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3 나, 일 잘하는 김피디야.

인간 관찰 (블랙) 코미디 에세이 「방송국 놈들」

by 펜피디

출근 준비를 서두르던 김 피디는 마지막으로 화장실 거울을 쳐다봤다. 그의 작은 키 때문인지 세면대 위에는 볼록 튀어나온 배가 기대져 있었다. 그는 억세게 자란 인중의 수염을 가다듬은 뒤, 진한 향수를 뿌렸다. 쿨하고 진한 수컷의 향기는 입이 달린 듯 말하고 있었다.

내가 바로 일 잘하는 김 피디야.


김 피디는 돈 벌어오는 사업 피디였다. 그가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프리랜서로 시작해, 그 많은 무시를 견디고 이 사무실에서 자신의 명함을 둘 수 있는 책상과 의자가 자리한 1 제곱미터 남짓한 자신의 공간을 갖기 전까지, 그는 만족 할 수 없었다. 툭. 그의 출근 가방이 그만의 공간 위에 걸쳐졌다. 김 피디는 아침 햇살이 가득한 사무실을 둘러본 뒤,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9시 5분 전. 쯧. “다들 기본이 안 되어있어.” 그의 조용한 짜증이 1 제곱미터 한정으로 울렸다.


“저기, 피디니임.” 노트북을 치던 김 피디의 손가락을 멈추게 한 건 옆 홍보팀 송 차장의 가느다란 목소리였다. 송차장의 ‘잉’도 김 피디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송차장의 문장 두개가 김 피디의 귀에 내려앉기도 전, 김피디는 송차장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러니까, 협회에 전화해서 확인해보라는 거잖아요?”

날 선 김피디의 말에 잉선생, 송차장은 잉 소리도 내지 못하고 물러섰다. “그렇죠…”

김 피디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아니지,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지.”

그는 답답한 듯 다른 방법을 토해냈다.

“자, 그러니까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어지는 김 피디의 마무리 멘트였다. 눈알만 굴리던 송차장은 입술을 앙 다물고는 뒤 돌아섰다. 송차장이 그 1 제곱미터를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결국 같은 말이잖아.”

침을 뱉듯 뱉어버린 송차장의 진심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 피디는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을 내려다봤다. 엔터사 대표 박사장. 이름을 확인한 김 피디는 저 멀리 앉아 있는 팀장의 실루엣을 확인한 뒤 전화를 받았다. “아, 대표님. 그 건에 대해서는 말이죠. 제 생각에는 24%로 가져가는 게…” 곰살궂은 목소리를 내며 복잡한 숫자를 뱉던 김 피디는 ‘나 열일하오’ 소리를 부지런히 냈다. 그는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든 채 사무실을 나왔다. 김 피디가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무릇 일이란 티가 나는 일을 잘해야한다. 오늘의 ‘일’을 끝낸 그가 회사 밖을 나서려던 때였다.


“김 피디, 잠시만.” 김 피디를 부른 건 같은 팀 박 피디. “준 자료에서 숫자 잘못된 게 있어서.” 박 피디의 말에 김 피디는 대뜸 혀를 찼다.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야. 사람이 일을 할 때 핵심을 봐야지.”

김 피디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를 떠났다. 돌연 한 방 먹은 박 피디는 쓰러질라 뒷목을 잡았다. 그런 박 피디 옆으로 다가온 이는 새로 온 성 피디였다.

“저분이 그 김 피디예요? 일은 잘해요?”

그의 말에 박 피디는 코웃음을 쳤다.

“일 잘하든 말든,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이야.”

박 피디는 손에 쥔 자료를 구긴 채 서둘러 사무실로 들어갔다. 박 피디의 티 나지 않는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니.


-사진은 길에 줍고, 글은 일상에서 캡니다. (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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