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지 않아서 성립하지 않는다

by Peppone

말을 걸지 않았다. 저들과 말을 섞어서 좋은 일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한결같이 똥같은 저들만의 매너에 응답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편의점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오토바이 운전자가 악을 지르며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혼자 나온 게 아니었다.

편의점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인간은 오토바이 운전자뿐만이 아니었다.

편의점 주인이자 해당 건물의 주인은 뒤에 서 있었고,

그 앞에서 오토바이 운전자가 급하게 달려나와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역할 분담은 분명해 보였다.

말하는 쪽과, 지켜보는 쪽.


나는 그때 더 비아냥거릴 수 있었다.

말을 비틀고, 상대의 성질을 더 돋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불필요했기 때문에 참았다.

이건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기록의 문제였으니까.


그렇게 틈틈이, 아주 오랫동안

앞집 편의점은 나를 못살게 굴어왔다.

내 주출입구를 상시 카메라로 들여다보는 집.

사람이 오가는지, 언제 나오는지, 무엇을 하는지

굳이 보지 않아도 될 것까지 지켜보는 시선.


그래서 든 생각은 단순했다.

참 일없는 인간들이라는 생각.

관종인가?


오토바이는 늘 그 자리에 있다.

인도 위에, 교차로 모서리에, 회전 반경을 침범한 채로.

그 장면들은 이미 여러 장의 사진과 영상으로 남아 있다.

찍은 건 내가 아니라 시간이고,

보인 건 우연이 아니라 반복이다.


나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응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상황은 말다툼으로도, 충돌로도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기록은 성립한다.

같잖은 장면들이,

같잖은 태도들이,

같잖은 일상이

차곡차곡 남을 뿐이다.


응답하지 않아서,

이건 더 분명해진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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