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려보니 살짝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호흡이 살짝 빨라지는 듯한 느낌에 길게 심호흡을 했다.
‘앞으로 최소 2주 동안 입원해야 해. 그동안 급하게 나가야 할 일이 생길 수 있어. 그리고 우산 하나 때문에 집에서 한 시간 거리인 병원까지 와달라고 가족들 귀찮게 하는 것도 미안하잖아. 이왕 필요하다면 2000원 더 주고 나에게 맞는 우산을 사는 게 낫지. 다른 커피를 마시고 싶었어도 우산은 필요했으니 커피값이라도 아낀 게 어디야.’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2000원으로 나를 소중히 여겼다는 생각에. 임신과 출산으로 치료시기가 늦어진 탓에 만성통증으로 진전된 사고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 이미 많은 의료비를 지출했다. 집에서 아기 돌보느라 고생하는 가족들이 신경 쓰여 가급적 입원생활 중에 불필요한 지출은 삼가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우산을 안 사고 비를 맞고 다닌다고 해서 가족들이 고생을 덜 하는 것은 아니다. 6000원짜리 우산이 아닌 8000원짜리 우산을 산다고 해서 내가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