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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이 함께한 여름.

8월의 성찰

by 윤은채

8월을 시작하며 정한 키워드는 건강, 균형, 그리고 조화로움이었다.

몸을 존중하고, 여름의 뜨거운 에너지를 온전히 즐기고, 잠시 미뤘던 전자책도 다시 써보자고. 그리고 꼭 3kg 체중감량도 해보자고 스스로와 작은 약속을 나눴다.매일 지키는 루틴, 상체운동, 북클럽 활동까지. 나를 다시 균형의 중심에 놓고 하루하루를 단단히 살아보자고 마음먹은 달이었다.


나의 몸을 돌보는 일이 나를 돌보는 일이된것 같다.

8월의 가장 뿌듯한 성취 중 하나는 운동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냈다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손님이 찾아와 일주일 정도는 강제 휴식을 취해야 했지만, 그 외에는 꾸준히 몸을 움직이며 나와의 약속을 지켜냈다. 매일 점핑과 달리기를 마치고 땀을 흘린 그 작은 성취감들이 모여 나를 건강과 가까워지게 해줄거라 믿는다.


헬스장 등록도 드디어 실행에 옮겼고, 상체 운동도 시작했다. 특히 어깨 통증 치료를 시작한 것은 그동안 외면했던 몸의 신호에 이제야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계획에 없던 여름이 선사한 특별한 선물이 있었다.

찬희가 팔에 깁스를 한 상태였고, 이유식 매장도 유난히 바빴던 시기라 여행계획조차 미루고 있었던 터였다. 휴가날은 다가왔고 첫 휴가 아침 갑작스럽게 떠난 롯데월드 여행은 예상보다 훨씬 더 빛나는 기억이 되었다.

새벽 알람이 아닌, 오랜만에 해가 높이 떠오른 7시에 자연스럽게 눈을 뜨며 "우리 오늘 롯데월드 갈까?" 하고 즉흥적으로 결정한 하루.무서워서 평소엔 망설였던 놀이기구에도 용기를 내어 도전했고, 찬희가 태어난 이후 가장 오래 머물렀던 놀이공원에서 우리 가족은 정말 많은 웃음과 함성을 나눴다.길고 긴 줄도 처음으로 서 봤다.

찬희가 130cm를 넘어 새롭게 탈 수 있는 기구들이 많아졌다는 것도 은근히 감동이었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실감할 수 있다니.

그 외에도 대전 여행, 영화관람, 사격서바이벌 체험까지. 물놀이는 빠졌지만, 3일간의 짧은 여름휴가는 충분히 알차고 마음 가득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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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을 다시 써보자고 마음먹었지만, 아쉽게도 이번 달에는 글쓰기에 충분한 시간을 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낙심하진 않는다. '다시 써보자'고 마음먹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시작이니까. 때로는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매일의 루틴이 지켜낸 운동이, 회복을 향한 작은 노력들이 조용히 증명해주고 있는 중이다.


사실 8월은 아쉬움이 훨씬 많다. 하지만 아쉬움도 성장의 일부였던 시간들이라 생각한다.

3kg 감량을 목표로 했지만 체중은 변화 없이 그대로였고, 무엇보다 코로나라는 불청객이 찾아와 운동을 한 주를 온전히 쉬어야 했고, 컨디션 역시 많이 떨어졌던 시기가 있었다.

건강을 다짐했던 달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그 시간 덕분에 내 몸의 상태를 더욱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었고, '조금 더 나를 돌봐야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품게 되었다.


부모로서 배운 소중한 깨달음이 8월의 가장 큰 수확이다.

찬희 달리기 레슨을 등록하러 상담을 받던 날, 지도해주시는 선생님의 따뜻하지만 날카로운 한마디에 나는 가슴이 뜨끔했다.

"아이를 맡겨놓고, 그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물어보지 않는 것도 어찌 보면 직무유기입니다."

"아이에게 어떤 게 부족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묻는 건 절대 잘못이 아니에요."

나는 그동안 축구 지도자분들이나 담임 선생님께 찬희의 상황을 물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어쩌면 맡겨두는 것 자체가 신뢰이자 책임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유난떠는 엄마로 보이기싫었던 가식적인 나의 내면이 결국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되지않는일 이라고 생각하니 목이 메어왔다.

그날 이후 나는 마음을 새롭게 다잡았다.

이제는 필요한 말은 주저 없이, 조심스럽되 분명하게 해야겠다고. 지도자를 믿되, 돌봄의 시선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진심 어린 배움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일주일째 찬희에게 간식 배달을 한다. 일은 늘었지만 진작부터 하지않았다는것이 아쉽다.아니 아쉽지만 이제라도 할수있어서 감사하다.


8월 말, 찬희는 드디어 정형외과에서 실밥을 뽑았다.

골절이라는 긴 여정이 마침내 끝났고, 이제는 팔을 자유롭게 쓰며 다시 축구부 훈련에도 활기차게 참여하게 되었다. 그동안의 조심스러움과 불편함이 마법처럼 사라지고, 다시 땀을 흘리며 유니폼을 입고 학교를 가는 찬희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고 눈부시게 보인다.

아이의 회복을 지켜보며, 나 역시 무언가 새롭게 회복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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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은 나에게 '잘 지낸다'는 것이 단지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님을 알려준것같다.

아이를 돌보고 나를 돌보며 때로는 멈춤도 성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9월엔 다시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고 몸도 정성스럽게 다듬을 예정이다.

체중 감량과 마라톤 참가를 통한 기록 향상, 그리고 여전히 매일의 나를 정성껏 돌보는 일까지.

9월에는 조금 더 성장한 내 모습과 만나고 싶다.

그리고 분명히, 나는 그렇게 될 것이다.


8월이 가르쳐준 가장 소중한 것은, 완벽한 계획보다 꾸준한 실행이, 거창한 목표보다 작은 돌봄이 더 큰 변화를 만든다는 사실이었다. 9월도, 그런 마음으로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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