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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은채 Feb 16. 2024

얼어죽은 식물을 집에 들였다.

겨울철 식물 살려내기

어릴적 우리 아빠는 식물집사였다. 하나둘씩 늘기 시작하더니 거실의 반을 차지하고 베란다를 가득 메울 정도로 여러 종류의 식물을 들이시기 시작했다. 다섯 식구만 으로도 좁은 집임에도 불구하고 그들 에게 꽤 많은 거실  지분을 내주었다. 아빠는 퇴근 후 집에 오면 물을 주고 하얀 헝겊으로 잎을 하나씩 정성껏 닦아주시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난다. 좁고 한정적인 공간에서 자라는 식물이 심심해 보였는지 말을 건네며 무거운 화분을 이리저리 방향도 자주 옮겨주셨다. 새잎이 나면 100점 맞은 받아쓰기시험지를 보며 나를 칭찬해 주셨던 그 표정으로 식물을 바라보셨다.  식물도 이쁘다 이쁘다 해야 꽃을 피운다며... 그러다 꽃이 피면 기특해 어쩔 줄 몰라하시며 함박웃음으로 한참을 식물들과 교감을 나누던 아빠.

그 당시에는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었나 보다. 고작 아빠에게 건낸말은

"아빠 텔레비전  안 보여. 좀 저쪽으!로 가주면 안 돼?"


아빠는 화분 앞에 서서 " 얘네 참 신기하지 않니? 기특하지 않니? 하루하루가 달라"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자연의 신비로움. 자연이 실내에 주는 활력. 생명력. 그것을 알기에 당시 나는 너무 어렸다.


나이가 들어가면서인지 초록색을 좋아해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집에 화분이 많은 집을 보면 편안함과 안정감이 들었다. 아빠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의식하지 않았지만 여행지에서 식물원은 꼭 들리고 화원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걸 보면 식물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세월이 흘러 가정을 꾸리고 나의 집에도 화분이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신랑은 공기정화의 목적으로 여행지에서 멋스러운 아레카야자, 관음죽, 인도고무나무도 하나씩 들였다. 처음에는 자연의 일부를 집에 들인 것 같아 눈이 자주 갔다. 거실에서 지나가며 집안일을 하면서도 초록빛이 있는 것이 좋았고 향이 나지 않지만 푸른 향이 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새벽에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저녁식사준비와 정리를 하고 아이 챙기기에도 바쁜 워킹맘이다 보니 화분에 정성을 쏟지는 못했다. 물을 소홀히 준 것이 아님에도 죽어간 화분을 보고는 물을 많이 주었나보다 하며  남아있는 화분들에게 물 주는 횟수를 줄였더니 잎이 점점 말라가며 죽는 화분.

화원에서 알려주신 대로 물을 주었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었고 우리는 식물을 못 키우나 봐..라는 결론으로 더는 식물을 들이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식물원에서 푸릇푸릇하고 건강해 보이는 식물을 보면 충동적으로 집으로 두세 번 데려왔지만 결국 죽어서 처치곤란이 되는 상황만 반복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일터의 1분 거리에 위치한 유명한 빵집 유리창에  영업종료. 한 달 후 홍대입구에서 재 오픈합니다.라는 안내멘트가 붙어있었다. 빵집 오픈부터 일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하며 인기를 모았던 곳이다. 늘 50명은 되어 보이는 대기행렬에 오후 4시면 품절일만큼  대박 난 빵집이었다. 더 큰 무대로 옮기는구나 하며 신랑과 대화를 하며 걷다가 신랑이  빵집 앞으로 향한다. 주인 없는 빵집을 왜 들여다보나 하며 신랑의 눈을 따라가 보니 오픈할 때 받은 걸로 보이는 개업축이라는 멘트가 적혀있는 화분들에게 시선이 가있었다. 개업축멘트의 화려함과는 다르게 식물들은 축 쳐져있었다.


"홍대입구에 오픈하면서 데리고 갈건가 봐"

"물은 와서 한 번씩 주고 가는 건가?"

한 달 동안 퇴근길에 위치한 문 닫은 빵집 안 식물들을 힐끔힐끔 보게 되었다. 본인들 식물들도 다 죽인마당에 남의 식물을 걱정하고 있는 오지랖 넓은 부부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고 물을 준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주말을 보내고 출근을 하는데 그 많은 화분들이 밖에 나와있는 것이 아닌가. 따뜻한 환경을 좋아하는 식물들에게 특히나 조심스러운 겨울이었다. 잎은 이미 갈색으로 변해있고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이틀 동안 밖에 나와있었다면 얼어 죽을 수밖에 없겠구나 싶은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우리 부부는 출근을 했다.


