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헤테르의 가죽

힘의집_part1 금지된 감각

by 방덕 김주현



신경의 발아

“흡...!”


요엘의 입에서 터져 나온 것은 비명이 아니었다. 그것은 폐 속에 갇혀 있던 낡은 공기가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새로운 불씨가 들어서는 소리였다.


돌이 바닥에서 떨어져 허벅지 높이까지 올라왔을 때, 요엘은 자신의 몸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근육 섬유가 끊어지는 고통이 아니었다. 도시에서 네메시스의 알고리즘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이던 둔한 신경들이, 강제로 깨어나며 비명을 지르는 소리였다.


돌은 끔찍하게 무거웠다. 요엘의 팔뚝에는 핏줄이 지렁이처럼 솟아올랐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포기했어야 할 무게였다. 하지만 요엘은 돌을 놓지 않았다. 아니, 놓을 수 없었다. 돌을 잡은 손끝에서 시작된 미세한 진동이 팔을 타고 척추를 지나 뇌수까지 찌릿하게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호오...”


머리 위에서 세라의 낮은 감탄사가 들렸다. 그녀는 팔짱을 낀 채, 횃불의 붉은 빛을 받으며 요엘의 투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그 깊은 곳에는 기묘한 열기가 서려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온 예언의 한 구절을 확인하는 듯한 눈빛.


‘단순한 힘이 아니야. 저건... 연결이다.’


세라는 알고 있었다. 도시의 놈들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만으로 무게를 든다. 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근육은 거들 뿐, 진짜 힘은 뼈와 살 속에 숨겨진 신경망을 통해 대지의 중력을 끌어다 쓰는 것임을.


요엘은 이를 악물었다. 턱관절이 부서질 듯 뻐근했다.


‘어깨로 드는 게 아니다. 팔로 드는 것도 아니야.’


그는 눈을 감고 자신의 몸 안으로 의식을 돌렸다. 아까 수로에서 노인이 보여주었던 그 흐름. 화장실 칸막이 안에서 횡격막을 내릴 때 느꼈던 그 공간.


그는 엉덩이를 뒤로 빼고 무릎을 굽혔다. 상체를 숙이자, 아랫배 깊은 곳이 접히면서 강한 압력이 느껴졌다. 배꼽 아래, 골반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묵직하고 어두운 공간.


웅덩이.


생명이 시작되고, 중력이 고이는 웅덩이.


요엘은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마셔 그 웅덩이까지 밀어 넣었다.


찌리릿.


마치 전선이 연결되듯, 아랫배 웅덩이에서 시작된 전류가 척추를 타고 급격하게 퍼져나갔다. 단순히 근육이 팽창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잠자고 있던 수만 개의 신경 가닥들이 일제히 눈을 뜨며, 몸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회로 기판처럼 연결했다.


‘여기다.’


힘은 근육의 크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힘은 얼마나 많은 신경을 동시에 깨워내느냐, 그 밀도에서 나온다. 도시의 AI는 인간의 움직임을 계산할 수 있지만, 이 폭발적인 신경의 확장은 계산할 수 없다. 무한한 지능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 무한한 신경.


요엘은 그 감각을 놓치지 않고 기합을 터뜨렸다.


“으아압!”


아랫배 웅덩이가 폭발했다. 그 반동이 돌에 전달되었다. 요엘은 돌을 들어 올린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몸을 땅에 박아 넣었고, 그 반작용으로 돌이 허공으로 솟구친 것이다.


“가자.”


세라가 짧게 말했다. 그녀는 더 이상 볼 필요가 없다는 듯, 미련 없이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그녀의 입가에는 아주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찾았다.’




100년의 청춘

요엘은 비틀거리며 첫발을 떼었다.


한 걸음. 발이 진흙 속으로 푹 꺼졌다. 돌의 무게 때문에 평소보다 두 배는 더 깊이 박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요엘은 발을 억지로 빼내려 하지 않았다. 대신 발바닥의 신경을 곤두세워 진흙의 밀도를 느꼈다.


두 걸음.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시야가 좁아지고 오직 발밑의 땅과 품 안의 돌, 그리고 앞서가는 세라의 뒷모습만이 보였다.


세라의 걸음걸이는 기묘했다. 그녀는 땅을 밟는 것이 아니라, 땅의 표면을 신경으로 더듬으며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있었다. 등에 멘 활과 화살통이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흔들렸다.


