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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 Dec 19. 2023

꿈은 이루어진다!

청약 발표

8시간 동안 서 있었던 아내는 집에 오자마자 침실로 향했습니다. 

특별공급이라 발표는 오늘 밤에 연락을 준다고 하였습니다. 

집에 왔지만 온통 머릿속은 청약 발표에 쏠려 있었습니다. 

밥을 먹고 싶은 마음도 없고 아무것도 들리지도 않고 

청약 발표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첫째와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는 건지 

계속 시계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원래 예정된 스케줄은 늦어도 밤 12시에 발표를 한다고 하였는데 

예상 밖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접수해서 시간이 더 늦어질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일반청약 같은 경우에는 점수로 산정하기 때문에 

우리 같이 아직 신혼부부들에게는 점수가 한 참 못 미쳐 

접수해도 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지원한 사람들끼리의 

경쟁이기 때문에 점수는 크게 의미가 없었습니다. 

저희가 했던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결혼한 지 7년 이내에 

부부들에게 주는 혜택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정말 기가 막힌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저희는 5월 1일 결혼하였는데 혼인신고는 행복이가 찾아오고 나서 

연말에 혼인신고를 하였습니다. 

만약 결혼 하자마자 혼인신고를 하였다면 신혼부부 기간 7년이 넘어서 

지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이 또한 참 감사한 일입니다. 

첫째 밥을 먹이고 놀다가 잠을 재우고 안방으로 갔습니다. 

시간은 밤 10시 아직도 2시간이나 남았습니다.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가서 어느덧 12시가 되었습니다. 

아직 연락 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리저리 알아보니 지금 현장 발표를 시작하니 

오실 수 있는 분들은 오라고 하였습니다. 

당장 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첫 째가 자고 있고 

아내도 오늘 힘들어서 그냥 쉬는 게 좋겠다고 해서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2시는 훌쩍 넘기고 새벽시간이 되었지만 

아무런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우리 떨어졌나 봐. 그냥 자자하고 힘든지 잠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자려고 해도 잠은 오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으러 거실에 나왔지만 책의 내용은 머리에 

들어가지 않고 읽히지도 않았습니다.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출근하려고 준비를 하려던 찰나에 문자가 하나 도착했습니다. 

당첨자 발표를 하였으니 현장에서 확인을 하라는 문자였습니다. 

첫째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아내를 회사에 내려주고 

현장으로 달렸습니다. 

벌써 많은 차들이 주차장에 주차가 되어 있었습니다. 

차를 주차하고 당첨자 공지가 있는 곳으로 가니 

신혼부부 특별공급 당첨자에 세 번째로 아내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앉아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정말 꿈인가? 꿈 아닌가? 실화 인가?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감동은 평생 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내에게 전화해서 우리 당첨됐다고 이야기하면서 

고마워, 정말 고마워, 나를 믿어주고 함께 해줘서 

고마워하면서 계속 울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장모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장모님 아무것도 없는 저에게 딸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 당첨됐습니다. 앞으로 더 행복하게 해 주겠습니다. 

믿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인사드렸습니다. 


그렇게 한 참을 울면서 통화를 하는데 어느덧 저를 가운데 

놓고 많은 사람들이 저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그때 모델하우스 나오면서 명함을 주셨던 분들입니다. 

매매 생각 있으신지? 돈 얼마 줄 테니 매매하라고 하면서 

주차장까지 쫓아오셨습니다. 

한 뭉치의 명함을 받고 차에 올라타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혼 생활을 시작했던 7평의 작은 집부터 두 번째 집은 승강기 없이 3층을 

매번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지낸 시간들이 머릿속에 지나갔습니다. 


아파트에 살 수 있다는 설렘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이었습니다. 

앞으로 3년 정도 기다리면 아파트에 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그 많고 많은 집들 중에 우리 집은 어디 있는지? 

어디를 갈 때마다 부동산 앱을 켜고 여기는 얼마인지? 

언제 지어진 아파트인지? 하면서 몇 년 동안 검색을 했는데 

나의 집이 생긴다니 정말 꿈만 같았습니다. 

1500세대가 넘는 아파트에서 딱 4명을 뽑는데 세 번째로 당첨이 된 것은 

정말 하늘이 주신 선물입니다. 

당첨자 발표가 있던 날은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아내의 퇴근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갔습니다. 

아내와 꼭 안고 고맙고, 고생 많았다고 하면서 또 둘이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렇게 울고 집에 오는데 아내가 저의 잠꼬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제가 청약 수업을 듣고 집에 온 날 한 참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일어나서 아주 명확한 목소리로 아내에게 

자갸 우리 당첨됐데. 3등이래. 하면서 바로 다시 잠이 들었다고 합니다. 

아내는 아침에 저에게 이야기를 해줄까 하다가 

전혀 기억을 못 하기에 괜히 이야기하면 기대할 것 같아서 

이야기를 안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밤 또 잠을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똑같이 자갸 우리 당첨됐데. 3등이래. 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고 합니다. 

아내는 제가 정말 얼마나 간절히 이렇게 바라면 이틀 연속으로 

꿈을 꾸고 잠꼬대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도 또 일어나서 자갸 우리 당첨됐데. 3등이래. 

이렇게 3일 연속으로 잠꼬대를 했다고 합니다. 


딱 4명이 뽑히는 것이고 아내는 그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접수하는 것을 눈으로 보았기에 기대는 할 수 있지만 

사실상 당첨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근데 정말 소름인 건 4명 뽑는데 세 번째 아내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꿈속에서 3등이라고 외친 것이 실제로 이루어졌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이렇게 나올 확률이 

어떻게 될지 과학적으로 증명이 될 수 있을까? 

하면서 정말 하늘이 주는 선물 같았습니다. 


당첨이 되고 나니 아내, 처가댁 식구들, 부모님 

그리고 청약 수업을 12시간 들으면서 계속 질문을 했는데 

끝까지 대답을 해주시는 강사님, 

그리고 우리에게 청약을 넣어보라고 말해준 아내의 친구까지 

그밖에 응원해 준 사람들 등등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 준 덕분에 

이렇게 될 수 있었습니다. 로또 같은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사실 로또도 말도 안 되는 확률이긴 하지만 매주 당첨되는 것을 보면 

그 사람들이 로또를 구매했기 때문에 당첨이 되는 것입니다. 

에이 설마 되겠어?라고 생각하기보다 우선 시도를 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걸 또 깨닫는 순간입니다. 

그때 당시에 청무피사라는 말이 유행이었습니다. 

청약은 무슨 피 주고 사라는 뜻입니다. 

근데 이렇게 청약에 당첨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도하고 공부했기에 결국 당첨이라는 멋진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당첨이 된 이후 주위 사람들에게 청약 넣으라고 

몇 번이나 말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생각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청약에 넣어서 당첨이 되었습니다. 

뭐 당연히 떨어진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된 사람들 역시도 청약에 넣었기 때문에 당첨이 된 것입니다. 

무엇이든 시도해 보는 것 정말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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