퇴근길 고민 끝에 네이버에서 홍대입구에 있는 새로 오픈한 매장에 전화를 걸었다. 용기 내어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연결이 되지 않아 문자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빵집 근처 이유식매장입니다. 화분들이 밖에 나와있는데 혹시 버리실 의향이 신 거면 저희가 다시 살려보려고 합니다. 개업하실 때 받으신 화분인데 버리시는 것보다 의미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답변기다리겠습니다.

하루를 기다렸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고 하루가 더 지나 화분들을 보니 다시 살아 날 것 같은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밤새 하얗게 내린 서리가 식물들의 마지막 생명까지 앗아가는 것만 같은 추위였다. 신랑은 발을 떼지 못하고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옆에 차를 세우더니 우리와 일행인 것 마냥 같이 화분을 응시하는 아저씨. 돌아가신 우리 아빠가 살아계셨다면 비슷한 연배이지 않을까 싶은 아저씨에게 나는 말을 건넸다. 나 역시 일행인 것 마냥.


"여기 빵집이 엄청 장사가 잘돼서 홍대입구로 이전을 하거든요. 근데 이 화분들은 놓고 가나 봐요.

그래서 불쌍해서 쳐다보고 있었어요. 데리고 가서 다시 살려보고 싶어서요."

"아! 갖고 가요. 내 딸이에요. 여기 빵집 주인이. 내가 여기 인테리어사무실로 쓸 거라서. 근데 이 많은 걸 어떻게 갖고 가려고! 한두 개 살아 날 것 같은 것만 갖고 가보던가. 근데 벌써 다 죽은 거 같은데."


빵집주인이 야속하다고 흉보지 않은 나 자신을 칭찬했다. 그리고 이 무거운걸 우리 집까지 신랑은 무슨 수로 옮길 것인가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추진력이라면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에서 제일가는 신랑은 그날밤 화분을 하나씩 하나씩 2시간에 걸쳐 옮겼고 안 그래도 인테리어감각이 없는 우리 집에 죽어가는 화분이 들어오니 총체적 난국이었다.

  

일단 가장 먼저 한 것은 다이소에서 식물 영양제를 사 와 투여했다. 그리고 뿌리를 확인했다. 뿌리가 단단하게 살아있는 곳만 남기고 잘라주었다.신랑은 무거운 화분들을 옮기고 일주일간 허리통증에 시달렸다. 고생해서 데리고 온 만큼 살려내야겠다는 의지는 더욱 강했고 난생처음 식물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할수록 지금까지는 식물을 키운 게 아니라 그냥 집에 둔 거였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릴 때 아빠가 식물들에게 왜 그렇게 많은 정성을 쏟았는지 이제야 알았다.


화원에서 "물은 일주일에 한 번씩 주면 돼요" 또는 "물은 한 달에 한 번만 줘도 잘살아요"라는 말에만 의존하며 지금껏 식물을 데리고 있었던 것이 참 무모했다. 실내환경에 따라서 물을 주는 횟수와 물의 양을 조절하지 못했기에 죽어갔던 식물들이 참 아쉽다.


오랜 기간 물을 주지 않아서 말라죽는 것보다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죽는 사례 가  더 많다는 것이 딱 우리를 두고 했던 말이다. 지금껏 우리 집에서 죽어나간 식물들이 그저 안타까웠다. 물이 필요한지 부족한지 흙을 만져보며 조절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겨울에는 물을 낮에 주어야 하는 것도 알지 못했었다. 한번 썩거나 문제가 생겼더라도 뿌리를 빨리 조치해 주었더라면 지금껏 수많은 식물들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지금까지는 관심과 사랑이 부족했던 것이었다.


우리 집에 들어온 얼었던 화분은 들어온 날부터 살려야겠다 생각에 정이 많이 갔다. 매일 집에 오면 신랑은 어릴적 우리아빠처럼 알뜰살뜰 반려식물을 살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6개월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흙이 마르면 물을 주고 관심을 기울였다.

2023년 2월에 집에 들인 화분들은 신랑의 지극정성으로 하나를 제외하고는 지금 모두 살아났다.

나의 침대프레임을 양보했다.      2024.02.15 현재 건강한 상황.

인간과 식물의 비슷한 점이 많다. 인간에게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인 것처럼 식물에게도 스트레스가 있다는 것이다. 식물은 환경변화에 민감해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식물에게 필요한 것이 햇빛이지만 강한 햇빛은 되려 좋지 않다. 빛을 많이 받게 해 주기 위해 창가에 두기만 하면 오히려 잎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인간이나 식물이나 중용이구나.


<겨울철 식물 물 주는 방법>
겨울에는 해 가 진 다음에 물을 주면 안 된다. 특히 베란다에 있는 화분은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에 밤사이 흙이 얼어 뿌리가 저온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에는 하루 중 가장 온도가 높은 낮시간에 물을 주는 것이 좋다.

              집안 곳곳에 있는 작은화분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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