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번째 이야기
“먼지와 책 더미 사이에 철퍼덕 주저앉아 책을 정리하는 것을 잊었다. 책 표지에 있는 여인의 초상화에서 세상과 문을 닫아걸고 죽은 남편을 못 잊어 삶보다 죽음에 가까워지려는 내 모습을 보았다.”
남편의 생물학적 죽음에서 아내가 어떻게 벗어나 자신의 방식으로 남편을 만나고 있는지 처연하게 써내려간 책을 당신에게 전하고 싶었다.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 서로의 정신과 마음까지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같아서.
근처 서점에 재고가 없어 전철을 타고 이웃 서점을 다녀왔다.
비는 여전하고 사람들은 많다.
저마다 우산 하나씩 펼치고 가는데 모두 사연 있는 우산이겠지.
남아돌아 별 고민도 없이 들고 나온 우산이거나
너무 예뻐 아껴두고 가끔씩 꺼내드는 우산이거나
매번 잃어버려 할 수 없이 사게 된 싸구려 우산이거나
사랑했던 그나 그녀가 흔적만 남긴 우산이거나
나는 당신에게 튼튼하지도 예쁘지도 못한 우산인 것은 분명한데
그래도 가방 속에 꼭꼭 숨겨둔 마지막 우산이고 싶네.
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