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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덕 김주현 Oct 01. 2024

5화 '힘의학교' 아카라अखाड़ा

고대운동 이야기


고대운동 이야기

제2장

저항 : 바라나시


“고대운동을 배우러 왔다구요? 제가 30년을 바라나시에서 살았는데 그런건 본적이 없어요”


한국어가 유창한 인도인 선재씨의 대답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분명 바라나시에 고대운동 체육관 아카라अखाड़ा가 있다고해서 테헤란에서 출발해 인도 수도 델리를 거쳐 지난 밤 인도 장거리 열차를 타고 이동해 바로 이곳 바라나시에 왔건만, 아카라 위치를 물어본 첫 질문으로 돌아온 답은 ‘모른다’도 아닌 ‘없다' 였다.

실망감과 의문을 가득 안겨준 대화를 마치고 10분 뒤, 일단 근처 구경이나 할겸 홀로 갠지스 강가 가트를 걷는 중에 갠지스 강변 탁트인 야외 공간에서 대나무 메이스벨macebell(가다गदा)을 휘두르는 수련생을 발견했다. 분명 방금 누군가는 그런거 없다고 단언했는데 나는 10분만에 길을 걷다가 발견하고 말았다. 이를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난감하면서도 무척 반가웠다. 수련생이 고대운동을 하던 야외 공간은 매우 작은 규모의 아카라अखाड़ा로서 인도 고대운동을 하는 전통 체육관이다. 이 아카라는 가트와 이어진 계단식 구조의 10평 남짓한 공간이었는데 그 아랫 계단 벽면에는 놀랍게도 한글이 크게 적혀있었다.


 ‘철수 최고의 보트'

<갠지스강을 마주한 Mandir아카라와 벽면에 적힌 한글 페인팅 광고 @Varanasi.2015>




아카라अखाड़ा


힘의 근원을 열망하며 찾아간 힘의집 주르카네를 뒤로하고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나는 인도 델리로 향했다. 인도는 이란과 함께 유일하게 고대운동 문화를 보존하고 있는 나라다. 인도의 고대운동은 단순히 운동뿐 아니라 역사, 종교, 언어, 문학적 측면에서 통합된 하나의 체계를 이룬다는 점에서 가히 이란과 함께 고대운동의 양대산맥이라 할만하다. 

사실 인도와 이란은 조상이 같은 한 뿌리로 ‘아리아인’다. 폰티 카스피 대초원에서 출연해 유럽과 아시아에서 유목 생활을 하던 아리아인 중 인도-아리안은 기원전 2000년 경부터 서서히 멀어지시 시작해서 기원전 1800년 경 인더스강이 대홍수에 취약해지고 때로는 강이 마르기도 하는 급변화로 인해 인더스 문명 붕괴되어갔고 마침 대이동한 아리안족이 이 공백을 차지했다고 여겨진다. 이 시기에 집성된 리그베다ऋग्वेद에는 아리아인이 인도로 이주한 뒤의 생활상이 등장하는데 동시대의 베다 인도인과 아베스타 이란인을 비교하면 신화, 제도, 관습, 사고방식 등에서 유사성이 많이 발견된다. 현재 보존된 두 나라의 고대운동 문화 또한 상당히 유사하며 공통점 또한 많은데 위와같은 사실을 통해 그 조상들이 아시아 초원지대에서 유목 생활을 할때 이미 공통된 고대운동 문화를 향유했을 것이라 추측해볼 수 있다.


이란 주르카네
인도 아카라

이란은 힘의집을 의미하는 주르카네زورخانه가 고대운동을 상징하는 공간이었으나 인도 고대운동을 상징하는 공간은 힘의학교를 의미하는 아카라अखाड़ा다. 이란 주르카네처럼 인도 아카라 역시 방망이를 중심으로 맨몸 운동, 레슬링까지 통합된 움직임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 움직임 체계의 뿌리는 힌두 문학을 대표하는 대서사시 ‘마하바라타’, ‘라마야나’다. 이란 주르카네 문화의 뿌리가 샤나메 서사시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인도 아카라 수련생들은 당연히 샤나메 서사시 대한 내용은 눈꼽 만큼도 모르며 관심조차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카라에서 사용되는 일부 용어에서 페르시아 문학 샤나메 서사시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아카라에서 수련하는 인도 전통 레슬링은 쿠시티 페흘레바니Kushti Pehlewani라 불린다. 앞서 1장에서 내내 언급한 이란 주르카네의 코시티 파흘라바니Koshti Pahlavani와 일부 모음 빼고는 같은 말이다. 거의 사투리수준에 가깝다. 1장에서 언급했듯이 코시티کشتی는 씨름 혹은 레슬링을 의미하며, 파흘라바니پهلوانی는 ‘영웅주의’, ‘용기'라는 뜻을 가진다. 또한 인도 전통 레슬링 쿠시티 페흘레바니 컴피티션의 우승자를 루스탐Rustam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인도 아카라 레슬링 챔피언 더 그레이트 감마The Great Gama를 호칭할 때 ‘Rustam-e-Gama’라고 부른다. 루스탐은 1장에서 언급한 샤나메 서사시 속 최강의 영웅의 이름이다. 인도 아카라 수련생들은 다른 언어를 가진 다른나라 문학 작품의 주요 키워드가 자신의 전통 문화 깊숙히 자리잡고 있음을 아직 모르고 있다. 

<무패의 인도 레슬러 Rustam-e-Gama가 루스탐을 상징하는 황금 메이스를 들고 있다. @google>

아직 공론화 되지도 않은 이 작은 연결고리에 굳이 왜 나같은 외국인이 흥미를 느끼게 되었는지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테헤란 일정 끝무렵, 이미 몸은 인도 바라나시Varanisi를 향해 있었다. 아카라는 인도 중에서도 북인도에 위치한 고대 도시, 바라나시에 유독 많이 몰려있었다. 테헤란에서 바라나시까지, 힘의집 주르카네에서 힘의학교 아카라까지 가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비행기로 델리를 경유해 바로 바라나시에 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나는 델리에서 밤샘 기차를 타고 800km를 이동해 바라나시로 가는 낭만적이고 여행자 다운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델리에 도착한지 한시간만에 이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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