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운동 이야기
바라나시에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인도 고대운동 전통 체육관 ‘아카라’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사실 혼자의 힘으로는 찾아 다니기 힘들었을텐데 마침 아카라를 탐방하기 위해 바라나시에 와있던 영국인 고대운동 덕후 마커스Marcus 형님을 만나게 되었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으로 놀랍다. 그가 말하길 이번이 두번째 바라나시 방문이고 바라나시에는 총 120여개의 아카라가 있는것으로 추정되는데 자신은 40여개의 아카라를 찾아냈다고 한다. (훗, 나도 갠지스강가 걸어가다가 우연히 하나 발견했다.) 덕분에 시행착오 없이 그가 안내해준 여러 아카라에 같이 돌아다니며 인도 고대운동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바라나시 현지인들도 아카라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대표적으로 30년이나 바라나시에 살았다는 선재씨도 그러했다. 내가 아카라에서 훈련하는 가다(메이스벨)를 배우러 왔다니까 바라나시에 태어난 자신도 바라나시에 그런게 있다는 것은 처음 듣는단다. 120개나 있는데 그 존재를 모른다는 것은 그만큼 바라나시에 살고 있는 일반인들은 고대운동에 별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사실 좀 충격받았다. 나는 유투브를 통해 바라나시는 매년 코브라 페스티발 기간 때 마다 메이스벨 컴피티션이 열릴 정도의 인도 고대운동의 메카로 알고 있었는다. 막상 현지인들은 얼마나 관심이 없으면 존재조차 모른다고 말할까. 마커스 형님이 말하길 아카라 대부분이 하누만 사원 안에 숨겨져있는 폐쇄적 형태라 하누만 원숭이 신을 모시는 사람 혹은 특별히 관심있는 사람빼고는 충분히 모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찾아낸 마커스 형님 당신은 대체… 오덕을 넘어 십덕으로 인정한다. 이란에서는 고대운동이 거의 국기 수준이었는데, 여기 인도에서는 거의 찬밥신세다.
덕후를 의미하는 geek에 열을 곱한 의미로 마커스 형님에게 이 단어를 알려주었고 아직도 종종 그와 온라인상에서 대화 할때면 나는 그를 10geek이라고 부른다. 이제는 그가 보기에 내 덕력이 그를 넘어섰다면서 나를 20geek 이라 부르곤 한다.
마커스 형님과 갠지스강 가트를 걷던 중 지나가던 소 떼가 기분이 좋았는지 단체로 강가를 향해 뛰어들다가 그 무리가 우리를 덥쳤고 어찌어찌 피하던 중 그 중 한마리의 뿔과 부딪혔다.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순간 뒤로 점프하며 공중에 몸을 띄우면서 팔로 막았으니 망정이지 바라나시 입성 첫날 부터 몸통에 구멍날 뻔했다. 마커스 형님이 말했다.
“웰컴 투 바라나시!”
아카라는 인도 고대운동 5000년의 비전을 간직하고 있는 비밀공간이라더니 온갖 방해물들이 막아서는구나. 힌두교의 성지라 불리는 갠지스강은 암모니아 냄새 가득한 공중화장실을 걷는 기분이다. 소들이 여기저기 배설을 하는데 아무도 치우지 않고 쌓이고 비에 씻기고 강물에 떠내려가고를 반복한다. 비오는 날이면 쌓여있던 폭포가 계단위로 폭포처럼 쏟아져내리기도 한다. 어느날은 마커스 형님과 함께 비내리는 아침, 그 똥 폭포를 뚫고 아카라에 가기도 했다. 찾아가는 길 또한 굉장히 복잡하다. 잔지바르섬 스톤타운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될 정도이다. 까딱하면 길 잃기 쉽상이다.
마커스 형님과 처음 방문한 Juna 아카라는 지붕이 있는 실내공간과 지붕이 없는 야외공간이 결합된 독특한 형태의 아카라 였다. 신성한 흙바닥으로 연결된, 실내도 아닌 실외도 아닌 공간에서 주는 느낌이 묘하다. 아카라는 야외건 실내건 상관없이 신발을 벗고 맨발로 들어가 수련하는 문화가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간 곳에 할아버지 수련생 한분이 댄드Dand라 불리는 일명 힌두 푸쉬업을 하고 계셨다.
댄드Dand는 요가의 다운독 에서 업독 자세로 가는 수리야나마스카라의 원형이자 리드미컬&다이나믹 버젼으로 보면된다. 피트니스 시장에는 ‘힌두 푸쉬업’으로, 우리나라 그래플링 선수들 사이에서는 ‘배밀기’로 알려져있는데 어떤 경로로 전해지고 정착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카라 수련생들 만큼이나 제대로 하는 사람은 드물다. 일반적으로 소년이 처음으로 아카라에 입문하면 다른 것보다도 푸쉬업에 해당하는 댄드dand, 스쿼트에 해당하는 베탁bethak 그리고 두개를 연달아하는 댄드베탁dandbethak만 수 년간 반복해 기본기를 쌓는다. 근력 훈련이 아닌 특유의 리듬을 몸과 마음에 새기는 기본기 수련이다. 이 기본기 수련은 나이가 들어서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마침 할아버지 수련생 한분이 몸소 보여주고 계셨다.
