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조용하게 하고 싶었지만, 자꾸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삐져나온다.
문득 내가 이런 번거로운 짓을 왜 하고 있을까 생각도 들지만, 지금 하려는 선택을 위해서는 꼭 해야만 하는 작업임이 분명하다. 그래도 작은 드라이버 하나로 그 쇠창살을 해체하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너무나 세게 조여져 있는 나사들을 겨우 이런 작은 것으로 풀려니 손바닥이, 손가락이 고통스럽다며 아우성치고 있었다. 그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그런 고통 따위 금방 사라질게 뻔하니까. 조금만 더 고생하자는 생각을 했다. 아니 솔직히 그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아프다는 느낌이 뇌 전체를 지배해서 빨리 끝내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누군가 들을까 봐 조마조마했다.
어쩐지 드라이버를 돌리는 소리가, 나사가 조금씩 돌아가는 소리가 너무나 크게 들렸다. 마치 누군가 소형 마이크를 근처에 놓고 스피커로 내가 하는 행동들을 보라며 광고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이제 해제해야 할 나사는 단 두 개만 남았다. 위아래에 박혀있는 나사만 풀어내면 이 지긋지긋한 쇠창살은, 방범창은 눈앞에서 사라질 것이다. 항상 감옥 같던 이 방은, 내 방이지만 내 방이 아닌 이 방은 더 이상 감옥이 아니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만 더 힘을 내기로 했다.
마침내 자유를 찾게 될 것이며, 고통으로 다가오던 모든 것들은 금방 끝날 것이다. 순간 어이가 없어서 가벼운 웃음이 입 밖으로 살짝 삐져나왔다. 그 소리도 역시 너무나 크게 느껴져서 검은색 손잡이로 만들어진 드라이버를 오른손에 든 상태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 상태로 슬며시 뒤를 돌아봤지만 여전히 내 방은 굳게 닫혀 있었고, 그 누구도 들어오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혹시 눈동자를 움직이는 소리라도 들릴 것 같아 조심스럽게 문 손잡이의 잠금장치를 쳐다보았다.
아직 굳게 눌려있는, 마지막으로 내가 누른 그 상태 그대로 여전히 들어가 있었다. 혹시 변화가 생길까 걱정되어 잠시 그것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시간은 내 편이 아닌 것 같았다. 짧은 시간임이 분명한데도 엄청나게 긴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도 잠시, 다시 고개를 돌렸고 가볍게 몸속에 불필요하게 채워져 있는 불안의 공기를 밖으로 내뱉었다.
왜 갑자기 웃음이 났을까 생각해 보니, 이 이 감옥을 벗어나기 위해 했던 행동 때문이었다. 제한적인 데이터 요금제로 아주 짧게만 무엇인가를 할 수 있고, 대부분은 메신저를 위한, 누군가에게 내가 어디에 있는지 보고하는 용도로만 쓰이는 나의 휴대폰은 그렇게 최종적인 임무를 다했다.
절대로 설치하지 못하게 하는 유튜브 앱을 용기 내서 깔고, 쇠창살 제거 하는 방법을 검색했었다. 나오는 것은 그것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과 청소방법, 쓸모없는 피지 제거 방법들이 전부였다. 몇 번 시도하다가 방범창 제거 하는 방법을 검색했고, 원하던 영상이 나왔다.
확실히 이런 정보들을 보기가 참 편한 것 같다. 나에게는 그런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지만, 만약 충분히 그런 것들을 접할 수 있었다면, 지금과는 조금 다른 내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이내 접었다.
어차피 결정하기로 한 사항에 대해, 필요한 정보만 빠르게 봐야만 했다. 데이터는 한정적이었고, 곧 끊길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전에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보고 싶었던 영상을 시청했다가 정보가 차단당했고, 다음 달에 무엇에 그것들을 다 소모했는지 잔소리를 들었던 끔찍한 기억이 떠올랐다.
어쨌든 그렇게 찾은 방법대로 이 쇠창살을 차분하게 제거하고 있었다. 영상에서 보인 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였지만, 금방 내 방의 이것에 적용할 수 있었다. 빈약한 장비지만 드라이버 하나로 가능했다. 잘 안 빠지던 틈새들은 어쩌다 보니 어렵게 제거하게 됐고, 그렇게 드러나는 나사들을 풀어냈다. 마침내 마지막 나사를 제거했고, 천천히 전체 틀을 당겨보았다.
생각보다 세게 박혀있었는지 쉽지는 않았다. 지금의 나에게는 저것들을 쉽게 빼낼 수 있는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그런 힘 따위 주어진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그만큼 약했으니까.
어떻게든 빼낸 쇠로 이루어진 덩어리들을 최대한 조용히 내려놓고,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조심스럽게 열었던 창문이, 힘들게 제거한 쇠창살이 무색하게 눈앞에 보이는 것은 또 다른 벽이었다. 어딘지 허탈했다. 그저 최종 선택 전에 탁 트인 하늘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작은 소망조차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이 비참하게 느껴졌다.
요즘은 이곳저곳에 높은 건물들만 계속 생겨나 주변의 풍경이 보이는 곳에 살기 힘들고, 이곳까지 이사한 것도 그저 괜찮은 학군 근처에서 가장 살 수 있는 여력이 돼서 왔을 뿐이었다. 그러니 이런 생각은 그저 아쉬움에 대한 푸념이 될 뿐이었다.
감옥 같은 쇠창살을 제거했지만, 어차피 나는 탈옥할 수 없을 것이다. 어차피 세상이라는 감옥에 그대로 갇혀 있을 것이고 계속해서 답답함을 느끼게 될게 뻔했다. 그래서 그러기로 했으니 가자. 가자. 가자.
이 말만 계속해서 곱씹으며, 눈앞의 벽을 쳐다보았다. 손발은 떨리기 시작했고, 심장이 미칠 듯이 뛰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이 소리가 바깥으로 들릴 것 같았다. 어차피 몇 초다. 아니 정말 순간이겠지 생각하며 길게 숨을 내뱉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