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섬여행 : 코야오 노이 & 코야오 야이 & 코 란타
누군가 나의 꿈이 무엇이냐 작은 섬에서 땅에 떨어진 과일을 주워먹고 사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이것은 진심이다.
아주 다행인 것은 이런 나의 꿈을 함께 꾸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고, 그래서 우리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은 섬이나 바닷마을 여행을 아주 좋아한다. (필리핀 Port Barton 섬 여행기)
조금 긴 휴가를 내 태국 팡응아 주 푸켓과 크라비근처에 있는 작은 섬들인 코야오 노이, 코야오 야이, 코 란타 섬 여행을 다녀왔다.
내 짝꿍은 나와 만나기 전 인도네시아 여행 4달, 태국 여행 2달 등 동남아만 총 합쳐 거의 1년간 여행을 했었는데 태국에도 방콕, 치앙마이 뿐 아니라 코피피, 코리페, 코란타 등 작은 섬들 여행도 굉장히 많이 다녔었다고 한다. 섬으로 여행을 가자고 마음을 먹은 뒤 구글 맵을 켜두고 어디로 갈까 살펴보다가 이름도 낯선 코야오 노이, 코야오 야이 섬이 눈에 띄었고 검색을 해보다 보니, 비록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고 많은 정보들이 없었지만 꼭 방문해봐야 할 태국의 섬들 기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여 그냥 한번 가보기로했다.
코야오 섬들로 가는 여러 방법들이 있겠지만 우리는 푸켓으로 가서 페리를 타고 섬에 들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밤 늦게 푸켓 공항에 도착하여 올드타운에 있는 카페와 호스텔을 겸한 곳에서 1박을 한 뒤 다음날 아침 코야오 노이로 향하는 페리를 탈 수 있는 Thao khao pier로 향했다.
Thao khao pier에 도착하여 가장 빨리 떠나는 페리의 티켓을 사고 페리에 올라탔다. 페리에는 지역주민으로 보이는 몇몇 이외에는 대부분 유럽 여행객들 이었고 페리를 타고 작은 섬들을 지나갈 때 마다 다들 눈이 휘둥그레져 페리 밖을 바라보는 모습이 재밌었다.
약 1시간여 페리를 타고 바다를 가로질러 코야오 노이에 도착했다. 6,000명 정도가 거주하는 작은 섬 코야오 노이. 도착하자마자 섬을 한바퀴 돌며 관광객들을 숙소로 실어나르는 툭툭에 올랐다.
미리 예약해 둔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스쿠터를 타고 해가 지는 석양을 볼 수 있는 섬의 서쪽편을 향해 달렸다. 아. 얼마만에 맛보는 이 자유란 말인가.
작은 섬 여행을 좋아하는데는 여러 이유들이 있다. 접근성이 어렵지만 그만큼 때묻지 않은 자연과 따뜻한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다. 리조트나 관광산업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기에 선택의 폭이 굉장히 제한적이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자연과 나에게만 집중할 수가 있는 점이 가장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섬의 서쪽으로 오니 석양을 보려고 온 사람들이 몇몇 모여있었다. 팡응아의 크고 작은 섬을 배경으로 해가 넘어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넋놓고 바라보았다.
코야오 노이에서의 둘째날이 밝았다. 온라인에 별다른 정보도 나와있지 않는 작은 섬을 여행하는 방법은 마주치는 동네 사람들이나 동네 식당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어드벤처를 하는 방법 밖엔 없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해야할 것도 봐야할 것도 많은 여행과는 달리 아날로그적으로 사람들을 통해 정보를 얻고, 스스로 찾아가며 주도적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작은 섬 여행의 큰 장점이다.
둘째날은 섬 구석구석 시크릿 비치를 찾아 돌아다녔다. 길이 있을 것 같은 곳이면 우선 그냥 한번 달려보고, 막다른 길에 다르면 다시 돌아온다. 그러다보면 아무도 없는 우리만의 시크릿 비치도 만나고, 뜻밖의 아름다운 풍경들도 만나게된다.
