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필라델피아 카페 여행
커피맛을 알아가면서 커피 한잔이 주는 힘이 커지게 되었다. 커피를 전문가처럼 잘 알지 못하지만 아침에 커피를 정성스레 내려먹고 하루를 시작하는 날은 유난히 하루의 에너지가 달라짐을 느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스타일의 커피빈을 고르게 되었고, 계절마다 어울리는 커피를 찾는 재미도 알게 되었다.
'커피를 파는 집'인 곳이 카페 이지만 카페의 좋고 싫음은 단순히 커피가 맛있고 없음보다는 조금 더 복합적인 것 같다. 공간이라는 것 자체가 여러 가지 요소가 한데 어우러진 복합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카페는 특히나 더 그러한 듯하다.
커피의 맛은 물론이거니와 인테리어, 음악,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브랜딩, 하물며 주인이나 일하는 스텝들의 개인적인 성향도 그 카페가 주는 '이미지'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커피 맛은 정말 좋지만 그 카페에는 오래 앉아 즐기고 싶은 분위기가 아니어서 커피빈만 사서 잽싸게 나오는 경우도 있고, 커피맛은 그저 그렇지만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이어서 길게 앉아있게 되는 카페들도 있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것만큼 커피를 좋아하는 나와 내 짝은 이번 여름 여행 동안 뉴욕과 필라델피아에서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커피와 카페를 찾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많은 카페들을 다니고, 커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었다.
두 도시의 여러 카페를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커피를 경험하는 것도 물론 좋았지만 각각의 카페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한잔의 커피를 즐기고 있는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참으로 좋았었다. 때로는 그 풍경 속에 나도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도 하고, 때로는 액자 속 그림처럼 풍경을 감상하면서 말이다. 여행에서는 누군가의 일상을 감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 삶에 큰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여행이 끝나고 나의 도시에서 다시 바쁜 일상을 살고 있는 요즘, 내가 사는 이 도시에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 여행 중 만났던 무수한 커피한잔의 풍경들을 떠올려본다.
1. GREEN STREET 그린 스트릿
미국에 도착해 제일 먼저 갔던 카페인 그린 스트리트. 밤늦게 필라델피아에 도착했던 우리는 친구들과 뜨거운 재회의 시간을 보내고 이른아침을 시작하며 찾았던 카페이다.
조금은 낯설지만 익숙한듯 했던 새로운 도시의 첫 카페. 우연히도 그린 스트릿의 바리스타는 11월에 서울 여행을 간다고 했다.
볕이 잘드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새로운 이 도시의 사람들을 찬찬히 지켜봤다. 이곳에 사람들이 아침을 어떻게 맞이하는지를.
2. La Colombe Coffee Roasters 라 콜롬브
라 콜롬브는 여행 오기 전부터 가장 가보고 싶었던 카페였다. 여러 로케이션들 중에서도 필라델피아 피시 타운에 위치한 라콜름브 매장을 말이다.
현재 필라델피아, 뉴욕, 워싱턴, 보스턴, 시카고 그리고 서울까지 6개 도시에 20여 개의 매장이 있는 라 콜롬브는 1994년 필라델피아 리튼하우스 스퀘어에 작은 카페로 출발했었다. 공정무역으로 유명한 라 콜롬브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손을 잡고 수익금을 자선기금으로 쓰는 원두 라인인 'Lyon'라인을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갔던 라 콜롬브 매장이 위치해있는 필라델피아 피시 타운은 원래 가난하고 개발이 잘 안된 지역이었으나 싼 임대료 등으로 아티스트들이 많이 이주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해진 동네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빈티지샵, 바, 레스토랑 등과 같은 곳들이 많이 몰려있었다. 큰 공장 같은걸 개조해 만든 것 같은 피시 타운 라 콜롬브 매장은 높은 목조 구조의 천정에 오래된 붉은 벽돌 위에 새겨진 아기자기한 벽화 등 탁 트인 공간이 너무나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들로 카페는 북적였고, 베이커리와 간단한 음식메뉴들도 판매를 해서 샌드위치나 샐러드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특이한 것은 커피를 주문하고 서빙하는 바 옆에 맥주나 칵테일 메뉴를 판매하는 바가 갖추어져 있었고, 로컬 크래프트 맥주 등도 판매를 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 하루를 시작하며 들린 로컬 사람들, 이 곳을 지나가던 경찰관들, 우리와 같은 관광객들이 조화된 풍경이었다.
