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번째 이야기
“면역력이 떨어졌습니다.”
다래끼로 한 달 사이 두 번이나 안과를 찾았다. 이십 년 동안 들른 동네안과 의사가 매번 들려주는 이야기다. 일 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했는데 벌써 올해만 세 번째다.
면역력. 적당한 세균의 소란 정도는 별 지장을 받지 않고 지낼 수 있는 힘이다. 내 몸속에 살고 있는 갖가지 균들의 정체를 이렇게 자주 확인할 필요까지는 없는데. 내 몸 하나 지키지 못한다는 말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약을 먹고 찜질을 하며 또 일주일을 보낼 판이다.
“이제 면역이 돼서 괜찮아.”
엄마의 잔소리에 딸아이가 심드렁하게 말한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겠다는 뜻. 그 정도 말로는 나를 움직이게 할 수 없다는 말로 들린다. 그런데 왠지 아이에게는 면역이 능력의 상승보다는 무감각에 가까운 단어가 된 것 같다.
몸은 점점 허물어지는데 마음은 단단하게 성을 쌓아올리는 게 인간들의 어리석은 삶일지도 모른다. 이겨낸다는 말. 누가 누구를, 누가 무엇을 그런다는 것인지 자꾸 잊어버리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