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담긴 일기가 마음을 가볍게 비워주길 바라며

먼저 제 글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기에 관심이 있거나 이미 일기를 쓰고 계신 분 모두 환영합니다. 저는 어쩌다 보니 22년 차 된 일기애호가입니다. 반갑습니다.


이 책에서 저의 일기쓰기 경험을 공유하고 또 이를 권하고자 합니다. 일기쓰기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를, 즐거운 공감이 있기를, 도움되는 일기쓰기 팁을 발견하시길 바라면서요. 특히 일기 쓰기를 추천하는 책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입니다.


일기에 진심이 되기까지

저는 22년 전 20살이 되던 해에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계기는 '나 자신의 변화'였습니다. 여태 후회스러웠던 나의 태도와 습관, 생활방식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일종의 반성문이자 변화를 바라는 기도문으로 일기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기독교 신앙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되면서 시작한 일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아래 이기주 작가님의 말씀처럼 '문제를 마음속 창고' 속에 묵혀두지 않고, 꺼내 드러내고 결국 뱉어서 치워내는데 일기가 유용했습니다.


때로는 먼 곳을 내다보는 것 못지않게 가까운 곳, 무엇보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하지 않나 싶다. 삶의 여정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마음속 창고에 처박아두지 않고 말끔히 해결하려면 말이다. (중략) 자신을 철저히 대상화하여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잘못된 것을 올바르게 고치는 것이 좌정이자 성찰이다.

이기주
<글의 품격>


그렇게 시작한 일기는 중간에 끊길 때도 있었지만 22년 동안 총 4,765쪽(A4 사이즈)이나 쌓여버렸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일기의 주제가 다양해지자 그렇게 일기장이 두꺼워졌습니다. 내 인생의 역사책이 채워질수록 제 기억의 창고는 비워졌습니다. 가볍고 시원해졌습니다. 자신을 객관화하고 내가 겪은 역사를 선명히 다시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기는 역사책일 뿐만 아니라 과묵히 경청해주는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진심을 말하면 경청하고 그것을 그대로 간직해주는 친구말입니다. 물론 너무 과묵한 나머지 듣기만 하는 친구입니다만, 되려 그래서 사람 친구도 필요하다며 떠밀어주는 이타적인 친구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일기와 친구가 되려면 글이란 수단을 사용해야 하지만, 일기는 글솜씨와 소질을 평가하거나 차별하지 않습니다. 자유롭고 편하게 여러분만의 언어를 쏟아내면 일기는 넉넉하게 그 모든 것을 받아줍니다. 일기는 자신의 글솜씨를 재어보며 쓸 필요가 없는 세상에서 가장 편한 글쓰기입니다. 글솜씨마저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연스러운 나를 툭 던져 담을 수 있는, 그런 세상 편한 그릇이 바로 일기입니다.


이 책의 구성

책은 상편과 하편 그리고 별첨으로 나눴습니다. 상편에서는 제가 일기를 좋아하게 된 이유에 관한 글들입니다. 일기의 쓸모, 가치에 대한 글들입니다. 일기의 일반적인 장점들 중에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일기의 쓸모들을 제 삶의 경험과 함께 강조해보려 합니다.


하편은 일기를 기록하는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상편을 읽고 일기가 쓰고 싶어 졌는데 어떻게 쓸지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저의 방법들을 공유하려 합니다. 오랜 기간 일기를 쓰다 보니 기록도구, 기록방법이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앞으로도 또 바뀔 수도 있겠지만 22년 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 꽤 오래 정착해 있는 기록도구, 기록방법 및 보관방법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저의 일기경력이 어쨌든 간에 제가 처했던 상황과 경험, 취향 및 성향이 반영된 방법이니 참고만 하시면 됩니다. 당장 일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시는 분이라면 일단은 이 방법 그대로 기록해 보시면서 천천히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바꿔가셔도 되겠습니다.


별첨에는 일기가 무시당할 때의 대처와 일기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 봤습니다. 특히 2023년은 인공지능기술이 상상만 하던 미래를 현실화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는 글 쓰는 사람들 포함해 여러 직군의 사람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줬었죠. 저는 인공지능 시대에 일기 쓰기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지를 고민해 봤습니다.


일기진심이 전해지길 바라며

문득 이 일을 해내는 데 있어 저의 글솜씨가 조금 걱정이 됩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손끝에서 글은 계속 밀려 나옵니다. 22년간 일기에 진심을 담는데 혹사시킨 손가락 덕분입니다. 물론 고치고 또 고쳐야 하는 투박한 문장들이지만 말입니다. 일기가 바란 적 없었던 선물을 준 것 같아 새삼 또 고맙습니다.


이제 바라는 것은 일기에 대한 저의 진심을 여러분에게 전염시키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인생역사를 담은 일기를 손에 쥐고

기분좋은 마음의 떨림을 느껴보시길 바라며…


‘일기’라는 말만 들어도, 글자만 봐도 나는 가슴이 떨린다.

이경혜
[어느 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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