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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덕 김주현 Oct 11. 2024

8화 마하바라타महाभारतम्와 고대운동


마하바라타महाभारतम्


하누만이 등장하는 문학은 한 가지 더 있다. 라마야나와 힌두 신화 세계관을 함께 공유한다. 마치 마블 세계관처럼 서로의 스핀오프처럼 동일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와 신들의 등장이 이어진다. 대서사시 마하바라타महाभारतम्는 '바라타족의 위대한 탄생' 이라는 뜻이다. 인도인들은 현재까지도 자신의 땅을 바라타 왕국으로 칭할 정도이니 이 문학작품이 인도 문화 전반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20만개가 넘는 압도적 분량의 운문 서사시로 이는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의 딱 10배 분량이다. BC 9세기경 브야사Vyasa에 의해 지어진 마하바라타의 배경은 기원전 14~10세기 사이다. 저자 본인 브야사가 주요 등장인물로도 등장하는데 마하바라타가 저술된 배경이 참 흥미롭다. 저자인 브야사가 이 이야기를 운문 형식으로 낭독할 때 코끼리 신 가네샤가 이를 받아적었다고 한다. 받아적는 중에 필기구가 부러져서 자신의 상아, 엄니 하나를 부러뜨려 나머지를 받아적았다고 하는데 그로인해 가네샤가 그려진 여러 그림들을 보면 한쪽 엄니가 부러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책의 탄생 배경마저 신화적 구성이다. 

마하바라타 주요 등장인물 중 하나인 ‘비마’는 하누만의 이복 동생으로 이 둘의 아버지는 바람의 신 '바유'다. 비마는 힘의 신 하누만의 이복 동생답게 괴력의 소유자로 등장하며 무겁고 큰 가다를 자유자재로 휘두른다. 태어날 때부터 몸을 딩굴 거릴때마다 지진이 일어날 정도 였다고 한다. 마치 샤나메 서사시의 루스탐과 같이 날 때부터 강한 힘을 가진 캐릭터의 탄생설화를 가지고 있다. 대서사시 마하바라타의 하이라이트는 비마가 속한 판다바 5형제와 그 사촌 카라우바 100형제 간의 전쟁이다. 이 전쟁 막바지에 비마는 100형제의 장남 두료다나와 가다를 들고 결투를 벌인다. 결투 중에 도저히 결판이 나지 않자 비마는 금기를 어기고 드료다나의 하체를 공격한다. 재미있게도 죽고 죽이는 결투에 하체를 공격하는 것이 금기다. 이 결투에서 비마가 이긴 덕분에 길고긴 전쟁에서도 판다바 형제가 최종 승리를 얻게 되었지만, 비마는 금기를 어겼다는 이유로 파문당한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 하체공격이 무슨 상관이겠냐만은 많은 문학 작품을 보면 고대의 전쟁은 신들이 관여하는 신성한 전쟁이자 그들만의 룰과 규칙이있는 낭만의 세계였다. 가다 또한 신이 휘두르는 신성한 도구를 상징한 만큼 현재까지도 아카라 체육관에서 가다를 땅에서 들어올리기전 일종의 의식ceremony이 있고 가다를 들고 있거나 내려놓은, 혹은 세워놓은 위치에 따라 다양한 의미가 부여된다. 겨우 쇠로된 무기일 뿐인, 철퇴 가다가 이만큼이나 인도인들에게 신성한 도구가 되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사실 가다는 힌두교 3주신 중 하나이자 힌두교 최고신 비슈누의 무기이다. 라마야나에서 주인공 라마는 비슈누의 환생이자 아바타이며 마하바라타에서 크리슈나가 비슈누의 아바타로 등장한다. 원숭이 무리 중 가장 특출난 장군 하누만Hanuman이 비슈누의 아바타, 라마의 오른팔로서 가다를 휘두르고, 마하바라타에서는 비마가 철퇴를 이용해 두료다나의 하체를 공격하도록 상황을 설계한것이 바로 비마가 그토록 따르던 비슈누의 아바타 크리슈나다. 여기까지가 신화의 내용이다. 원형의 이야기를 전할때 신화적 구조의 장점은 독자에게 틀에 박힌 해석을 강요하지 않고 각자의 고유성에 자율적으로 맡긴다는 것이다. 

