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천천히 가도 괜찮아

아직 살아있구나 나

by 펭귀니

아기 재우고 옆에 누워서 쉬고 있는데 예전에 인턴으로 근무했던 예술치료센터 원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풀배터리 검사를 의뢰한 내담자분이 계셔서 혹시 검사실시와 해석 및 보고서 작성이 가능한 지 알고 싶어 하셨다. 지금 악화된 건강상태로 근무가 힘들다 말씀드렸고 내 건강을 걱정해 주셨다.

"다른 유능한 선생님들도 많은데 저에게 연락 주셔서 감사해요. 제 건강이 다시 좋아지면 그땐 다시 하고 싶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까웠다. 조금만 몸이 따라줬어도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러자 갑자기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그럴 필요 없을 때조차도 늘 급하게 살았다.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채찍질했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힘들었다.

급한 내 성격은 지금 내 건강이 악화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고 넘어질 수 있다는 걸, 때로는 실수할 수 있다는 걸 머리로 알아도 아직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힘든가 보다.

'서투른 나'도 사랑해 주는 마음이 필요한데 나는 '잘하는 나'만 내 모습으로 받아들이려 했고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 ;힘들면 쉬어가도 돼.' '잘 못할 때도 있는 거지.'

나를 가장 잘 아는 친구는 나 자신. 남들에게 듣지 못한다면 내가 나에게 해주면 되는 것을.

'그래도 지난날 참 열심히 살았구나. 그러니까 쉬고 있는데도 일하자고 연락이 오지. 아직 살아있구나 나.'

내가 나를 격려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하마터면 또 조급해져 스스로를 미워할 뻔했다.

'이제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말아야지.' 나를 꼭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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