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하는 생활
7월1일은 동네 주민센터 체육관에 등록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다이어트의 목적이라기 보단 가게 준비와 회사일을 병행하다보니 체력이 많이 부족함을 느꼈다. 그래서 가게가 쉬는 날인 월요일과 화요일, 그리고 금요일 토요일을 운동하는 날로 정해 1시간 정도 런닝머신과 근력운동을 시작했는데 7월 한달동안 스스로 약속한 대로 스케줄을 지키며 운동을 하고나니 컨디션이 훨씬 좋아졌다. 덩달아 몸무게도 4kg정도 감량을 했다. 3개월을 끊어뒀는데, 회원권이 끝나는 9월말부터는 올해의 가장 큰 목표중인 하나였던 수영배우기에 도전을 해보려고한다.
5월즈음 부터 쓸모없는 일을 좀 더 해보자며 오랫동안 묵혀뒀던 필름카메라를 꺼내 찍기 시작했는데, 첫롤들을 현상하고 보니 지난 봄들의 기억이 빼곡히 저장되어있었다. 사진도 오랜만에 찍은 것 치고는 꽤 만족스러웠다. 시간차를 두고 일상의 단편들을 다시 꺼내보니 무심코 지나갔던 그날의 감정들이 다시 떠오른다.
가게를 시작하고 보니 짝꿍과 마주앉아 밥한끼 느긋하게 즐기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가게를 쉬는 날은 근사하게 까진 아니더라도 스스로 좀 더 관대하게 좋은 식사를 즐기려고 노력했다. 어느날 저녁은 친구 라이너스가 운영하는 '라이너스 바베큐'에가서 바베큐 플래터를 먹었고, 또 다른 날은 친구 빌리가 운영하는 위스키 바 '블랙리스트'에서 셰프와 함께 하는 팝업 디너에도 갔었다. 그리고 가게 일을 마친 뒤 동네에 우리가 좋아하는 '야루키'라는 이자카야에서 가지튀김, 타코 가라아케 등 맛있는 요리들과 함께 하이볼을 즐긴 밤들도 있었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what the health나 건강한 식단을 찾아서 같은 다큐멘터리를 보고선 채식주의자가 되어야하나 몇일간 고민을 하며 콩국수나 두부같은 것들을 찾아 먹은 날들도 있었다.
7월은 지루한 장마가 계속됐다. 비가오고 흐린날이 계속되다보니 전체적으로 컨디션도 좋지 않았고, 가게 손님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
7월엔 우리 가족에게 또 하나의 좋은 소식이 생겼다. 3월에 결혼한 오빠네에 애기가 생긴것, 오빠가 임신 소식을 전하기 2주전 쯤 정말 아름다운 벚꽃 나무 꿈을 꾸고선 태몽인것 같다 했었는데 내가 꾼 꿈이 정말 조카의 태몽이 맞았던 듯 하다. 5년 전쯤 부모님의 사업실패로 몇년간 힘든시기를 함께 버텨왔기에, 올 한해 좋은 소식들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함께 했으면. 그리고 나의 첫 조카가 건강하게 세상으로 나오길 간절히 바래본다.
그리고 7월 셋째주엔 월요일은 부산출장, 수요일은 음성출장. 연달아 이어진 출장에 피곤이 배로 쌓였었다. 그래도 부산에 출장 간김에 그간 가보고 싶었던 복순도가 플래그쉽에가서 복순도가 막걸리와 파전을 먹는 호사를 누렸다. 한때 진지하게 외국에가서 막걸리를 빚어볼 계획으로 막걸리 학교에 다닌 적이 있었는데, 복순도가를 마시며 막걸리는 정말로 저평가 된 술 중 하나가 아닐까 다시 한번 생각했다.
그리고 7월엔 반가운 이들이 많이 찾아왔다. 이태리에서 공부 하고 있는 데미안이 여름방학을 맞아 돌아 왔고, 미국에 살고 있는 팀과 지민언니도 한국에 왔었고, 독일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도 일주일간 짧게 한국을 찾았다. 가게를 하고선 가장 큰 변화라 치면 사람들이 우리의 공간으로 찾아 온다는 것인데, 7월에 한국을 잠시 찾은 친구들 모두 가게에 와주었다.
대학 친구인 최지석군이 돌아온 기념으로 대학 선후배 동기들 한 열명쯤 모였었는데, 그 중엔 나와 베프가 대학시절 내내 사귀었던 남자친구들도 포함됐었다.
조금의 여유가 허락된 저녁엔 독일에서 온 친구가 사다준 와인에 토마토 살사를 만들어 먹고, 박준 시인의 새로운 산문집을 끌어안고 마음을 적신밤도 있었다.
7월의 마지막날은 가족들과 함께 엄마의 고향인 울진으로 짧은 여행을 갔다. 가족이 넷이었는데 오빠와 나의 결혼으로 여섯이 되었고 내년에 조카가 태어나면 어느새 일곱이 된다. 하드코어 경상도 가족인 우리집은 사랑이 넘치는 엄마를 제외하곤 딱히 애정표현이라던가 살가운 대화를 주고받는 가족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과는 언제봐도 편안하게 마음을 놓고 무너져도 되는 것이 좋다.
다정함이 넘치는 엄마는 사람들과도 정말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탁월함이 있는데, 이번여행도 엄마의 고등학교 동창 아저씨 덕분에 대게부터 제트스키까지 풀코스로 아주 잘 즐길 수 있었다.
뜨거운 여름 한가운데서 지난 여름들을 돌아본다. 정신없이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찾아 헤매던 여름들이 있었다. 넘치는 마음을 쏟아부을 곳들을.
시간이 흘러 마음을 집중할 것들이 조금씩 추려지고 나니 에너지가 좀더 한방향으로 모여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들이 확실히 줄었다. 어쩌면 단조로워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단조로움 안에서 깊이가 더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이번 여름은 유난히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듯 하다. 이번 여름은 유독 기억에 많이 남을 여름이 될 것 같다.
7월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