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우장 한쪽에는 소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구역이 있다. 투우사와 싸우다가 지친 소는 자신이 정한 장소로 가서 숨을 고르며 힘을 모은다. 기운을 되찾아 계속 싸우기 위해서다. 그곳에 있으면 소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소만 아는 그 자리를 스페인 어로 퀘렌시아(Querencia)라고 부른다. 피난처, 안식처라는 뜻이다.
류시화 작가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서 읽은 이야기이다.
투우소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그런 장소들이 있다. 한 박자 쉬어갈 때 찾는 곳, 힘들고 지쳤을 때 기운을 얻는 곳, 가장 진실한 내가 될 수 있고 자기 자신에 가장 가까워질 수 있는 곳.
나에게 퀘렌시아는 '잠(Sleep)'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어떤 환경에서도 깊은 잠을 잘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 그래서 힘들고 지쳤을 때, 기운이 필요할 때 깊은 잠을 청했다. 깊은 잠에서 깨면 어느 정도 회복은 되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잠은 진정한 의미의 회복이라기보다는 내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도피였다.
그러나 요가를 시작하고 나의 퀘렌시아는 요가매트 위가 되었다. 숨 쉬는 것도 까먹을 만큼 바쁘게 일한 날, 힘이 들고 진이 빠진 날, 무기력한 날, 마음에 상처를 입은 날, 몸이 찌뿌둥한 날 요가매트로 달려갔다. 요가매트 위에서 다시 호흡을 고르고, 마음을 추스르고 나면 요가매트 밖에서의 나도 다시 괜찮아졌다.
우리의 삶이 늘 평온할 수만은 없기에 우리는 각자의 퀘렌시아가 필요하다. 누군가에게는 등산이, 요리가, 여행이 혹은 어떤 물리적인 공간이 퀘렌시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나 답고, 나를 지킬 수 있는 나만의 퀘렌시아, 요가매트에서 계속 나를 지켜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