그리고 스쿠터를 달리다가 배가고프면 동네 주민들이 하는 작은 식당에가서 밥을 시켜먹는다. 간판도 이름도 없는 작은 식당들이지만 그 어떤 곳에서 먹었던 태국 음식보다 더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코야오 노이에서는 장기로 여행을 온 은퇴한 유럽 부부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우리처럼 스쿠터를 타고 섬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비키니를 입고 해변가에 누워 태닝을 하는 유럽할머니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나의 꿈인 '섹시하고 건강한 할머니'가 이미 되어 여유롭게 노년을 보내고있는 할머니들을 보며, 나 또한 잘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셋째날, 이틀정도 머물며 정이 들었던 코야오 노이를 잠시 떠나 근처의 섬인 코란타(Koh Lanta)로 가보기로했다. 코란타로 가는 여정은 생각보다 길었다. 코야오 노이에서 보트를 타고 크라비에 도착하여 툭툭을타고 버스정류장으로 가 버스를 갈아탄 뒤 그 버스가 다시 보트를 타고 코란타에 입도하였다.
남편은 약 6년전에 코란타에 와본 적이 있는데 그때의 코란타는 우리가 있었던 코야오노이처럼 훨씬 더 조용한 섬이었다고 한다. 6년 후 다시 찾아온 코란타는 훨씬 더 복잡해지고 관광객들이 많이 늘어나 아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코란타에서의 첫번째 밤은 란타 섬 아주 남쪽에 위치한 Klong Jark에서 보냈다. 도착하자마자 석양을 배경으로 수영을 하고 저녁을 먹으니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았다.
코란타에서의 둘째 날, 아침일찍 일어나 잔디밭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요가를하고 스쿠터를 빌려 섬 남쪽편을 구경하기로했다. 몇몇 해변가를 찾아 수영을 하고 남쪽 끝 View Point 그리고 Klong Jark 국립공원을 돌아봤다.
코란타는 관광객들이 꽤 있고 개발이 조금 된 편이라 그런지 카페나 레스토랑 등이 꽤 있었다. 물론 이름난 다른 유명섬에 비할정도는 아니지만. 스쿠터를 달리다가 코코넛도 한통씩 사먹고, 바다가 보이는 오두막 카페에서 쥬스도 한잔씩 사먹었다.
해질무렵엔 여김없이 숙소 앞 바다에 앉아 멍하니 해가 지는 풍경을 한참 바라보았다. 해가 지고 푸르스름해지는 하늘위로 손톱달이 보이기 시작했다.
코란타에서의 둘째날은 얼마전 이곳에 다녀온 친구 커플에게 소개를 받은 'Same Same But Different'라는 해변가 야외 레스토랑에서 로맨틱한 저녁을 보냈다. 모래사장 위에 놓인 테이블에서 시원한 창 맥주 한잔에 커리와 쏨땀을 먹었다. 밥을 먹으면서 발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모래 감촉이 계속 느껴져 기분이 더 좋았다.
다음날은 코란타의 북쪽으로 이동을했다. 해변가 바로 앞에 위치한 수영장이 딸린 New Coconut 방갈로에 묵기로했다. 방갈로에 딸린 수영장과 레스토랑 바로 앞 해변가가 너무 좋았기에, 방갈로에 머무르며 책도 읽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며 바라보는 선셋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매일매일 이런 선셋을 보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코란타를 둘러보고 다시 코야오 노이로 떠나기로 한날, 코란타에서 코야오노이로 바로가는 페리가 있다라는 얘길 듣고 돌아갈 때에는 페리를 타기로했다. 아프로 머리를 휘날리는 젊은 선장이 운전하는 페리는 최종 목적지인 코야오 노이로 가는 길에 코 줌과 코 야오 야이 섬을 들렀는데 우리는 급히 행선지를 바꿔 코야오 야이에 내려보기로 했다.
작은 불확실성들에 기꺼이 몸을 맡겨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여행 이니까.
