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하면 가장 좋은 것은?!
#필리핀에서 두 달 살기-두 번째 이야기.
원래 열흘 정도 계획하고 온 휴가였지만 당장 한국에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얼마나 머물지였다. 일단 무비자로 한 달간 체류할 수 있지만 그 이후로는 비자 연장을 해야 한다. 한 달은 좀 아쉽고 두 번째 연장부터는 조금 복잡해 보여서 매우 심플하게 두 달 살기를 결정했다. 갑자기 한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두 달 이후에는 좀 잠잠해지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당시 필리핀 확진자가 3명에서 더 늘지 않았기 때문에 이보다 더한 청정 구역은 없다고 생각했다.
비자를 연장하는 곳은 다행히 집 근처 쇼핑몰에 있었다. 당일 발급은 1000페소(한화 2,3000원) 정도만 추가로 내면 되지만 매우 시간이 많기 때문에 2000페소를 내고 레귤러 비자를 받았다. 공항에서도 1달러를 내면 '빨리빨리'가 가능하다. 현지인들이 어눌하게 '빨리빨리'를 외칠 정도니까! 한국 사람들이 성격이 급하다는 것은 여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비자를 연장했으니 무엇을 할까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그냥 놀고먹는 것보다 뭔가 배워가면 좋으니까! 필리핀에서 압도적으로 싼 것은 인건비다. 한화로 만원 정도면 집을 반짝반짝 청소해 주는 도우미(아떼)도 쓸 수 있고 튜터 시급도 경력에 따라 다르지만 시간당 5천 원에서 만 원 정도이다. 그래서 튜터를 적극 활용해 볼 계획이다.
전부터 공부해 보고 싶었던 중국어를 공부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2외국어로 배워두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중국 학생들이 많은 편이라 전부터 학생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중국인한테 수업을 받기도 좀 그렇고 필리핀에서 중국어를 공부하는 것도 좀 이상한 것 같았다.
다음으로 언니가 미술을 배워보는 건 어떠냐고 했다. 평소에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기도 해서 흥미가 생겼다. 마침 조카가 전에 수업받았던 선생님이 실력도 좋고 영어도 잘한다고 해서 연락을 해 봤다. 하지만 필리핀도 휴교령이 내려진 상태라 선생님의 일정이 꽉 찼다고 한다.
형부는 필리핀에서 수영을 꼭 배우고 가라고 한다. 언니가 사는 아파트에 수영장이 있어서 씻기도 편하고 이용객도 많지 않아 한산하다. 성수기 워터파크와 비교하면 신세계! 마침 조카도 수영 튜터를 구하고 있어서 같이 배우면 좋을 것 같다. 기본적인 호흡법은 형부가 가르쳐 주기로 했다.
결국 돌고 돌아 내린 결론은 영어! 사실 커리어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영어는 잘하면 좋기도 하고 선생님과 1:1로 수업을 받는 것이 한국의 1/6 정도면 가능하다. 혹시 모를 해외 취업을 위해 이력서와 커버레터도 미리 써 두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또 오랜만에 현지인이 가르치는 언어 수업을 듣는 것이어서 나중에 내가 한국어 수업을 할 때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계획과 고민만으로 꽉 찬 하루였지만 남은 두 달을 알차게 보낼 생각에 설레기 시작했다. 이 계획이 아무 의미가 없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