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생활

스티키리키 오픈

by Sentimental Vagabond


5월은 스티키리키로 시작해 스티키리키로 끝난 달이다.


5월 첫주 황금연휴동안에는 스티키리키 오픈의 막바지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가게 내부 공사가 어느정도 마무리 되고, 디자이너 친구인 케빈과 함께 간판, 벽면 로고 페인팅 작업, 네온사인 작업 등 스티키리키의 색깔을 입히는 작업들만 남겨놓고 있었다.


가게 계약때부터 있었던 엄청나게 큰 간판은 고심끝에 결국 스티키리키 키컬러로 페인트를 칠하고, 케빈이 핸드페인팅으로 간판을 만드는 것으로 결정했다.


물걸레로 간판을 깨끗이 청소한다음 벤자민무어에서 페인트를 사다가 총 네겹을 칠했다. 사다리에 올라가 간판을 올려다보고 페인트 칠을 하는게 꽤 고된 일이었는데, 동네 페인트 가게 사장님께서 낚시대 처럼 긴 롤러를 빌려주셔서 깨끗하게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개업후에는 휴지도 선물로 주시고, 동네 어르신들의 인심이 참 따뜻한 곳이다.


파란색 밑바탕 페인트칠이 다 완성되고, 케빈의 로고 페이팅 작업이 시작됐다. 케빈은 디자인만 잘하는게 아니라 가게 준비를 하면서 나와 짝이 지쳐있을 때 마다 엄청나게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 넣어주고, 용기를 북돋아준 너무 고마운 친구이다.



외부 페인팅과 함께 내부 벽면 로고 페인팅도 작업에 들어갔다. 케빈과 내가 작업을 하는 동안 짝은 열심히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5월 6일 소프트 오프닝날.

아침부터 분주하게 가게 준비가 덜 된 부분들을 마무리 짓고, 청소도 하고 아이스크림 판매를 개시했다.



지나다니며 공사하는 걸 유심히 봤다며 동네 어르신들이나 젊은 부부 가족들도 많이 찾아 주었고, 친구들도 정말 많이 찾아와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구에서 우리 가족들이 올라와 함께 축하 해주었다. 네식구에서 오빠랑 나랑 각자 짝들이 더해져 여섯 식구로 늘어난 모습이 흐뭇하고 따뜻한 모습이었다.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께 카드와 카네이션도 준비해 드렸고 진심으로 기뻐하시는 모습이었다.



맑은 날이 많았던 5월은 유난히 반짝이는 날들이 많았다. 장미의 계절에 우리는 우리의 손으로 새로운 미래를 일구었고, 그 변화는 생각보다도 빨리 체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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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5월13일 토요일 드디어 스티키리키의 오프닝 파티. 늦어질까 조마조마했던 네온사인도 제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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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날 점심쯤 번개가 치고 비가 쏟아졌지만 금방 다시 하늘이 맑게 개었다. 걱정과 달리 정말 많은 친구들과 사람들이 와주었고, 준비하는 내내 상상해오던 오프닝파티의 딱 그 장면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5월16일은 짝꿍의 생일이었고, 가게 준비로 정신이 없었던 터라 하루 문을 닫고 소박하게 저녁 한끼 먹는 것으로 생일파티를 대신했다.



그리고 5월에는나의 인생책이자 가장 큰 스승인 유발하라리의 신간 '호모데우스'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5월의 변화중 작지만 큰 변화는 오랫동안 묵혀둔 필름카메라를 다시 꺼내게 됐다는 것이다. 회사생활을 시작하고 어느 날인가부터 돈 되는 일, 즉 쓸모있는 일만을 하게 된 것 같다. 쓸모라는 것도 결국엔 타자에 의해서 규정되는 것인데 말이다. 몸에 힘을 빼고 좀더 쓸모없는 일을 나에게 허락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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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5월 25일 월급날, 퇴근 하는 길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약 한다발과 가게에 놔둘 파란 꽃 한다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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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5월의 마지막 주말도 스티키리키와 함께 보냈다.


나는 주로 평일에는 노동자(돈 버는 사람, 싫은 일이라도 참고 해야하는 사람)와 주말에는 소비자(돈 쓰는 사람, 지불하는 돈만큼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로만 살아왔다. 그러다 짝과 스티키리키 덕분에 새로운 일상이 끼어 들었다. 물론 내가 만드는 아이스크림은 아니지만 조금씩 아이스크림 만드는 방법도 배우고, 손으로 직접 만든 무언가로 인해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일은 생각보다 더 큰 보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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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시간 바래왔던 마음처럼 앞으로도 짝꿍이 행복하게 계속해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갔으면 한다.

그래서 스티키리키는 세상의 움직임과는 조금 독립적일 수 있기를,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돈보다는 더 나은 아이스크림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에게 가치를 두고 열심히 일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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