3. ReAnimator 리애니메이터
필라델피아 피시 타운과 켄싱턴 두 곳에 위치한 리애니메이터 카페. 우리는 켄싱턴에 있는 리 애니메이터에 갔었다. 꽤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어서 길을 못 찾고 한참을 헤매다가 건물 밖 작은 테이블에 옹기종기 앉아서 커피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아 여기구나 하며 찾았다.
커피의 원산지를 찾는 것이든 새롭고 유니크한 커피를 발굴하는 것이든 고객들과 얘기를 하는 것까지 모두 다 '경험'을 추구한다는 리 애니메이터는 매장에서도 젊고 실험적인 것을 추구하는 그들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갔었을 때는 카페 안에 손님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바리스타나 로스터들의 분주함으로 카페가 꽉 찬 느낌이었다.
4. Rival Brothers 라이벌 브라더스
필라델피아의 한적한 동네 모퉁이에 자리 잡은 라이벌 브라더스 카페는 일요일 아침 모닝커피를 즐기는 로컬 사람들로 좁은 가게가 북적였다.
2011년 필라델피아 출신의 오래된 두 친구 조나단(Jonathan Adams)과 데미안(Damien Pileggi)이 시작한 카페로 커피 이외에 로컬에서 만든 초콜릿과 재미난 기념품 등도 함께 판매를 하고 있었다.
동네에 자주 가는 카페 같던 라이벌 브라더스는 무엇보다도 편안함이 느껴지는 곳으로, 이곳에 있던 사람들도 한결 가벼운 표정들에 친근한 미소를 띠고 있어 어딘가 모르게 편안하고 인숙 한 풍경 같아 보였다.
5. IRVING FARM COFFEE ROASTERS 어빙 팜 커피 로스터스
모노클 뉴욕 가이드에서 추천한 것을 보고 가게 되었던 어빙 팜. 핸드크래프트, 오가닉, 페어트레이드와 같은 것들이 유행하기 전인 1996년부터 이러한 방식들을 고집하며 커피를 만들어 온 곳이라고 한다.
뉴욕에 4개의 매장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내가 갔던 곳은 로어 이스트사이드에 위치한 곳이었다. 이 카페는 함께 여행하던 짝과 다툰 후 뛰쳐나와 혼자 갔었던 카페로 테이블에 앉아 혼자서 얼마나 궁상을 떨었는지 모른다.
뉴욕의 쏟아지는 아침 햇빛 사이로 오고 가던 사람들과 그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미소로 아침을 열어주던 바리스타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좋았던 곳이다.
6. STUMP TOWN 스텀프 타운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스텀프 타운. 포틀랜드에서 시작한 스텀프 타운은 포틀랜드뿐만 아니라 시애틀, 뉴욕, LA 등 에도 매장이 있다. 그중 뉴욕에서는 2군데의 매장이 있는데 하나는 워싱턴 스퀘어 파크 근처 그리고 다른 하나는 특이하게 ACE호텔 로비에 위치해있다.
ACE호텔에도 들렀으나 너무 복잡하여 워싱턴 스퀘어 파크 근처 스텀프 타운으로 자릴 옮겼다. 뉴욕의 중심가에 위치한 곳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무척 많았으며 대부분 느긋하고 여유로운 모습 같아 보이진 않았다. 뉴욕대학교 바로 근처에 위치한 카페라 그런지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7. Devocion 데보씨옹
브룩클린 윌리엄스버그에 위치한 데보씨옹 카페. 콜롬비아 커피만을 판매하는 데보씨옹은 세계에서 유일한 'FARM-TO-TABLE' 커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콜롬비아에서 수확한 빈을 항공배송으로 열흘 안에 받아 로스팅하여 신선함을 최상으로 유지한다고 한다.
문을 열면 좁다란 입구 옆으로 커다란 로스팅 룸, 붉은 벽돌로 마감한 벽면, 앤티크 한 가구들. 유리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식물로 장신한 벽은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트렌디한 느낌을 준다. 특히나 노-오란 커피잔들과 커피빈 백, 파라솔이 참으로 귀여웠다.
데보씨옹은 카페라기보다 도서관이라고 느껴질 만큼 사람들이 조용조용히 뭔가에 집중하여하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을 한 명 한 명씩 보며 저 사람은 스크린에 이런 작업을 하고 있을 것 같아라며 생각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Timeout과 같은 무가지나 신문 등을 볼 수 있도록 비치해두어 나도 괜히 Timeout을 한 권 가져와 읽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