코야오 야이에 내려 몇몇 방갈로에 가보았더니 이미 다 만실이라고했다. 워낙 작은 섬이고 숙박시설이 많지 않다보니 묵을 곳을 찾는데 난관에 부딪쳤다. 어떻게 하나 고민하던 찰나, 방갈로 주인분께 농담으로 마당에서라도 잘 수 있는데라고 했더니 마음씨 좋은 주인분이 그럼 텐트에서 오늘 하루 자고 다음날 퇴실하는 룸이 있으니 거기에서 묵으라고했다.
남편과 나는 Happy Accident가 생겨 텐트에서 캠핑을 하게되는 행운이 생겼다며 너무나도 즐거웠다. 바닷가 바로앞 텐트에서 숙박을 하게 된날, 텐트안에 깨끗한 침구도 준비해주셔서 생각보다 너무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낯선 섬에서 첫날밤부터 캠핑이라니, 너무나 낭만적이었다.
코야오 야이에서의 둘째날 아침이 밝았다. 늘 그렇듯 또다시 스쿠터를 타고 섬 한바퀴를 돌며 시크릿 비치들을 찾아나선다. 코야오노이나 코란타보다 훨씬 더 개발이 덜 된 코야오 야이는 생각보다 섬의 크기가 컸고 비포장 도로 4km를 포함해 약 7시간을 스쿠터를 타고 섬 구석구석을 구경했다.
코야오 야이는 정말이지 한적한 섬이었다. 90%이상의 주민이 무슬림인 작고 조용한 섬 동네인 코야오 야이, 동네 깊숙이 들어가 섬에 살고있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이런 오지의 섬 사람들은 가난하고 힘들게 살것이라는 편견과는 달리 아주 깨끗하고 아름다운 집에 그들의 종교 안에서 가족들과함께 소박하지만 아주 평온하고 따뜻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을 마주할 수 있었다.
웨스 앤더슨 영화에 나올법한 예쁜 색깔의 귀여운 집들과 늘 따뜻하게 웃고있는 동네 사람들을 만나며, 마천루가 솟아있는 강남으로 출근하며 마주하는 사람들의 얼굴들과 오버랩되었다. 내가 선택하진 않았지만 대한민국이란 곳에 태어났지만, 앞으로 남아있는 삶의 많은 날들은 내가 있고 싶은 곳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야오 야이에서의 셋째 날에는 배를타고 더 작은 무인도들을 돌아보는 아일랜드 투어를했다. 코야오 야이 숙소 바로앞 바다에서 배를타고 원숭이섬, 홍아일랜드 등 총 5군데의 크고작은 섬들을 돌며 원숭이와 물고기들을 원없이 만났고, 때묻지 않은 바다와 섬을 돌며 자연에 감탄하고 또 감탄하는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 정든 집 같은 코야오 노이 섬으로 다시 돌아왔다. 고작 몇일을 지냈을 뿐인데, 어딘가로 떠났다가 다시 이 섬으로 돌아오니 익숙하고 정이든 고향으로 다시 온 느낌이었다. 코야오 노이에서 갔었던 동네 커피집, 레스토랑을 돌며 익숙한 동네 사람들에게 우리가 다시 돌아왔고 내일 다시 떠나지만 꼭 돌아올께 라며 작별인사를 했다. 그리고 아일랜드 라이프의 마지막날 밤, 섬의 초등학교에서 열리는 동네 잔치에도 다녀왔다.
정든 코야오노이를 떠나 푸켓으로 가는 페리를 기다리며 이탈리아에서 이곳으로 이민을 와서 정착한 분이 운영하는 해변가 피자가게에서 피자를 먹었다. 작은 섬에서의 짧은 아일랜드 라이프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내 삶에 무엇이 중요한지'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다짐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자연이주는 퐁요로움과 여유로움 안에서 자연스럽고 건강하고 단순한 삶. 사랑하고 아끼며 나누는 삶. 매 순간 살아있는 삶. 그런 삶이 나와 짝꿍이 원하는 삶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노부부와 바다를 배경삼아 앞으로 다가올 우리 삶을 위해 시원한 화이트 와인으로 건배를 하며 아일랜드 라이프의 마지막 순간을 떠나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