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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뿐인숲 Aug 10. 2019

카페, 어찌 하오리까

열 번째 이야기

지난주에는 가족들과의 외식으로 근교 먹거리촌을 찾았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식사 후 커피를 마시기 위해 주변 카페를 찾았는데 일 년 전만해도 발 디딜 틈이 없던 대형 카페 두 곳이 너무 황량한 모습으로 변해있었기 때문이었다. 주변에 특색 있는 카페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큰 변화였다. 그 중 한 곳은 로스팅과 교육장은 물론 넓은 실내공간과 많은 직원들이 움직이던 곳이었다.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갤러리 카페로 변신했고, 그날은 노인 몇 명만 겨우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건너편 카페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수풀이 무성히 자랐고 사람이 자주 찾지 않은 티가 분명이 날만큼 탁자나 실내의 청결상태도 좋지 않았다. 일 년 전과는 너무나 달라진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단순히 대형매장과 주차공간만으로 손님을 끌기에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져 해법을 찾기 힘든 상황으로 보였다. 유명 도심지처럼 월세 문제가 아닌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고육의 정체성을 담아내지 못한 게 아닐까 짐작은 했지만 정확한 원인은 지켜보지 못했으니 알 길은 없었다. 호기심에 두 카페의 SNS를 찾아보았더니 한 곳은 아예 운영하지 않고, 한 곳은 그나마 불통상태였다. 입지, 맛, 인테리어, 홍보 어느 것 하나만 부족해도 퇴출되는 요즘 환경에서 보면 이같은 결과가 대략은 짐작됐다.     


“요즘은 그 3만 6천원이 아쉽기도 해요.”    


얼마 전 만난 커피업계 종사자가 들려준 이야기다. 컨설팅에 로스팅, 교육까지 병행하는 그는 카페 창업마저 주춤하다며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카페 매출도 요즘이 일 년 중 매출이 고점을 찍을 시점인데 현실이 그렇지 않아 원두 공급에도 차질이 많다는 것.    


“여름에는 아무래도 아이스 메뉴가 많이 나가니까 얼음 채워 차갑게 하고 시럽까지 넣으면 맛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커피 맛 분별하기 힘든 경우가 많죠. 그러다보니 카페 사장님들이 값싼 원두을 사용하려는 유혹에 많이 빠지시죠. 사장님 입장에서는 솔깃할 수밖에 없죠. 거래하던 사장님이 제 공급가의 절반 정도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곳이 있다고 넌지시 말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커피숍 요즘 커피 한 달에 6킬로그램 정도밖에 요즘 쓰지 못하거든요. 킬로그램 당 마진을 6천원 받고 넘기고 있는데 한 달 해봐야 3만6천원 남기는 형편이니, 괜히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곳으로 거래하시라고 했죠. 그렇게 하나 둘 떨어져나가니 손실이 점점 커지더라고요. 그래서  요새는 그 가격에라도 맞춰 공급했어야 하나 생각도 드는 거죠. 그래도 그런 퀄리티를 제공하고 싶지는 않아서 교육이나 다른 일에 좀 더 치중에 만회하려고 하고 있어요.”  

  

싼 재료를 써서 박리다매를 하든, 싼 재료를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하든, 좋은 재료를 적정한 가격에 제공하든 모두 가게 운영자의 몫이다. 윤리적 죄책감은 들지 몰라도 영업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위생문제만 야기하지 않는다면 법적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문제는 재료 단가를 낮추는 것이 결코 장기적인 해법이 될 수는 없는데, 운영자 입장에서는 그렇게라도 버티고 싶다는 점이다.     


창업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묻지마 창업도 주춤하고 있다고 한다. 창업을 목표로 바리스타 학원에서 교육을 수강하는 수강생들의 경우 열 명 중 한 두 명 정도가 머신이나 기물 구매에 관심을 보이고 이 중에서도 가뭄에 콩 나듯이 창업에 나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창업 컨설팅을 진행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답답하긴 매 한가지다. 컨설팅이나 학원을 운영하는 곳에서는 부동산 관계자들과도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경우가 있는데 요즘은 주고받을 정보가 없어 밥도 같이 먹기 힘들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린다. 심지어 커피 관련 서적 선두권을 다투던 자격증 수헙서마저 힘을 못 쓰는 서점이 많다고 하니 어쩌랴.     


더위가 막바지다. 더위가 한풀 꺾이고 나면 좋아질까? 당분간 뾰족한 해법을 찾기는 힘들 것 같아 보이지만 그런 단순한 바람 외에는 불지 않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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