주변을 에워싼 가죽옷의 사내들이 낮은 저음으로 숨을 내뱉으며 리듬을 맞췄다.


훔... 훔... 훔...


그 낮은 진동이 요엘의 신경을 자극했다. 요엘은 그 리듬에 맞춰 발을 내디디려 애썼다. 돌의 무게가 어깨와 팔을 짓눌렀지만, 그 고통조차 신경을 깨우는 자극제가 되었다.


강변의 자갈밭을 지나고, 안개가 걷히자 마침내 목적지가 거대한 짐승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헤테르'.


쿠르티아의 전초기지. 성채의 외벽은 수백 년은 됨직한 거대한 통나무들을 아무렇게나 엮어 만들었다. 기계톱으로 자른 매끈한 단면이 아니라, 도끼로 찍어내고 불로 그을린 거친 표면들이었다.


입구 망루 위에서 횃불을 든 경비병이 외쳤다.


“누구냐! 어둠 속에서 신경을 켜는 자!”


세라가 횃불을 높이 들며 대답했다.


“세라다. 핏줄을 찾아 돌아왔다.”


경비병의 시선이 세라의 뒤에 선 요엘에게로 향했다. 돌을 끌어안고 비틀거리는 그의 모습은 처량해 보였지만, 경비병의 눈은 요엘의 근육이 아닌 눈빛을 보고 있었다.


“뒤에 있는 짐은 뭐지? 도시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눈빛만은 살아있군.”


“새로운 무게를 짊어진 자다.”


경비병이 껄껄 웃었다.


“흐음. 100년도 안 산 풋내기 같지만, 싹수는 있어 보이는구만. 들어오라.”


100년도 안 산 풋내기. 요엘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세라가 먼저 성채 안으로 들어섰다. 요엘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아랫배 웅덩이에 힘을 주었다.


성채 안은 대낮처럼 밝았다. 수많은 횃불과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었고, 그 사이로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가장 먼저 요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중앙 광장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이었다. 수십 명의 사내들이 상의를 탈의한 채 둥글게 모여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바스타니카'라 불렀다.


바스타니카들은 두 명씩 짝을 지어 서로의 몸을 부딪히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근육이 거대한 자들이 힘을 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덩치가 작고 나이가 들어 보이는 자들이 거구의 젊은이들을 손가락 하나로 제압하고 있었다.


백발이 성성한 한 노인이 젊은 전사의 손목을 가볍게 낚아챘다. 젊은 전사는 황소 같은 근육을 가지고 있었지만, 노인의 손길에 닿자마자 감전된 듯 몸을 떨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아직 멀었어! 근육만 믿고 설치지 마라.”


노인이 쩌렁쩌렁하게 호통을 쳤다.


“근육은 30년이면 녹슬지만, 신경은 죽을 때까지 자란다! 네놈의 신경은 아직 갓난아기 수준이야!”


요엘은 돌을 든 채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도시에서는 나이가 들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은퇴시키거나 폐기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정반대였다. 늙음은 쇠퇴가 아니라, 신경이 만개하는 전성기였다.




신경의 제국

“정신 차려.”


세라가 요엘의 어깨를 툭 쳤다.


“여기서 나이는 숫자가 아니야. 신경의 두께지. 저 노인은 올해 180세가 넘었지만, 여기 있는 누구보다 빠르고 강해.”


180세. 요엘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도시의 평균 수명은 80세였다. 그 이상은 '비효율적 생명 연장'이라며 권장되지 않았다.


“이곳 쿠르티아에서 100살은 청춘이야. 이제 막 몸 쓰는 법을 깨우친 아이들이지.”


세라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파흘라반 루스탐은 800살까지 살았어. 그의 전성기는 500살이었지. 그는 산 하나를 통째로 들어 올렸다고 해. 근육이 아니라, 대지의 신경과 자신의 신경을 연결해서.”


요엘은 소름이 돋았다. 자신이 알고 있던 생물학적 상식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었다. AI가 통제하는 도시 밖에는, 인간의 잠재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또 다른 인류가 살고 있었던 것이다.


“가자. 갈 길이 멀어.”


세라는 요엘을 이끌고 성채 깊은 곳으로 향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성채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시장 같은 공간이었다. 바닥에는 수천 개의 돌들이 깔려 있었다.


돌의 시장.


그곳에서는 기묘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 젊은 바스타니카가 자신의 허벅지까지 오는 거대한 바위를 낑낑대며 들어 올렸다. 핏줄이 터질 듯했다.


