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프랑스와 영국의 호스트 총 여섯 명에게 메일을 보냈다. 반은 한 달이 넘도록 답이 없었고 한 명은 현재 사람을 받고 있지 않다고 해서 깔끔히 포기하고 남은 두 명에게 집중했다. 곧 프랑스에 있는 호스트 에런에게서 답장이 왔다. 서로 기본적인 사항을 물어보는 메일을 몇 번 주고받은 후 바로 왓츠앱(Whatsapp)으로 소통 플랫폼을 바꿨다. 왓츠앱은 유럽의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앱이다.
드디어 에런과 왓츠앱을 시작하고 날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런던 워커웨이 호스트에게서 사정상 나를 받아줄 수 없다는 연락이 왔다. 결국 에런에게 메일을 보내 사정을 설명하며 여행계획을 다시 짤 시간이 필요한데 나중에 다시 연락해도 괜찮겠느냐고 양해를 구했다.
워커웨이에는 언제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다 사람 일이기 때문에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갑자기 호스트 사업이 망해서 누구를 받을 상황이 안 될 수도 있고 워커웨이어가 여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미리 이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대비책을 그려놓는 게 최선이다. 만약 본인에게 사정이 생긴다면 최대한 빨리 호스트에게 말을 해야 한다. 그래야 호스트도 자기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다행히 에런은 일정에 여유가 있었고 이후 다시 조정해서 7월 1일로 날짜를 확정했다.
날짜가 확정되자마자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캐리어를 구매했다. 그리고 워커웨이 전 계획한 파리 여행을 위해 카우치 서핑 웹사이트를 뒤졌다.
카우치 서핑이란 현지에 사는 사람이 여행자에게 잘 곳(주로 소파)을 무료로 빌려주고 여행자와 교류하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웹사이트다. 현지인을 만나고 숙박비까지 절약할 수 있어 도시 여행에서 택할 수 있는 최고의 옵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20대 동양 여성으로서 되도록이면 여행을 많이 다닌 오픈 마인드의 여성 호스트를 찾고 싶었다. 메시지도 많이 보내봤다. 그러나 답장이 아예 없거나 안 된다는 말뿐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내게 먼저 메시지를 보내왔다. 내가 카우치서퍼로서 예정 여행 날짜와 여행지를 호스트들이 볼 수 있게 공개해놨는데 그걸 본 한 호스트가 먼저 연락을 한 것이었다. 쥘은 남자였지만 프로필도 괜찮았고 세 개 정도 있는 리뷰도 나쁘지 않았다. 출국 전 2주 정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성격도 괜찮은 것 같았다. 그는 한국의 빠른 배달문화를 배달원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걱정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일단 가진 옵션이 그뿐이었다.
그래도 그의 집에 들어가기 전 그에게 다른 의도가 없다는 걸 확실히 확인하고 싶었다.
"혹시 친구 이상을 바라고 내게 연락한 거라면 나 말고 다른 사람을 받는 게 나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 오버하는 걸 수도 있지만 만에 하나 그런 거라면 미리 말해주고 싶어서."
그는 여태까지 여러 명의 여성 카우치서퍼를 받았지만 나처럼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심지어 자기는 소파가 아니라 나를 위해 방을 준비해줄 거라며 방 사진까지 보내주며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거라고 안심시켜주었다.
아, 유럽에서는 남자 여자 그런 걸로 걱정하지 않는구나, 내가 너무 닫혀있었나 생각했다. 실제로 유럽 호스텔에는 남녀 혼숙 도미토리룸도 흔했으니까. 그렇게 파리에서의 4일은 그의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물론 잘한 선택은 아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