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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이 아빠 Dec 26. 2016

옥탑방에 찬바람이 분다.

입주날이 다가왔다. 짧은 호텔에서의 편한 생활을 뒤로 하고, 캐리어를 끌고 게스트 하우스 3층으로 올라가 나의 보금자리인 옥탑방에 들어섰다. 여전히 실외보다 더 차가운 방에 들어와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슈지상의 배려로 게스트하우스에서 사용하는 침구류를 받아왔다. 다행히 침구류는 필요할 때 세탁을 하라고 이야기를 했다. 오가는 사람은 많이 없지만, 흡연과 바베큐를 구워 먹는 장소였기에 밤에는 시끄러울 것으로 예상했으나, 여기도 겨울이라 사람들이 혼잡하게 떠들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드라마에서는 옥탑방이 낭만적으로 그려지곤 하는데, 현실은 옥상에 조그맣게 자리잡은 창고 같은 곳이었다. 

그래도 하카타의 건물들과 멀리는 후쿠오카 타워가 눈 앞에 있었다. 전망은 그리 좋다고도 할 수 없지만 딱히 나쁘지도 않았다. 가끔 멍 때리기는 좋은 장소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방 안에는 P군이 사용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작은 고다츠 하나는 방에서 그나마 앉아서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사용하기에 최적화 되어 있었다. 그리고 잠을 자는 용도에 방이었다. 모든 여가생활은 2층에 게스트 하우스 손님들과 함께 세수나 요리도 게스트 하우스 손님들과 함께 지내야 했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 빼고는 불편한 점은 없어 보였다. 

방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캐리어 하나와 고다츠, 전기장판, 침구류 단촐한 세간 살이다. 딱히 필요한 것도 없는 말그대로 미니멀한 라이프였다. 갑자기 무인양품에서 보았던 인테리어가 생각났다. 정말 일본 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직까지는 일본에 아는 친구도 많지 않아서 초대를 하거나 그럴 일이 없었다. 혼자 있기에는 부족함이 없었고, 살림살이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하루에 반 이상은 밖에서 있을 계획이었고, TV를 보고 싶거나, 식사를 하고 싶을 때나 술이 마시고 싶을 때는 아랫층에서 해결하면 됐다. 다만 해결이 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외로움 뿐이었다. 그래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었고, 심심하면 여행자 틈에 슬쩍끼어 한바탕 웃고 떠들고 올라오면 그만이었다. 

올라오고 난 뒤에는 방 기운이 차갑다. 가끔은 실외 공기보다 실내 공기가 더 차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전열기와 전기장판을 키고 두꺼운 침구 속으로 들어가니 거기까지만 따뜻하고 위에 공기는 여전히 쌀쌀했다. 누워서 천정을 올려다 보면, 아래에서 웃고 떠들던 일들은 잊혀지고, 정적만이 흐른다. 여기에 온 것은 후회하지 않지만 무언가를 하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일은 하지 않더라도 여기에서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기 쉽게 사진으로 내 눈으로 머리로 기억해야 했다. 동선을 그려보지만, 움직였던 곳이 한정적으로 느껴졌다. 아무래도 카페 마스터나 슈지상에게 물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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