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나는 셀몬을 판다 2

세일즈의 하루

by soojin

즉 말하자면 나의 고객 50% 이상은 한국인 오너들이다.

회사에는 일본인 중국인 한국인 세일즈들이 있다. 희한하게도 한국인 오너들은 한국인 세일즈와 연결하고 싶어 한다. (아마도 같은 언어로 설명하기 쉽고 정서상 찰떡 같이 알아듣는 세일즈가 편하기 때문일 거다)


직업 특성상 고객에게 방문하는 일이 잦다. 가끔은 직접 물건들을 싣고 배송도 한다. 그래서 내 차에는 간이용 수레가 항상 탑재되어 있고 셀몬일 경우가 많아서 차 안에 베인 셀몬 냄새는 덤이다. (셀몬 비린내를 나는 도무지 설명할 길이 없다..ㅜ)

그렇게 방문을 하면 대부분의 사장님들은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밥은 먹고 다니냐"로 물어 봐 주신다. 대답대신 배시시 웃으면 간단한 초밥롤이나 직원식 점심까지 제공해 주신다.(배송일정이 3.4개 겹치는 날은 점심을 2번 이상 먹을 때도 있다. 그래서 살이 안 빠지나..)


거의 식당들은 바쁜 점심시간이 지난 3시 정도에 직원들과 늦은 점심을 한다. 딱 그 시간에 방문하면 어김없이 내 손을 잡아끌어 식탁에 앉히곤 하신다. (일부러 그 시간에 맞춰서 간 것은 아니다.. 진짜다 ) 식탁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 셀몬 상황은 앞으로 어떤지 가격변동이나 품질은 문제가 없는지 특히 다른 가게들은 요즘 비즈니스가 잘 되는지 등등..

간혹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는데 예를 들면 "이민 20년 차이고 그동안 정착하기 위해서 안 해본 고생이 없다" 이거나 "한국에서는 어마어마한 대기업의 임원이었다"까지 그동안의 인생을 파노라마처럼 줄줄 읊으신다.


왜 아니겠는가. 팍팍한 1세대 이민자들의 고된 삶을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다 설명할 길이 있을까 말이다. 대부분 그저 들으며 추임새를 넣기는 하지만 가끔 필을 받아 나의 이야기도 얹는다. (누가 누가 더 고생했나 베틀시작이다. ㅎ) 듣다 보면 너무 짠해서 눈물이 찔끔 나올 때도 있다. 한 번은 사장님과 눈물을 닦으며 고추냉이를 만든 적도 있다 서로 고추냉이 때문에 매워서 우는 거라고 우기며...


그러한 힘든 시간들을 견디어 내고 식당을 개업해서 훌륭한? 자식들을 길러내고 있는 한국인 사장님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민의 이유도 다양하지만 대부분 자식들 교육 때문인 경우가 흔치 않다. 한국 부모란 얼마나 자식들을 위해서 희생하는지 단면을 볼 수 있어 조금은 씁쓸하다. 이렇게까지 자기 인생을 통째로 바꿀 만큼 한국 부모들은 자식에게 올인한다. 그렇게 성장한 자식들은 부모의 노고를 알아주기도 하고 반 캐네디언이 되어 비수를 꽂기도 한다. 때늦은 후회를 하기도 하는데 인생이란 어떤 선택을 하던 후회와 아쉬움이 늘 남기 마련 아닌가.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자식들이 캐나다에서 변호사나 의사 회계사가(흔히 사짜) 되어 자신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고 늘 자랑하며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이민 1세대들도 많이 본다. 그러한들 자신은 결국 식당으로 돌아가 손님 배를 채워주어야 하기에 정작 점심시간을 훌쩍 지난 시간에 겨우 끼니를 챙긴다.


물론 내가 만나는 고객이 일식당을 하는 주인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것도 20-30년 전에 이민 온 어느 정도 연배가 있는 분들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모두에게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요즘 젊은 사장들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요리를 전공했고 미술랭을 몇 년 동안 받은 상패가 걸려있는 영어가 유창한 유학파 사장님들도 존재한다.






나는 오늘도 그들을 도와 셀몬을 싣고 달린다. 맛있는 점심이 아닌 그들의 맛있는 이야기를 들으러 오빠 달려! 가 아닌 셀몬아 달려! 을 외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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