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관찰 (블랙) 코미디 에세이 「방송국 놈들」
공부장에게는 여러 명의 신데렐라가 있다.
“기획안 내일까지 써줘~”
공부장이 글 쓰는 신데렐라를 부르는 소리다. 이내 공부장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본방 3회 수정 되었지?”
전화를 받은 이는 편집하는 신데렐라. 할 말을 던지고 전화를 끊은 공부장의 눈에 들어온 건 막내 신데렐라였다.
“아까 회의 때 말한 거 카메라팀에 부탁 좀 해줘~.”
공부장의 말 세 마디에 신데렐라 1,2,3이 각자의 자리에서 부지런히도 움직였다. 그의 입김이 구석구석 닿는 동안, 그의 눈은 재빠르게 화면 안을 살폈다. “나이스샷!”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공부장의 작은 탄성이었다. 노트북 화면에는 요즘 공부장의 새 취미인 골프가 우아하게 재생되고 있었다.
오후 4시. 가뭄에 드문드문 콩 나듯, 사무직 직원들만이 사무실을 채울 시간. 공부장이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한 손에는 커피 한 잔을 쥔 채였다. 공부장이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창밖을 바라보는 동안, 신데렐라 1,2 아니, 작가와 편집 피디는 공부장이 내린 일들을 처리하라 정신이 없다. 결국 막내인 신데렐라 3이 우는 소리를 터트렸다.
“부장님, 말씀하신 거 전달했더니 카메라팀 민원이 너무 커요.”
공부장의 밑에 있던 막내 피디의 우는 소리였다. 넋이 나간 막내 피디를 내려다 보던 공부장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자한 미소를 띤 채였다.
“네가 설득하는 거 잘하잖아. 잘 좀 부탁해. 난 너 없으면 어쩔 뻔했니.”
너~없으면~어쩔 뻔~했~니. 막내 피디의 귀에 공부장의 음성이 메아리 쳤다. 막내 피디는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고는 다시 결연하게 눈을 떴다. 기필코 내가 이 일을 해내리. 공부장은 막내 신데렐라의 반란을 가볍게 제압한 뒤, 마지막 라운딩이 기다리고 있을 화면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말뿐인 친절이면 어떠리. 말도 친절하지 않은 새언니가 대부분인데. 친절한 공부장은 오늘도 여러 신데렐라들 사이에 둘러싸여 유튜브 속 라운딩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