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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될 일기인생

드디어 이 책의 마지막 걸음을 내딛습니다. 일기를 매력 있는 친구로 소개하는 데 성공했길 바라며 또 한 번 써온 글들을 뒤적거립니다. '발행' 버튼을 누르고 나면 또 고치고 싶어 지겠죠. 벌써 몇 번이나 고쳐 썼지만 어디선가는 멈춰야 하고 또 그걸로 만족해야 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려고 합니다.


지난 몇 달간 이 책에 매달렸던 시간들이 떠오릅니다. 22년이나 이어온 일기가 글 소재로 눈에 띈 것은 '내가 오랫동안 해왔고 또 잘해왔던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란 고민 중이었던 때였습니다. 일기 속에서 그걸 찾으려다가 일기 자체가 그것이었음을 번뜩 깨달았습니다. 몇 년 전에 인쇄한 두툼한 종이일기장과 수천 페이지의 일기장 파일을 보며 '일기를 22년 동안이나 써왔구나'란 사실이 새삼스럽게 당연한 일상의 배경에서 툭 튀어나와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일기는 22년간 제 곁을 지켜주었지만 제 기록생활의 최전방에 있던 기록은 아니었습니다. 반성문으로 기록생활을 시작하긴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았고 중간에 끊긴 기간이 꽤 있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에 저는 플래너, 계획 짜기, 목표설정하기와 같은 기록에 심취했었습니다. '프랭클린 플래너'의 사명, 가치, 역할 시스템으로 시작한 자기 관리기록은 지금까지도 저의 기록생활의 중심축입니다. 이후에는 '끝도 없는 일 해치우기' Getting Things Done, 불렛저널 Bullet Journal 등 여러 방법들을 써보고 나름의 나만의 조합을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이런 요란한 기록생활에서 일기 쓰기는 늘 무대 뒤 쪽에 있었습니다. 


이제 이렇게 일기에 관한 책을 완료하게 되니 무대 뒤에 둔 미안함을 씻겨내는 기분입니다. 제가 애정하는 그 어떤 기록보다도 먼저 책으로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으니까요. 


저는 앞으로도 일기인생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이렇게 책을 쓰고 나니 예전보다 더 애정의 눈으로 일기를 보게 됩니다. 저의 두 아이들도 자립할 때가 되면 플래너와 일기 쓰는 법 두 가지는 꼭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평소에도 자주 합니다. 그때도 제가 여전히 기록생활을 하고 있어야 제가 가르치는 것에 설득력을 더해줄 수 있겠지요.  


마지막으로 저의 오르락내리락하는 자존감을 붙잡아 준 저희 집 첫째의 몇 마디로 이 책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책을 읽겠다고 약속했는데 이 마지막 문장까지 꼭 읽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아빠, 아빠 책 나오면 내가 나중에 읽을 거야. 내가 그거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말이야. 몇 살 일지는 잘 모르겠네!


23년 6월 어느 날 밤, 자기 전 스몰토크 시간에
첫째가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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