“이 무게를 보라! 내 근육의 힘이다!”


그러자 맞은편에서 아주 왜소해 보이는, 허리가 굽은 노파가 걸어 나왔다. 그녀의 앞에는 어른 머리통만 한 검은 돌이 놓여 있었다. 겉보기엔 젊은이의 바위보다 훨씬 작았다.


노파는 지팡이를 짚은 채, 다른 한 손의 검지 하나를 검은 돌의 고리에 걸었다.


틱.


그녀는 마치 깃털을 들듯 가볍게 돌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 순간, 돌 주변의 흙바닥이 쩍 하고 갈라졌다. 엄청난 밀도의 무게였다. 노파는 근육을 쓰지 않았다. 오직 신경의 파동만으로 중력을 제어하고 있었다.


“애송이.”


노파가 쯧쯧 혀를 찼다.


“부피만 큰 가짜 돌을 들고 으스대기는. 내 돌은 '검은 별'의 심장이다. 작아 보여도 네놈 바위보다 열 배는 무겁지.”


젊은이는 얼굴이 붉어져서 물러났다. 주변의 사람들이 노파에게 고개를 숙였다. 존경의 눈빛이었다.


“저분이... 파흘라반입니까?”


요엘이 물었다.


“아니. 저분은 그냥 동네 할머니야.”


세라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진짜 파흘라반은 저기 있지.”


세라가 가리킨 곳, 시장 한복판에 거대한 좌대가 있었다. 그 위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대신 집채만 한, 아니 작은 산만 한 거대한 바위가 놓여 있었다.


그 바위 표면에는 깊은 손자국이 하나 찍혀 있었다. 누군가가 저 바위를 한 손으로 잡고 들어 올렸던 흔적이었다.


“저게 루스탐의 돌이야. 300년 전, 그가 이곳에 놓고 갔지. 그 이후로 아무도 저 돌을 들지 못했어.”


세라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전설에 따르면, 루스탐의 피를 이은 자가 나타나면 저 돌이 스스로 가벼워진다고 해. 신경의 파장이 공명하니까.”


요엘은 꿀꺽 침을 삼켰다. 저 거대한 바위에서 기묘한 진동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자신의 아랫배 웅덩이가 그 진동에 반응하여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네가 든 그 돌.”


세라가 요엘의 품에 안긴 돌을 가리켰다.


“그건 ‘입문자의 돌’이야. 이제 막 신경을 깨우기 시작한 풋내기들이 드는 거지. 하지만 무시하지 마. 모든 파흘라반도 그 돌에서 시작했으니까.”


요엘은 돌을 다시 고쳐 안았다. 무거웠다. 하지만 이제 그 무게는 단순한 짐이 아니었다. 자신의 신경을 단련시키는 숫돌이었다.



힘의집으로

세라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시장을 지나자, 거대한 통나무로 지어진 거주 구역이 나타났다.


세라는 그중 한 오두막 앞에서 멈춰 섰다. 입구에는 거대한 곰 가죽이 걸려 있었다.


“여기가 네가 당분간 머물 곳이야.”


세라가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요엘은 비틀거리며 따라 들어갔다. 오두막 안은 따뜻했다. 중앙 화덕에서는 장작이 타고 있었고, 벽면에는 사람 키만 한 거대한 나무 곤봉들이 걸려 있었다.


“이건...”


요엘이 벽을 쳐다보았다. 야구 방망이처럼 생겼지만, 크기와 무게감이 압도적이었다.


“방망이야. 바스타니카들이 신경을 꼬아서 힘을 증폭시키는 훈련 도구지. 나중에 네 팔이 끊어질 정도로 돌리게 될 거야.”


세라는 오두막 한구석을 가리켰다.


“저기에 돌을 내려놔. 쿵 소리 내지 말고. 신경을 끝까지 유지해.”


요엘은 비틀거리며 다가갔다. 이제 한계였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아랫배 웅덩이를 조였다. 돌을 바닥에 놓는 순간까지 신경의 끈을 놓지 않았다.


툭.


돌이 털가죽 위에 부드럽게 안착했다. 요엘은 그제야 긴장을 풀고 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하아... 하아...!”


천장을 바라보았다.


“축하해, 풋내기.”


