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길 위에서

미국 서부 로드트립 - 프롤로그

코로나로 여행이 그리운 지금

by Sentimental Vagabond

다음 여행의 비행기표를 부적 삼아 살아가는 나에게, 코로나로 여행길이 막혀버린 지금 그 어느 때 보다 답답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마스크를 끼고 덥고 습한 출근길을 걷다가 우울한 마음이 불쑥 찾아오곤 한다. 그럴 때면 누군가는 코로나로 생과사를 오가고 누군가는 이 질병의 가장 프런트라인에서 고분군투하고 있는데 고작 여행을 못 가는 게 마스크를 쓰는 게 무슨 대수라고 하며 우울한 마음을 접어 한 귀퉁이에 잘 넣어둔다.


그러나 이것도 7개월째, 언제 끝날지 아니면 정말 끝나기는 할까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 현실에서 답을 찾을 수 없을 때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해 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짝꿍과 10주년인 2023년에 이탈리아 아말피 로드트립을 하자고 했던 약속이 떠올라 여행자금을 모을 적금을 개설하니 마음이 좀 누그러진다. 그리고 올해 2월, 남편과 2주간 떠났던 미국 서부 여행을 다시 한번 기록해 보기로 했다.




2019년, 함께하는 7번째 크리스마스이다. 크리스마스 몬스터라 불리는 나와 짝꿍의 한 해는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시즌이 나뉜다. 12월 한 달 동안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며 우리만의 여러 크리스마스 의식을 치른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 블렌드 커피를 나눠마시고, 넛크래커 발레를 보러 가고, 크리스마스 아침 서로 선물을 주고받고, 한 해 동안 열심히 살아온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하며 한 해의 마무리를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끝난 1~2월에는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기 위한 방학 같은 긴 여행을 떠난다. 스티키 리키라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3년째 운영 중인데, 첫 번째 겨울방학은 미국 동부 뉴욕과 필라델피아로 아이스크림 공부를 위한 여행을 떠났었고, 두 번째 겨울방학은 태국의 섬들을 여행했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전통이 되어버린 크리스마스


올해, 2020년 2월에는 미국 서부 로드트립을 하기로 했다. 미국 필라델피아가 짝꿍의 고향이다 보니 뉴욕과 필라델피아 등 동부는 여러 번 함께 여행을 해본 적이 있지만 서부는 가본 적이 없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미국 사람인 남편을 더 깊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랬으며 또한 미국의 광활한 대자연을 느끼고 싶었다. 물론 아이스크림 리서치도 빼놓을 수 없고 말이다. 그리하여 샌프란시스코로 들어가 차를 빌려 1번 퍼시픽 하이웨이를 따라 L.A 까지 갔다가 L.A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루트로 크게 정했다.


2월 4일, 떠나는 날을 앞두고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 를 짝꿍과 함께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먼 나라 이웃나라 미국 편을 읽으며, 간략하게나마 미국의 역사를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여행은 가기 전, 여행길에서, 다녀온 뒤를 모두 즐겨야 제맛이기에.



길 위에서 책을 다 읽었을 때쯤 드디어 기다리던 여행날이 되었다. 이번 로드트립에서는 어떤 장면들과 마주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또 어떤 추억들을 만들게 될지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여행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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