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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Y Jul 24. 2024

0711 빙어간식

2024년 여름일기

일을 하다 보면 다른 기관에 협조를 요청할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번에는 동별로 지역사회 기관이 참여해야 하는 일이 있어 알지 못하는 기관에 처음 연락을 드려야 했다.


어제 오후, 메모장에 설명할 내용 멘트를 작성하고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잠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긴장하며 번호를 눌렀다. 오랫동안 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생각만 하고 있었더랬다. 그러다 생각만 하다 보면 시작할 수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 순간 용기를 내었다. ‘에잇, 전화해 보면 답이 나오겠지’라고 스스로에게 파이팅을 불어넣어 줬다.

‘띠리리딩 띠리리링’

전화 대기음이 울릴수록 긴장감도 올라갔다.     

전화 대기음이 끊기고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짜 시작이었다. 난 준비한 대로 간단한 인사와 기관소개를 했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설명을 하려는 참이었다. 그런데 전화수신자분이 지금 외부에 있어 내일, 그러니까 오늘 오전에 전화를 주시겠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황했지만, 당장은 다행이다 싶었다. 전화를 끊고 문자로 연락처와 간단한 설명을 보내드렸다.


그렇게 오늘 오전 전화가 왔고, 특별히 설명을 드리지 않았는데 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다며 참여의사를 밝혀주셨다. 순식간에 진행된 상황에 어리둥절하기도 했지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다음날 방문 드리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후우...


한동안 부담으로 남아 있던 일이 해결되자 마음이 가벼워졌고 숨 쉬는데 조금 편안해졌다.

팀의 사업 담당자에게 결과를 전하는데, 면이 서고 자신감이 묻어 나왔다. 뿌듯함에 더해 오늘 일을 다 한 거 같은 기분도 들었다.


사람마다 어려워하는 일이 있는데 난 사람을 만나고 도움을 요청하는 걸 어려워하는 거 같다. 그래서인지 흔쾌히 응해주신 분들에게는 은혜를 받은 듯 고마움과 감동을 느낀다. 이번에도 그랬던 거 같다. 문자로 설명을 잘한 거 같다는 생각이 조금 들긴 했지만, 내가 특별히 한 건 없었다. 그저 그분의 선택으로 일이 성사되었고 나의 업무가 해결되었다. 오늘 난 또 모르는 분의 도움을 받았다.


점심에 갑자기 도미노피자 쿠폰으로 직원 회식을 하게 됐다. 얼마 전부터 피자가 먹고 싶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피자를 먹게 되어 설레기도 했다. 나이 먹어 피자 회식에 설레다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9명이 피자 3판과 스파게티 2개를 먹었는데, 설렘을 채워주고 만족감을 높여주고 싶어 피자 세 조각을 먹었다.      

배부른 상태로 오후 근무를 하던 중, 자원봉사자 선생님과 시간을 갖게 되었다. 잠깐 차 한 잔 하자는 말씀에 급히 1시간 휴가를 내고 나왔는데, 선생님이 식사를 안 하셨다 하여 근처 보리밥집으로 갔다. 그분은 보리밥을 드시고, 나 먹으라며 해물파전을 시켜주셨는데, 점심 피자가 소화되지 않아 해물파전이 먹히지 않았다. 노릇하게 구워진 해물파전에게 미안했다.

 


역시나 정신없이 지난 회사에서의 하루. 그냥 이렇게 보낼 수 없어 퇴근길에 새끼고양이를 보러 갔다. 츄르와 빙어 간식을 들고 풀숲으로 들어갔는데, 고양이 타운하우스엔 아무 기척도 느껴지지 않고 휑한 기운이 가득했다. 모두 이사를 갔나 보다... 고양이 새끼들이 떠났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약간의 서운함이 밀려왔다. 더 좋은 곳에서 잘 살기를.


차를 타러 주차장으로 돌아와 거기에 있는 고양이 네 마리에게 빙어 간식을 모두 주었다. 조금씩 맛보며 사각사각 열심히 먹는 모습을 한동안 바라봤다. 빙어에서 마른 멸치 냄새가 났는데, 어떤 맛일까. 사료나 츄르만 먹는 애들이 새로운 경험을 해보았기를.

     

하루가 이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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