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어딘가에 두곤 온 마음이 있나요?
나는 소설의 완성도는 2차원의 평면 위에 글자만으로 x,y,z 의 좌표를 찍고, 거기다 시간의 흐름까지 담아 4차원을 구현해내는 작가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영상보다 더 입체적인 시공간을 독자의 머릿 속에 그려내게 하는 힘. 그게 바로 작가의 필력이 아닐까.
또다른 성해나의 작품이 있어 읽어보았다.
이야기는 기하와 재하, 두 명이 번갈아가며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가족의 모습을 그려낸다. 병사로 어머니를 잃고 사진관을 하시는 아버지와 함께 살던 기하는 아버지가 데려온 새어머니와 그녀의 아들 재하와 한 식구가 된다.
이야기에 담긴 화소는 재혼 가정에서 흔히 있을 법한 것들이다. 새어머니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기하, 그런 기하에게 마음이 조금이라도 닿기를 바라는 새어머니, 반면 새아버지와 새로 생긴 형에게 정을 느끼는 동생 재하와 새어머니의 빚을 갚아주며, 새 가족을 지켜나가려는 아버지.
이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4년을 함께 지내다 헤어진다. 시간이 훌쩍 흘러 기하는 우연히 스트리트 뷰에서 재하 모자의 모습을 보게 되고, 그들을 찾아간 곳엔 새어머니 없이 재하 혼자 식당을 어렵게 꾸려나가고 있다. 서로 다가가지도 못한 채 그간의 일들을 담담히 나누는 기하와 재하.
재하는 식당을 정리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고 기하의 주소를 알 수 없었던 재하는 그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잠시나마 함께 했던 사진관으로 편지를 보낸다. 편지를 누가 받을지 모르겠지만, 누구든 그곳에서는 더 이상 슬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묘하다.
짠내나는 구구절절한 묘사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읽으며 내내 마음이 시리다. 아버지와 기하, 새어머니와 재하. 서로 전하지 못한 마음들이 안타까워서. 아무도 슬프다고, 아무도 속상하다고 말하지 않아서.
눈물이 났다.
배우들은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는데 관객이 무대를 보며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상황이랄까.
작가의 말대로,
더 이상 재하와 기하가 슬프지 않기를, 각자 남겨진 곳에서 평온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