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그냥 돌아갈까?
#필리핀에서 두 달 살기 - 다섯 번째 이야기
매일 한국의 상황을 뉴스로 확인하고 있는데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그래서 그런지 최초 발병지인 중국인에 향했던 냉소적인 시선이 한국인으로 향했다. 사실 나는 입국한 지 이미 2주 정도 되었고 코로나와 비슷한 증상은 전혀 발현되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여행객과 다르게 관광이 목적이 아니라 가족의 집에 방문한 것이기 때문에 가는 것도 한정적이다. 보통 조카와 학원에 가고 집에서 공부하거나 집안일을 한다. 평소에는 배달하거나 요리를 해 먹는다. 기껏해야 주말에 근처 몰에 가서 외식을 하거나 커피를 사 먹는 것이 유일한 외출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사정과 동선을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설명할 수도 없기에 기꺼이 불친절함을 감수하고 불안감을 심어줄 수밖에 없다.
몸소 불편한 시선을 체험하고 있을 즈음, 사건이 터졌다.
'한국에서 손님이 오셨다고요?'
언니에게 온 한 통의 문자. 언니가 도우미를 주 2회 쓰고 있는데 같은 도우미를 쓰고 있는 다른 한국 사람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그 도우미가 날 바라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더니 다른 집에 가서 이야기한 모양이었다. 아마 금방 갈 줄 알았는데 나의 체류 기간이 늘어나면서 불안했던 것 같다. 만약 내가 확진자라면 도우미에게도 전염이 될 수 있고 그 도우미를 고용한 한국인 집에도 피해가 될 수 있다. 언니는 이미 체류 기간이 2주 정도 되었고 대구가 아닌 경기도에서 왔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아야 했다.
슬픈 소식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언니네 운전기사가 내가 온 이후로 생전 안 쓰던 마스크를 쓰면서 내 눈치를 살살 보더니 돌연 그만둔다는 것이다. 필리핀에서 사람을 쓰기란 쉽지 않다. 아니 굉장히 싸게 사람을 구하기 쉽지만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건 매우 어렵다. 한 달 정도 일하면서 백 프로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어디에서 사람을 구할지, 당장 형부 출근은 어떻게 할지 착잡한 언니의 모습을 보니 나도 마음이 무거웠다.
생각해 보니 나도 한국에 있을 때 중국 말만 들어도 거리를 유지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런데 내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잠재적 바이러스 취급을 당하게 되니 그 사람들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며 미안해졌다. 무엇보다 언니네 가족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생각에 서둘러 귀국을 해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이곳의 생활이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너무 빨리 위기가 찾아왔다. 오늘도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