떡해.”라며 너스레를 떨었더니 그래도 좀 자제하라며 조용히 미소 지으신다.
먹태깡 오픈런에 실패했지만 삼겹살 파티로 행복했고 잃었다고 생각한 상품권을 90%는 환급받을 수 있게 되었고. 새옹지마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가끔 내 삶에 힘든 일이 찾아와도 오늘의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오히려 좋아”라며 웃어넘길 줄 아는 그런 내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