<비슈누와 그의 가다 ‘카우모다키' @google>

1차원적으로만 보면 최고신의 무기 가다를 인간이 대신 휘두르는 만큼 막대한 힘을 얻게되었지만 동시에 지켜야만하는 도리가 있음을 알려주고자 함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 현대 히어로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플롯으로 이는 거의 대부분의 문화권에 있는 고전 영웅신화에도 등장하는 핵심 교훈이다. 하지만 나의 재해석의 바탕이 되는 고유성은 조금 더 ‘연결’에 집착한다. 


아직 원숭이와 생존을 경쟁하던 인류의 조상이 방망이를 쥐고 휘두르게 된 순간을 기점으로 도구를 사용하게 된 인간의 뇌 발달은 가히 혁명의 시작이라 할만했고 결국엔 인류가 생태계의 정점에 섰다. 무기를 만들 수 있을 만한 지능이 없을 당시의 인류가 맹수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처음으로 집어든 무기는 주변에 굴러다니는 나무 막대, 동물의 뼈, 짱돌이었으리라. 도구를 잡고있는 손은 뇌의 명령을 수행하는 기관이자 뇌에 가장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휘두르고, 던지는 등의 간단한 활동을 찰나의 순간에도 도구를 잡고 있는 손에서 오는 감각 피드백을 빠르게 뇌로 전달하고 다시 운동신호를 보내는 사이클을 반복한다. 도구가 원초적이라는 것은 아직 최적화 작업을 거치지 않은 비효율적인 도구라는 뜻이다. 결국 아직 원초적 형태를 유지하는 비효율적인 도구를 다루기 위해서는 인간의 움직임이 최적화 되어야만 한다. 최적화 작업이라함은 더하는 것이 아닌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것이다. 최적화 작업을 거치면서 뇌와 움직임간의 신경지도는 더 빠르고 효율적인 주요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단순화된다. 일종의 가지치기다.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는 이러한 과정을 신화적으로 재구성해 아직 도구를 사용하기 전, 인류가 생식하고 번성하도록 도와준 상징적 도구인 방망이의 발견을 마치 신이 아직 원숭이였던 하누만에게 가다를 선물해 이상적인 신성과 인격을 가진 인간이 되는 존재가 되는 과정처럼 보인다. 공교롭게도 하누만 영어 철자 Hanuman에서 중간에 ‘an’만 덜어내면 인간Human이 된다. 도구 사용의 시작, 군더더기를 덜어내어 ‘뇌 최적화 작업의 시작’을 상징하는 신성한 방망이, 철퇴 가다는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신이 인간에게 준 지상명령을 가능하게 해준 상징적 도구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생육과 번성을 위한 도구가 도리어 인간의 생식기가 있는 하체를 공격하면 가다라는 신성한 도구와 힘을 준 의도와 반하기 때문에 이러한 율법이 가다와 함께 했고 고대 시대에는 감히 전쟁 영웅을 파문시킬 정도의 금기 사항이지 않았을까 싶다. 


재미있는 사실은 현실 세계에서 원숭이가 방망이를 휘두를 수 없다는 것이다.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등 인간을 제외한 모든 영장류는 방망이를 휘두를 수 없다. 방망이 휘두르기는 인류를 가장 대표하는 움직임인 직립보행과 궤를 같이하는 원형적 움직임이다. 영장류가 직립보행을 흉내낼 수는 있지만 인간처럼 두 다리만으로 오랫동안 걷거나 달릴 수 없다. 영장류가 방망이 휘두르기를 흉내낼 수는 있지만 인간처럼 한팔로 정확한 타격을 하거나 그 행위를 지속적으로 반복할 수는 없다.