인도에서는 전통 체육관 아카라에서 행해지는 고대운동을 ‘말라유다मल्लयुद्ध’라고 부르며 페르시아 전통 체육관 주르카네에서 행해지는 고대운동 '바르제쉬에 바스타니ورزش باستانی’처럼 맨몸 움직임Locomotive, 도구를 이용한 움직임Manipulative , 대인 훈련Combative 이 통합된 체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샤나메 서사시라는 페르시아 대표 문학작품을 재해석한 페르시아 고대운동과 주르카네 공간처럼 인도 고대운동과 아카라 또한 힌두 문학을 대표하는 대 서사시를 구전 이야기와 종교를 넘어 실존하는 운동과 공간으로서 재해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카라 체육관과 인도 고대운동의 상징적인 도구, 가다(메이스벨)는 라마야나रामायणम् 그리고 마하바라타महाभारतम्에 등장하는 원숭이 장군이자 힘의 상징, 하누만Hanuman의 무기다.
라마야나रामायणम्
전세계인이 알고 있다고 해도 무방한 일본 만화 <드래곤볼>은 중국 명나라때 지어진 소설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다. 또한 서유기는 소설과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등으로 각색되어 한,중,일을 넘어서 전세계적으로도 굉장히 많은 컨텐츠를 생산해 냈다.
인도에 서유기 만큼이나 사랑받는 문학작품이 있다. 여기에는 원숭이 장군 하누만Hanuman이 등장한다. 여의봉을 휘두르는 서유기 손오공처럼 가다गदा를 휘두르고 몸의 크기를 크게도 만들고 작게도 만들 수 있다. 이 문학 작품의 이름은 라마야나रामायणम्다. 놀랍게도 서유기 집필 시기보다도 한참 오래된 기원전 8세기 경 작품으로 라마야나에 등장하는 원숭이 장군 하누만이 서유기의 손오공의 원형으로, 2만 4천 구절로 이루어진 가장 긴 서사시 중 하나다.
주인공 라마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4만 8000개의 운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저자는 발미키Vālmīki로 알려져있다. 문학 작품 라마야나는 북인도에서는 마치 바이블 처렴 여기지며, 베다 힌두교 문학 중 최고봉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북인도 버젼 뿐만아니라 여러 버전이 있는데 인도 남부와 인도네시아 , 캄보디아 , 필리핀 , 태국 , 말레이시아 , 라오스 , 베트남 , 몰디브에 각각 조금씩 다른 구전 이야기식의 라마야나가 존재한다. 라마야나는 '라마의 여정'이라는 뜻이다. 라바나에게 납치당한 아내 시타를 찾아 떠나는 라마의 여정에 하누만이 함께한다. 서유기에서 삼장법사의 여정에 합류한 원숭이, 손오공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하누만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하이라이트는 대략 이렇다. 라마와 원숭이 군대 일행이 라바나와의 전투 중에 치명상을 입고 쓰러지자 하누만Hanuman은 동료인 곰의 신 ‘잠바반Jambavan’의 조원을 듣는다. 잠바반이 말하길 "저 멀리 바다건너 히말라야 산맥에 꼭대기가 황금으로된 간디마다나라 불리는 봉우리가 있고 그곳에 약초가 있으니 캐와야한다.' 고 말한다. 하누만은 단숨에 날아가 히말라야에 도착해서 황금 봉우리를 발견하긴 했으나 약초 찾을 수 없어 급한 마음에 몸을 크게 만들어 산을 통째로 한 손으로 들고 날아서 돌아왔다. 나머지 한 손으로는 함께 커진 황금 철퇴 가다를 들고서 말이다. 손오공 여의봉이 커지듯 하누만의 가다도 커진다. 그렇게 위기에서 구사일생한 라마는 하누만을 꼭 안아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하누만은 그것으로 만족했다고 한다. 하누만은 인도인들에게 있어 충성, 의리, 정직, 신뢰, 정의의 힘을 상징하는 신이 되었고 인도신화에 등장하는 수 많은 신들 중 인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되었다. 말그대로 ‘힘캐'다. 가다는 그런 하누만의 힘 그 자체를 상징하는 도구다. 본래 가다는 베다에 등장하는 많은 상위 인도 신들의 힘과 권위를 상징하는 도구였으나 강력한 힘캐 하누만이 등장하는 문학 덕분에 하누만을 상징하는 도구로 이미지가 굳어졌다.
재미있는 사실은 많은 아카라가 하누만 사원안에 숨겨져 있다. 고대운동을 하는 아카라는 특히 북인도의 바라나시에 많이 밀집되어 있으며 낮은 문을 통과해 들어가서 하누만 사원 안에 들어가면 아카라 체육관을 구경할 수 있다.
아카라는 하누만 사원과 결합된 형태를 가지기 때문에 신발을 벗고 맨발로 들어가는게 원칙이다. 또한 하누만이 원숭이인만큼 실제로 아카라 내부와 주변에는 원숭이가 많이 살고 있다. 마커스 형님이 말하길 숨겨진 아카라를 찾는 방법 중 하나가 원숭이가 살기 좋은 큰 나무가 보이는지 확인하는 것과 하누만 사원의 상징인 주황색 컬러의 깃발을 찾아내는 것이라 했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현지인에게 물어보는 것보다 이 방법으로 직접 아카라를 찾는것이 더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