세라가 화덕 옆에서 말했다. 그녀는 작은 항아리에서 검고 끈적한 액체를 꺼내 주전자에 넣고 끓였다. 오두막 안에 묵직하고 강렬한 향이 퍼졌다. 흙냄새와 쇠 냄새, 그리고 매캐한 뿌리 향이 섞인 냄새였다.


“마셔.”


그녀가 나무 컵을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쿠바트. 힘의 차야. 신경의 성장을 돕는 약초와 맹수의 뼈를 고아 만들었지.”


요엘은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셨다.


“윽...”


지독하게 썼다. 혀가 마비될 것 같았다. 하지만 목구멍을 넘어가는 순간, 뱃속의 웅덩이가 뜨겁게 달아오르며 끊어졌던 신경들이 다시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다. 전신의 감각이 예리하게 살아났다.




기다려온 자

세라는 맞은편 의자에 앉아 요엘을 빤히 쳐다보았다. 컵에서 피어오르는 김 사이로 그녀의 눈동자가 깊게 빛났다.


“요엘.”


그녀가 이름을 불렀다.


“알고 있었군요.”


“도시 놈들이 네 이름을 부르는 걸 들었어.”


세라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제 이름 뜻... 안 궁금하십니까?”


요엘이 물었다.


세라는 피식 웃었다.


“안 궁금해. 네 이름 따위 중요하지 않아. 네 아버지가 누구든, 네가 어디서 왔든.”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요엘을 쏘아보았다.


“하지만 네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는 궁금하지 않아. 나는 알고 있었으니까.”


요엘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알고... 있었다고요?”


“나는 파수꾼이야, 요엘. 도시에서 떠내려오는 쓰레기들을 감시하지. 하지만 나는 쓰레기를 기다린 게 아니야.”


세라가 상체를 기울여 요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오랫동안 기다렸어. 도시의 인공 호흡이 아니라, 자신의 웅덩이를 열고 진짜 숨을 쉬는 자가 나타나기를. 수로를 거슬러 올라올 수 있는 신경을 가진 자를.”


그녀의 시선이 요엘의 아랫배, 웅덩이가 있는 곳에 머물렀다.


“네가 강가에 올라왔을 때, 네 숨소리를 들었어. 그건... 아주 오래전, 이곳을 떠났던 그분의 숨소리와 닮아 있었어.”


“그분이라니요?”


요엘이 되물었지만, 세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손목에 감긴 가죽 끈을 풀었다가 다시 묶었다.


“이름은 빈 그릇이야, 요엘. 중요한 건 핏줄 속에 흐르는 기억이지. 너는 아직 모르겠지만, 네 몸은 이미 기억하고 있어. 어떻게 돌을 들어야 하는지, 어떻게 신경을 깨워야 하는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는 헤테르야. 100살이 되어야 비로소 걸음마를 떼는 곳이지. 너는 이제 막 태어난 거야. 서두르지 마. 네 신경이 다 자라나면, 그때 알게 될 거야. 네가 진짜 누구인지.”


세라는 오두막 입구에 쳐진 곰 가죽을 걷어 올렸다. 밤바람이 훅 들어왔다.


“자둬. 내일 해가 뜨면, 네 신경들이 비명을 지르며 너를 깨울 테니까.”


그녀가 나갔다.




꿈틀거리는 유산

오두막 안에는 요엘 혼자 남았다. 쿠바트의 열기가 온몸을 휘감고 돌았다.


그는 옆에 놓인 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벽에 걸린 거대한 방망이를 바라보았다.


‘그분의 숨소리...’


세라가 했던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 요엘. 그 이름 뒤에 숨겨진 비밀이 무엇인지 그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자신이 이곳에 온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몸이, 신경이, 그리고 아랫배의 웅덩이가 이곳을 원하고 있었다.


그는 털가죽 위에 누웠다. 온몸이 욱신거렸지만, 그것은 기분 좋은 통증이었다. 멈춰있던 톱니바퀴가 다시 돌아가는 소리였다.


천장의 틈새로 별빛이 쏟아져 내렸다. AI가 만든 가짜 하늘이 아닌, 진짜 우주의 빛이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꿈속에서 그는 거대한 산 앞에 서 있었다. 그 산 꼭대기에는 루스탐의 돌이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얼굴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사내가 서 있었다. 사내는 요엘을 보고 웃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은 요엘의 손과 똑같았다.


여기는 헤테르.


신경이 자라나고, 전설이 호흡하는 땅이었다.


그리고 요엘은 이제 막 자신의 핏줄 속에 잠든 거인을 깨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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