실제로 1995년 미국 애리조나 주립 대학교 인류학과에서 침팬지를 대상으로 실험한 논문에서는 침팬지에게 망치질을 시키는 실험을 한 내용이 나온다. 실험 결과, 침팬지는 한손으로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단단하게 못을 고정하고 있지도 못하고, 나머지 한손으로 잡은 망치로는 못의 머리를 향해 망치질을 시도하더라도 매번 빗겨나간다. 정밀한 고정도, 정확한 궤적과 방향으로 휘두르지도 못하는 이유는 침팬지가 가진 엄지손가락와 검지손가락의 비율 차이 때문이다. 사람은 10:6 정도의 비율을 보이는 반면 영장류는 평균 10:4정도의 비율 차를 보인다. 이 짧은 엄지 손가락 때문에 휘두르는 타격이 정밀하게 조절이 안되고 타격이 이루어지는 끝점에 도달하기 전에 망치 손잡이를 쉽게 놓쳐버리게 된다. 두번째 이유는 손목손허리관 CarpoMetaCarpal joint이라 불리는 녀석의 기능이다. 


손바닥의 CMC 관절은 손바닥을 오목하게 아치형태로 변형시켜 원통형 기둥을 손바닥에 꼭 맞게 접촉시킬 수 있다. 마치 인간 발바닥의 아치가 장거리 달리기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필수요소인 것과 일맥상통하다. 이 기능과 구조가 침팬지에겐 없다. 실험의 결론으로 침팬지는 사람을 찢어 죽일 악력은 가지고 있지만 막상 방망이로는 사람을 때려죽이지는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방망이 휘두르기와 던지기는 같은 움직임 메카니즘을 가진다. 휘두르던 물체를 적절한 타이밍에 릴리즈하면 던지기가 된다. 침팬지의 휘두르기 실험처럼 공 던지기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사람은 시속160키로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지만 침팬지는 아무리 빨라봤자 시속 30키로 정도나온다. 팔을 휘둘러 던져지는 공의 구속은 근력이 아닌 섬세한 움직임 조절력에서 온다. 몸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소프트웨어 체계는 뇌에서 보내는 전기신호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것을 기능이라한다. 인간의 근력은 동물들에 비해 보잘 것 없고 강한 이빨과 발톱도 없었지만 생태계의 정점에 섰다. 기능으로는 생태계의 정점에 있기 때문이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보면 뼈 방망이를 든 부족이 다른 부족을 이기고 살아남아 인류가 된다. 그리고 곧 바로 우주선을 만든 과학이 발전한 문명으로 전환된다. 이 장면이 상징하는 바는 매우 크다. 단순히 무기를 들어서 혹은 힘이 세서 이기고 살아남은 것이 아니다. 보통 우리가 가진 몸의 기관은 여러단계를 거쳐서 뇌에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뇌에 다이렉트로 메세지를 전달하는 딱 세가지 기관이 있는데 뇌와 가까운 얼굴, 땅을 지지하는 발바닥 그리고 손바닥이다. 도구의 사용이 인류의 진화, 뇌의 발달 그리고 인류의 문명사에 끼친 영향을 함축하고 있는데 그 첫 시작이 바로 방망이를 잡는 순간으로 묘사한다. 


<침팬지의 망치질 실험 장면 @Department of Anthropology, Arizona State University.1995>

방망이를 휘두르는 영웅 서사는 페르시아 문학 샤나메, 인도 신화를 대표하는 라마야나, 마하바라타는 물론 나귀 턱뼈를 휘두른 삼손이 등장하는 히브리 구약 성서, 그리스 로마 신화의 방망이를 휘두르는 헤라클레스, 북유럽 신화의 뮬니르를 휘두르는 토르는 물론,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모르는 고대 단군 신화에도 수 차례 등장한다. 어느 문화권에서나 공통적으로 인류에게 중요한 발견이 되는 도구의 사용이라는 순간을 방망이를 집어든 영웅 신화로 풀어 이야기하고 있다. 곰이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되어 신과 결합하는 이야기가 등장하는 단군 신화와 힌두교 최고신 비슈누가 준 방망이를 휘두르는 원숭이 하누만이 비슈누의 아바타인 라마의 친구로 인정 받아 신격화 되는 장면은 평행세계를 이룬다. ‘가다’란 당시 고대 인도인들에게 마치 ‘홍익인간'과도 같은 뜻을 함축한 ‘휘두르기로 널리 사람을 이롭게하고 번영하라는 신의 뜻이 담긴 도구' 였으리라.

<히브리 신화 속 삼손,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테세우스, 헤라클레스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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