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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영 Apr 11. 2021

예, 나는 리코더 연주자입니다. 9

예술의 목표

인문학자이자 미학자인 문광훈의 글을 나는 좋아한다. 이분의 글에서 나는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이다. 음악을 하며 살아오면서 늘 고민하던 것이 있었다. 과연 예술은 무엇을 하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과연 예술의 쓸모는 어디에 있는 걸까. 내가 음악이라는 예술을 하면서도 도통 확실하게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간혹, 지나가며 떠오르는 생각은 있었다. 사실 이 예술은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반대로 내 삶을 더 빈곤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그래서 난 고민했던 것 같다. 이것이 과연 실재 삶을 살아가는데 가치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문광훈은 예술과 현실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현실에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고 말한다. 저자의 2019년도에 발행된 '미학 수업'*에서는 왜 우리가 미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왜 예술이 삶과 깊이 관련되어 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말해주고 있다. 세상은 많은 다른 것들로 가득 차있다. 그리고 예술의 현실은 '다른 현실'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예술은 이 다른 현실로 우리를 이끈다. 예술이 문-혹은 교차로가 되어 '다른 것들'과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되풀이되는 일상에서 이미 무뎌질 대로 무뎌진 감각은 이렇게 예술을 통해 쇄신된다. 그리고 감각의 쇄신은 사고의 쇄신으로 사고의 쇄신은 언어의 쇄신으로 연결되어 더욱더 분명해진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감각이 자신의 집을 갖는 것'이다. 즉, 예술이 감각과 사고를 분명하게 해주는 밑 작업이 된다.(저자는 이를 수로화 작업-물길을 대는 것이라 말한다.) 예술을 통해 내내 꺼내지 않았던 감정과 감각이 떠오르고, 그것을 생각하고 마침내 언어로 정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예술은 여기에서 자신의 일을 다 끝낸 것이 아니다. 우리는 예술을 통해 그것을 만든 사람과 대화한다. 저자의 말처럼 그들과 영혼적으로 어울린다. 작품을 통해 그것을 만든 사람이 느낀 것, 생각한 것을 나도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잠시 현재를 '넘어선다'. 느끼고 생각하며 꿈꾸는 것이 현재를 '넘어서는'일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  '넘어섬' - 일상의 초월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부단히 도 이동하며 여기에서 저기로 옮아간다. 이 생각에서 다른 상상으로, 이 느낌에서 다른 느낌으로 옮아가며 고양되어간다.  그리고 이런 고양은 곧 변화하기에 변형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고양적, 변형적 경험이 예술의 근본적 경험이 된다. 이러한 고양과 변형을 통해 우리는 나아간다. 늘 같은 일상이 새롭게 보이고,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것이 예술의 능력이다.

 이렇게 일상을 초월하여 사고를 전화시키고 새롭게 되면 그동안 미처 보지 못한 넓고 깊은 것이 보인다.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가 우리 속에 깊이 넣어두고 잊어버린 것들이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도 여기에 있다. 신비, 침묵, 신, 형이상학, 진리.  침묵으로 밖에는 설명되지 않는, 우리의 이해를 초월한 것들 앞에서 두려워하며 전율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계속 삶을 꿋꿋이 살아 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지평에 선 후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는 삶의 무한한 가능성 앞에서 자기가 경험한 것만이 전체인 듯 생각한다. 이것이 얼마나 좁은 생각인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예술은 우리를 좁은 세계에서 나가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게 한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 무언가 대단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부단히 느끼고 꿈꾸면  세계는 더 넓고 깊게 확대될 수 있고, 결국은 그렇게 느끼면서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그저 알고만 있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살아가는데 실질적으로 사용해야만 한다. 이것은 내가 나의 삶을 '실감 있게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작가는 더 나아가 실감 있게 사는 삶을 즐기라고 말한다. 삶을 향유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예술의 심미적 경험은 잠시 완성된다.

  저자는 예술이 아름다운 것은 곧 그것 자체가 아름다워서 라기보다는 그것이 감각을 쇄신시키고 삶을 쇄신시키기 때문이라 말한다. 예술은 이것으로 자신의 쓸모를 얻는다. 즉, 예술-미학의 목표는 우리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유의할 것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술을 통한 삶의 변화가 의무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예술은 '자발적'이고 '자율적'이기에 스스로 선택하고, 자발적으로 하는 유쾌한 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예술을 통한 감각의 쇄신과 감각의 쇄신을 통한 삶의 자발적 쇄신 -즉 삶을 자발적으로 구성해 가는 것이 삶을 심미적으로 구성해 가는 것이고 이것이 미학 수업의 목표이자 예술의 목표이다.





*미학 수업/ 문광훈/ 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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