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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은채 Nov 01. 2023

요즘 세상에도 이런 사람이 있어? #2

착한 사람이라도 된 줄 알았다...


새벽공기를 쐬며 아이를 안고 출근하는 일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어린이집 등원하는 시간까지 신랑과 번갈아가며 업고 주방일을 했다. 돌도 안 된 아이를 안고 신랑이 어린이집을 보내는 시간마다 뒷모습을 보며 눈물을 훔쳤다. 어린이집에서 받아온 식판을 설거지하며 또 눈물이 났다. 그때는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하루 15시간씩 주방에서 일한 대가로 목디스크  터널증후군  회전근개 파열 등 건강 이상 신호를 감지했다. 이전보다 줄어든 주문을 속상해하기보다 건강을 돌아보고 초등학생이 된 아이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현재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 


우리 매장은 라이더 배달 기사님이 아닌 자체 차량 기사님을 고용해 배달하는 시스템이다. 알바천국으로 채용한 기사님 은 3년 동안 성실히 하루 4시간씩 배달을 해주셨다.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의 참 착한 청년으로 만나 우리 매장에서 일하시던 중 결혼까지 하셨고 가정을 꾸리게 되셨다. 면접당시 과일판매 사업준비 중이라 1년 후 그만두겠다고 하셨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아 3년이 지났다. 베테랑이 되신 기사님이 그만두지 않는 것이 고용주로서는 좋은 일이었다. 사업준비의 진행상황을 한 번씩 물어보기는 했지만 마음 한편 으로는 기사님이 더 오래 있어 주시면 편하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다. 

 

 몇 개월 뒤 기사님 부부에게 아이가 찾아왔다. 기사님은 가장으로서 돈 걱정을 하실 수밖에 없으셨고 주방스텝으로 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시켜달라고 하셨을 정도니 간절함이 느껴졌다. 우리 매장 직원 중 첫 임신이라 기뻤고 설레기까지 했다. 설렘이 걱정으로 바뀌는 데에는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매일 새벽기상 을 하는 터라 머리만 대면 잠이 들었지만 그날은 잠이 오지 않았다. 기사님 부부의 세세한 경제사정을 모르지만 기사님 와이프 가 육아휴직을 한다면 아르바이트비 만으로는 넉넉할 수 없는 뻔한 상황이라 판단했다. 돈이 없어서 가슴이 막막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냥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며칠을 고민 끝에 신랑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고 했다. 다행히 신랑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기사님. 걱정하시는 부분 이해해요. 저희도 그랬거든요. 저희가 배달전문점을 오픈하고 기사님이 맡아서 하시는 건 어떨까도 생각해 보았어요. 아니면 작은 치킨집이라도 차려서 기사님이 운영하시는 것은 어떨지. 저희가 여러 방향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어요. 매장이 자리 잡기 전까지는 신랑이 같이 일하겠다고 마음먹었고요.”


“사장님... 가족도 아닌데 그렇게 까지 신경 써주시고 계신 줄 몰랐습니다. 일단 너무 감사드립니다. 집에 가서 와이프와 상의해 볼게요~~”


다음날 이 되었다.     


“일단 저희 가정을 위해 고민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저희 어머니가 요즘세상에도 이런 사람이 있냐며 정말 감사하다고 전해달라고 하시네요.”

“아! 아니에요. 저희 매장 배달 계속 잘해주시라고 그러는 거예요.”라고 민망한

웃음으로 대화를 이어갔고 요즘세상에도 이런 사람이 바로 나라는 우월감이 스멀스멀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착한 어른이 된 거 같았다.

기사님은 잠시 머뭇하시더니 뜻밖의 제안을 하셨다.


“사실.. 저희 와이프가 떡케이크매장을 오픈하는 것이 결혼 전부터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능력이 되지 않아 차려주지 못했는데.. 어제 말씀해 주셨던 배달전문점이 아닌 떡케이크매장을 차려주시면 어떨까요??”     


떡케이크솜씨가 출중하다는 말과 함께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떡케이크사진을 보여주시며 인스타홍보와 마케팅공부를 통해 떡케이크주문뿐만 아니라 클래스도 운영하면 수익창출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씀을 하셨다.      

“기사님~~ 새색시 임신 중인데 떡케이크가게를 운영하는 게 괜찮을까요?? 운영하시던 분들도 임신하면 쉬시던데..”

“그 부분은 충분히 저희가 대화를 했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리고 출산기간 에는 저희 어머니가 떡케이크를 만들기로 해서 공백 없이 운영하는 것에도 문제없습니다.”


“기사님 와이프분 입장에서는 시어머님께 떡케이크를 일단 알려드려야 하는데 그게 어려우실 텐데요...”


“아니에요. 저희 어머니가 손재주가 좋아서 금방 배우실 거예요.”


“네에 그럼 저희도 이게 과연 도움을 드리는 일인지 부담을 드리는 일인지 오늘하루 더 고민해 볼게요. 기사님 부부도 이 방법이 좋은 방법 인지 하루만 더 고민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기사님의 벌이를 도와드리려고 했던 목적과 벗어난 일이다. 기사님 와이프는 결혼식 때 뵌 것이 전부였다.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었음에도  당시 나는 거절할 수 없는 주문에 걸린 것 같았다.

 요즘세상에도 이런 사람이 있어?”  

무엇인가에 홀린 듯 귓가에 맴도는 말이었다. 마음은 이미 넘어가 있었다. 신랑 역시 내 마음 편한 결정이 좋은 결정이라고 잠 못 자고 기사님네 걱정했잖아 라며 나를 착한 사람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다음날  착한 어른이 되었다는 착각 속에 빠져, 아무 문서도 없이 1500만 원을 입금해 드렸다. 기저귀지원을 받을 만큼 힘들었던 8년 전 누군가 나에게 이런 도움을 주었다면 얼마나 고마웠을까 라는 생각이 스쳤다. 태어날 아이의 기쁨만을 오로지 느끼길 바랐다. 돈걱정으로 무거운 한숨이 나오는 일은 없길 바랐다. 과거의 나처럼.


기사님 부부의 인스타그램을 보게 되면서 내 마음은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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