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함이 가득한 한달
6월은 아이스크림가게 오픈 뒤 그 전의 일상과 달리 새로롭게 끼어든 일상들로 때론 분주하기도, 때론 화가 나기도, 때론 감사하기도 했던 날들이 많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건(?)은 결혼을 한 것.
6월은 매주마다 새로운 과일을 손질했다. 아이스크림 메뉴 중 과일로 만든 소르베나 셔버트는 반드시 하나씩 만드는데, 그 과일 손질을 담당하는 역할이 나의 새로운 일상이 된 것이다.
포항에서 농장을 하시는 이모가 산딸기를 수확하시자마자 30kg을 보내주셨다. 산딸기 30kg을 손질하며 나라는 인간의 인내심의 끝을 본듯 했다.
오디를 손질하며 손이 까맣게 오디물이 들었고,
엄마 친구가 기른 복숭아로 여름맛을 보기도 했으며,
수박씨를 발라내다가 또 한번 인내심의 끝을 맛보기도 하고,
상큼한 라임향이 손에 베일때는 기분도 덩달아 상큼해졌다.
그리고 또 하나의 새로운 일상은 매 주말마다 새로운 꽃을 사서 화병의 꽃을 꽂아두는 일이었는데, 경리단에 살때부터 자주 갔던 꽃집에 매주 토요일마다 들러 새로운 꽃 한다발을 안고 신이난 걸음으로 가게로 향했다. 이사를 하고선 한동안 갈일이 없던 경리단이었는데, 5년간 살며 수 많은 추억이 서린 동네라 갈 때마다 옛 기억을 한참 떠 올려 보곤 했었다.
특히나 해바라기를 한아름 골라 든 날엔 옆에서 같이 꽃을 고르던 흑인 아주머니도 날 따라 해바라기 한다발을 고르셨는데 꽃집을 나와서도 해바라기 한아름을 들고 서로 몇번이나 눈인사를 했는지 모른다.
6월엔 날씨가 맑은날이 참으로 많았는데 아침에 출근을 하며, 퇴근길에, 혹은 가게로 향하는 길마다 마주치는 하늘과 빛과 풍경에 감사한 날들이 많았다.
그리고 또 감사하게도, 6월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을 일들이 참으로 많았다.
가게일을 마치고 짝과 함께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양꼬치 집에서 양꼬치를,
새로오신 팀장님과 함께 오레노 키친에서 스테이크며 랍스터며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즐거웠던 팀회식도 있었고,
친구들이 사다준 사르딘과 파테, 치즈와 함께 집에서 와인을 마시며 음식으로 세계여행을 해본 날도 있었고,
일을 마치고 우리가 젤 좋아하는 동네 막걸리집에서 야식을 즐긴 날도 있었고,
어느 저녁엔 데이트를 하며 백미당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서울로를 함께 걷기도 했었다.
숙취가 심한날 혼자 먹었던 쌀국수도
오랜만에 친구들과 소소라면 사장님과 함께 길에서 닭꼬치에 맥주를 먹으며 하하호호 신난 밤도 있었고,
연차를 쓴 친구가 회사 근처로 놀러와서 함께 평양냉면을 먹고 도산공원 산책을 한 날.
결혼을 앞둔 친구와 배터지게 태국음식을 먹으며 고등학교 때 얘기로 깔깔거린 저녁,
몇날몇일 너무나 먹고 싶던 물회를 먹으며 행복하다 소리 지른 밤,
엄마가 보내준 복숭아, 미국엄마가 보내준 앤초비에 와인을 마시고,
회사 친구와 저녁 일을 마치고 맥파이에서 새로나온 맥주도 마시고,
6월은 정말이지 감사함으로 가득찬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6월 27일.
우리는 결혼을 했다.
우리는 이미 2년전 부터 함께 살고 있었고, 양쪽 가족들 모두 우리가 함께 미래를 그리고 있는 사이로 인정해주고 함께 여행도 여러번 다녀오고 했었다. 언제부터 함께 미래를 하자 했는지라고 하면 정확히 기억 나진 않지만, 그냥 모든게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흘러왔다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4년전 늦 여름 처음 만난 이후에 처음엔 서로 알아가고 싶은 사이였고, 너무나 다르지만 이해하고 함께하고 싶은 사이였다. 복잡한 도시부터 무인도까지, 내가 자라온 곳, 짝꿍이 자라온 곳, 수 많은 곳을 함께 다니며 우리는 서로를 더 이해하고 사랑하게 됐고, 같이 살아보게 됐다. 같이 살면서 더 깊이 들여다 본 서로의 민낯에도 우리는 함께하고 있음이 행복했고, 계속해서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처음엔 수줍은 사이에서, 연인이자 룸메이트로,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인생의 파트너로. 많은 단계를 거쳐오며 내가 성장하고 짝이 성장하는 만큼 우리의 관계도 많이 성장을 했다.
미국에 계신 가족과 친구들과 시간을 맞춰보고 올 해 가을쯤이나 내년 봄쯤엔 작은 파티를 하기로 하고, 혼인신고는 미리 하기로 결정을 했다. 딱히 6월 27일이 무슨 날이라서라기보다, 가게도 쉬고 휴가도 내기 적당한 날이고 하여 구청에가서 결혼신고를 하고 제주도에 짧게 다녀왔다.
함께 많은 여행도 해봤고, 늘상 같이 시간을 보내는 터라 '미니 허니문'이라 이름붙인 이번 여행이 굉장히 설렌다기보다, 가게 오픈부터 계속해서 쉼없이 일하고 좀 지쳐있던 터라 짧은 쉼표를 찍는다는 마음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여행동안엔 딱히 많은걸 하진 않았다. 날씨가 좋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늘 그렇듯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볼륨을 높여 바닷길을, 숲길을 달리고 농담을 주고받고. 딱 이만큼으로도 행복하다.
그리고, 평대리 근처 작은 해변가에서 맥주한잔과 함께 짝의 오랜 염원이던 패들볼도 치고 수영도 했다.
여행동안 유난히 좋았던 두가지 순간이 있다면, 비내리는 아침 숲이 보이는 큰 창문이 있는 카페에서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피천득을 읽은 일, 조용히 눈을 감고 피아노 음악을 감상하던 카페 주인 부부의 온화한 얼굴.
그리고 조천 수산에서 광어와 한치회를 떠다가 부둣가에서 먹은 일, 쉬크한 사장님이 정답게 서비스로 막걸리를 건넬때의 따뜻한 미소.
감사함이 가득했던 6월,
무엇보다 인생을 함께 걸어갈 파트너를 만났다는 것에 가장 감사하며 6월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