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발, 선지, 곱창과 무리들, 연골, 돼지꼬리 기타 등등.. 그리고 날고기인 육회가 있다.
이상하게 육회나 육사시미는 핏기만 뺀 날고기를 먹는다는 거부감이 있어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상태에서도 호기심조차 일지 않았다. 소고기나 곱창 집에서 곁들임 반찬으로 서빙되는 한 줌짜리 육회도 한 가닥이나 먹을까, 내 돈 주고 사 먹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 광장시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시끌벅적한 유명 관광지답게 시장에서 먹을 수 있는 모든 음식이 골목마다 즐비하게 꾸려져 있었고 연관검색어에 딸려 나오는 메뉴 중에 하나인 육회는 보란 듯이 어디서나 시야에 포착됐다.
지글지글 기름에 튀기듯이 부쳐대던 빈대떡, 갓 튀긴 다음 바로 설탕에 버무린 따끈 달달 꽈배기, 굵직한 가래떡을 숭덩 그대로 넣은 시뻘건 떡볶이, 입맛 돋우기 좋은 1인 1만 원 모둠 회, 담백한 팥이 가득한 수수부꾸미... 를 뒤로하고 우리는 '그것'을 먹어보기로 했다.
같이 방문했던 지인이 육회를 좋아하기도 했고 날도 텁텁했기에 오가는 인파에 지친 몸과 마음을 육회와 막걸리로 가볍게 달래 보기로 했다. 손님들이 복작거리고 왠지 맛있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테이블과 의자사이에 몸을 욱여넣고 들어가 엉덩이를 붙였다. 육회 소자와 막걸리 한 병을 시켰다. 금세 나왔다.
오, 이런- 날계란도 두 팔 벌려 환영할 정도는 아닌데 가지런히 썰린 육회 위에는 노른자가 매끈하게 올려져 있었다. 일단 놀란 가슴 막걸리 한 잔으로 진정시키고 노른자를 젓가락으로 톡 터뜨려 고기와 휘휘 버무렸다. 이건 회다. 생선도 날 것으로 먹는다. 최면을 걸고 한 입 가득 육회를 넣었다. 익히지 않았으니 부드럽고 쫀득했다. 의외로 괜찮았다. 게다가 노른자와 통깨, 참기름의 고소함이 한층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다. 이런 맛이구나? 중간중간 아삭거리는 양파절임으로 입을 개운하게 만들었더니 달큼한 막걸리가 술술 들어갔다. 첫 경험치고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