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귀하게 여기는 법

배보다 배꼽이 더 크지만 괜찮아

by 펭귀니

입원 중인 한방병원에서 시행 중인 스타벅스 기프티콘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에 설레는 나는 선물을 좋아하는 36세 ENFP 아줌마다.


“점심 나왔습니다.”


때 되면 식당 이모님께서 가져다주시는 식사는 답답한 병원생활의 한 줄기 빛이다. 밥그릇을 싹싹 비운 후 외투를 걸치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식후 아메리카노 한 잔은 인간의 기본권리 아닌가. 비록 입원생활 중이지만 인간의 존엄성은 지켜져야 한다.


오늘은 비교적 저렴한 가성비 커피가 아닌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날이다.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며 병원 밖으로 나섰다.


'아니 웬걸? 비가 오네?'


아프기 전에는 비 맞는 게 두렵지 않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관절통에 감기까지 더해진다면 극한의 고통을 맛봐야 하기에 병원에서 약 200m 거리에 위치한 근처 편의점까지 달렸다.


“제일 싼 우산이 어떤 거예요?”

“거기 6000원짜리요.”


6000원짜리 우산으로 비를 피할 수는 있겠지만 나의 육중한 덩치에 비해 조금 작아 보인다. 그 옆의 8000원짜리 우산을 집어든다.





“잘 선택하셨어요. 2000원 차이인데 확실히 이게 낫죠?”

“네. 오래 잘 사용하면 되죠 뭐.”


편의점에서 구매한 8000원짜리 우산을 들고 3분쯤 걷다 보니 스타벅스 매장에 도착했다. 기프티콘으로 주문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병실로 돌아왔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는 4000원인데 기프티콘 사용하려고 8000짜리 우산을 샀네? 배보다 배꼽이 더 크잖아?’


정신 차려보니 살짝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호흡이 살짝 빨라지는 듯한 느낌에 길게 심호흡을 했다.


‘앞으로 최소 2주 동안 입원해야 해. 그동안 급하게 나가야 할 일이 생길 수 있어. 그리고 우산 하나 때문에 집에서 한 시간 거리인 병원까지 와달라고 가족들 귀찮게 하는 것도 미안하잖아. 이왕 필요하다면 2000원 더 주고 나에게 맞는 우산을 사는 게 낫지. 다른 커피를 마시고 싶었어도 우산은 필요했으니 커피값이라도 아낀 게 어디야.’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2000원으로 나를 소중히 여겼다는 생각에. 임신과 출산으로 치료시기가 늦어진 탓에 만성통증으로 진전된 사고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 이미 많은 의료비를 지출했다. 집에서 아기 돌보느라 고생하는 가족들이 신경 쓰여 가급적 입원생활 중에 불필요한 지출은 삼가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우산을 안 사고 비를 맞고 다닌다고 해서 가족들이 고생을 덜 하는 것은 아니다. 6000원짜리 우산이 아닌 8000원짜리 우산을 산다고 해서 내가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나를 귀하게 여기는 법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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