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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Y Jun 12. 2024

0610 꽃선물

2024년 여름일기

2024.6.10.(월) 맑음


퇴근 후, 원예치료 선생님 화원에 들렸다. 가끔 찾아가 인사드리긴 하는데, 오늘은 선생님이 15년간 키운 강아지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을 듣고 선생님 마음이 안 좋으실 거 같아 뵈러 가기로 했다.


선생님은 마침 화원에 계셨고, 점심에 사놓은 체리를 전해드렸다. 선생님은 나를 보자마자 기다렸다며 반가워하셨다. 구룡포 미역을 주려고 언제 오나 기다렸다시며, 종이로 이쁘게 직접 포장한 미역을 한 아름 주셨다. 오히려 내가 위로받고 선물을 받아버렸다.

 

다행히 선생님은 괜찮아 보이셨다. 하지만 보기만 그럴 뿐 마음이 많이 안 좋으셨던 거 같았다. 따님은 대성통곡하며 울었다 했다. 선생님은 이별은 참 아프다고, 떠나보내는 게 가족을 보내는 것과 똑같은 감정이 들더라고, 그래서 쉬이 키우려 하면 안 되는 거 같다 하셨다.


선생님이 준비해 주신 쑥가래떡과 참외, 그리고 체리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능소화가 자라 하우스에 그늘을 만들어줘 시원하단 이야기, 화원 고양이 '이쁜이'가 밥을 반을 남겼는데 알고 보니 임신한 다른 고양이 주려고 남긴 것이었다는 이야기, 봄에 친구분들과 당진에 가 쑥을 캐서 떡을 지은 이야기, 물건 배달하며 덥고 힘들었는데도 이렇게 사는 게 참 행복하다고 느껴졌다는 이야기, 선운사 동백꽃이 참 이쁘다는 이야기, 다양한 곳에서 강의하시는 이야기 등.

얘기하는 중간에 새끼를 낳은 고양이와 이쁜이에게 추르를 주기도 했다.


집에 가려는데 선생님께서 어제 꽃을 많이 사 왔다며 가져가라시며, 처음 보는 꽃들과 서로 다른 모양의 다양한 꽃들로 우아한 꽃다발을 만들어 주셨다. 빨간 장미와 계란을 닮은 꽃을 섞은 꽃다발은 엄마를 위한 거라며 주셨다. 감탄이 나왔다. 전혀 다른 꽃들로 어떻게 이런 조화를 만들어내실까.



오늘 꽃선물을 받았다!

살면서 꽃선물을 몇 번이나 받을까 싶은데, 선생님  덕에 꽃다발을 선물로 받는다. 꽃을 주는 남자와 결혼해야지란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뜬금없이 그때가 떠올랐다.


난 양손에 미역과 꽃다발을 가득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꽃다발과 미역을 보더니 어디서 난 거냐며 놀라셨다. 하나는 엄마 거라고 하니 '아니 나한테'하며 놀라며 좋아하셨다. 선생님 덕에 엄마에게 오랜만에 좋은 꽃다발을 선물할 수 있었다.


꿈을 이룬 사람이라며 자신을 소개하시는, 사는 게 참 재밌다고 하시는, 시원시원하고 따뜻하게, 짝꿍과 알콩달콩하게, 언제나 웃으며 살아가시는 선생님. 선생님을 알게 되어 좋고, 선생님을 만나는 게 즐겁다. 나도 선생님처럼 하고 싶은 걸 하며, 매일을 즐기며, 따뜻하고, 재밌게, 사랑하는 짝꿍과 알콩달콩 살면 좋겠다.


커다란 화병에 꽃다발을 꽂아 두고 사진을 찍었다. 꽃이 오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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