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의 하루
"안녕하세요"
꾸벅 잘생기고 젊은 청년이 나에게 인사를 했다.
지인과 짧은 점심시간에 만나서 중국집에서 탕수육 하나를 시켜서 입천장을 다 헐어가며 먹고 있을 때였다.
"누구~ 시더라"
전혀 기억이 안 나서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왜 이러세요 저희 밤마다 카톡 하는 사이잖아요..ㅎㅎ"
오잉.. 내가 정말 저 잘생기고 젊은 남자와 밤마다 카톡을 주고받는 사이라고?
순간 맞은편 지인의 눈이 반짝였다. 호기심과 장난기가 발동한 얼굴로 나와 그 사이를 번갈아 두리번거렸다. 꼼꼼히 잠시 동안 씹는 것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가 아하!! 드디어 떠올랐다.
맞다 나는 셀몬을 판매하는 영업사원이다. 그것도 캐나다에서...
특히 밴쿠버는 전 세계 사람들이 여름철에 찾아와 싱싱하고 싼 초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라고 정평이 나 있는 곳이고 (밴쿠버의 여름은 하루가 엄청 길다 밤 9시가 훌쩍 넘어서도 해가 떠 있고 날씨가 정말 환상적으로 쾌적하고 덥거나 습하지 않다. ) 이곳에서 나는 그 일식당에 납품하는 식자재를 판매하는 세일즈로 일하고 있다. 주 품목이 셀몬과 튜나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생선 파는 아줌마 같다 하지만 사실이니..)
내 회사 전화기에는 많은 고객들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고 일식당이 문을 닫고 마무리하는 저녁 시간이(밤 9:30분부터 11시까지) 나에게 오더를 하는 내 폰이 제일 바쁘게 울리는 시간이다. 어떤 사장님은 자다가 생각이 났는지 새벽 2, 3시에 오더를 넣는 경우도 허다하다. (잠은 언제 주무시나요.)
바쁘고 큰 일식당일수록 카톡으로 직원들을 초대해서 주방오더와 스시바 오더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그룹쳇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중에 한 명이 그 젊고 잘생긴 스시맨이였다.
"어머나 여긴 웬일이세요... 호호호 "
특유의 세일즈 우먼 옷으로 갈아입고 얼굴을 바꿔 환하게 웃으며 반가워했다.
오늘은 쉬는 날이고 중국집 음식을 주문 해서 집에서 가족과 먹는다고 직접 가지러 왔노라고 했다.
(여기는 식당에서 먹을 경우 팁을 내야 하고(적어도 15%) 배달 앱을 사용할 경우 배달비도 내야 한다. 상당한 액수이기에 많이들 직접 오더하고 직접 픽업한다.)
재미난 것은 밴쿠버의 일식당의 50% 이상은 한국인 오더이다. 일본인 10% 나머진 중국, 베트남, 인도인 오너 순이다. 왜냐하면 전통 일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많이 다르고 서양인의 입맛에 맞춰 변형된 메뉴들이기 때문에 만들기 쉬운 퓨전 롤에 하우스 소스를 곁들인 캘리포니아롤 다이나마이트롤 같은 일본오너가 아니어도 일식당에서 배운 기술로 샐몬만 잡을 수 있다면 비교적 다른 비즈니스보다 한국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비즈니스이기는 하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나도 일식당을 운영해서 롤을 직접 만들어 팔아 보았기 때문이다.)
세일즈의 하루는 일찍 시작한다. 7:30분 컷오프 오더 시스템에 맞추어(이것은 회사마다 다르다) 한 시간 전에는 반듯이 일어나야 새벽에 들어오는 오더를 입력할 수 있다. 오더를 다 입력하고 회사에서 물건을 다 싣을때까지가 대기 시간이다. 간혹 물건을 싣다가 품절된 제품이 있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물건을 발견하기도 하기 때문에 늘 긴장 상태이다. 그런 경우 재빠르게 고객에게 통보하고 대체 제품으로 보내거나 가격을 조정해야 하기에 고객과의 전화 통화는 필수이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알겠다고 순하게 답하는 반면 어떤 고객은 아침부터 일장연설을 한다.
나도 안다. 갑자기 품절되었다며 보내지 못하는 물건을 어디서 구해야 할 것인가.. 말이다. 그러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회사에서는 매일 창고의 재고를 파악하고 미리 세일즈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큰 회사일수록 정보가 정확하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는 불행하게도 그리 크지 않는 규모의 실수가 잦은 회사이다. 그럴수록 세일즈들은 고객에게 늘 죄송합니다를 달고 살아야 한다.(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젠 도가 터서 죄송합니다도 자동으로 나온다. 어떤 고객은 자동을 답하는 나에게 너무 AI 같다며 더 구박한다. ㅎ )
하지만 셀몬, 튜나(생물)의 경우는 언제나 변수가 발생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데 배를 갈라 보는 스시맨만이 알 수 있는 셀먼(생물) 상태을 세일즈에게 사진을 보내고 크레디트(가격 조정)를 신청한다.
크레디트를 받으면 몇 단계를 걸쳐 보스의 승인을 받고 고객의 월단위 수금금액에서 제하게 되는데 시간상으로 3~4일은 족히 걸린다. 셀몬 한 마리 가격은 시즌에 따라 무게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8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이다. 적지 않은 금액이기에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처리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