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나프록센, 너에게 참 고마워

by 펭귀니

다친 곳 치료 중에 갑작스럽게 임신이 되어 고통의 열 달을 보냈다. 설상가상으로 임신중독으로 혈압이 떨어지지 않아 23년 5월 29일에 응급제왕절개로 딸을 출산했다. 무사히 출산을 했지만 치료시기를 놓쳤고 여기저기 아픈 곳이 너무 많아 머리, 목, 어깨, 허리 총 4 부위 MRI 촬영결과 경추염좌, 허리디스크, 이두근힘줄염을 진단받았다. 젊다는 것 하나만 믿고 몸을 돌보지 않으며 살았던 지난날을 후회한다. 다만 앞으로의 삶은 내가 선택할 수 있으니 건강을 위한 좋은 습관을 가져보려 노력 중이다.


임신 중에는 타이레놀 이외에는 복용할 수 있는 약이 거의 없다. 어떻게 버텼는지 지금 생각해도 정신이 아득하다. 임신으로 치료시기를 놓친 탓에 꾸준한 진통소염제 복용이 필요하다 판단되어 현재 낙센에프를 아침, 저녁으로 한 알씩 복용하고 있다. 제법 센 약이라고 하는데 많이 아팠을 적엔 마약성 진통제인 트라마돌로도 통증이 조절되지 않은 적이 있어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통증도 오래 겪다 보면 적응이 되나 보다.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갔더니 약사님이 깜짝 놀라 물으신다.


“이거 꽤 센 약인데 어디가 아프세요?”

“다 아파요. 목, 어깨, 무릎, 허리. 전부 다요.”

“안 아파야 될 텐데.”

“아줌마들이 그렇잖아요. 죽을병 아니니 그러려니 하고 살아요.”

내 말이 재미있었나? 껄껄 웃으시며 봉지 필요하냐 물으셔서 필요 없다고 쿨하게 말하고 뒤돌아섰다. 약봉투를 받아 들고 오는 길에 잠시 생각했다.


'약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로 참 감사한 일이구나.'


이 약은 약국에서 판매하는 탁센과 동일성분(나프록센)으로 약국에서도 구매가능하지만 처방받아먹는 것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내과를 방문한다.

'저렴하게 필요한 약을 구입할 수도 있고 약국에서도 파는 약이니 급할 땐 사다 먹어도 되고. 이 정도면 괜찮은데?'

끊임없이 원망하고 불평했던 내가 이제는 어둠의 긴 터널을 뚫고 나오는 중이다. 더군다나 우리 아기는 37주 5일로 예정일보다 조금 일찍 태어나서 출생 시 몸무게가 조금 작은 편이었지만 6개월을 앞둔 지금 발달도 빠르고 건강한 편이다.


'버티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예쁜 우리 아기를 만나기 위한 과정이었구나.'


그동안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잠시 기쁨의 눈물이 흐른다.


나도 내가 신기하다.


'나 꽤 괜찮은 사람 같은데?'


기분이 좋다.

뭐든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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