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현 Nov 17. 2019

'좋아해'

아무것도 아닌 단어 하나

듣는 이의 귀를 맴돌다 사라지는 단어가 있고, 듣는 이의 가슴에 박히는 단어가 있다.

'좋아해'라는 단어는 대부분의 경우 후자에 속한다. 


널 좋아해라는 말에 가슴이 울렁이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물론 드물지만 그런 경우도 있긴 하다) 

좋아해라는 단어를 막연히 좋은 말이라고 받아들이기보다 그 단어에 좀 더 다가가 보면 어떨까? 

그 아무것도 아닌 단어 하나에는 어떤 마음과 의미가 담겨 있을까?


가장 흔하게 좋아해라는 말을 듣는 경우는 이성 간의 관계에서다. 아직 연인은 아니고 남이라고 하기엔 이미 어느 정도의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사이에서 좋아해라는 단어가 가장 흔하게 사용된다.


"나.. 너를 좋아하는 것 같아, 아니 너를 좋아해"


누군가에게 사랑해와 좋아해 중에 듣고 싶은 단어를 고르라고 한다면 대부분은 사랑해를 고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을 해봤다. 좋아해라는 말은 사랑해가 되기 위한 과정이기만 하는 걸까?  (사랑해는 다음 페이지에서)

좋아한다는 말은 상대방을 더 알고 싶다는 말이고 그와 더 많은 것을 함께 하고 싶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좋아해는 사랑해가 되기 위한 과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이에게 좋아해는 그런 의미로만 쓰는 것은 아니다. 

좋아한다는 말속에 더 많은 의미를 넣어 쓰는 이도 있다.

꽤 오랜 시간을 생각해봤고, 여전히 생각 중이다. 그리고 이제, 내 입에서 나오는 좋아해라는 말에 담긴 의미를 정리해 봤다.


당신의 옆에 더 오래오래 있고 싶다는 마음과

당신을 좀 더 알고 싶다는 마음에 더불어


우리 사이가 더 가까워지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괜찮으니 지금처럼 편한 사이가 되기를. 

네 몸과 마음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네가 이 험난한 세상에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는 담았다.

그리고, 네 곁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더라도 네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너에게 말한다.


"너를 좋아해"


그렇게 좋아해라는 단어 속에 점점 더 많은 의미를 넣다 보니 그 말을 입어서 꺼낼 기회도 줄어들었다.

누군가는 관심이 간다는 의미로 가볍게 쓰는 좋아해라는 단어가 나에게는 입에서 꺼내기 너무도

힘든 말이 되었고 실제로 쓰기 힘든 말이 되었다.

그래도 아쉽지는 않다. 굳이 많은 이에게 써야만 좋아해라는 단어가 빛이 나는 건 아니라고 믿기에.

오늘도 나는 꿈꾼다.


내가 누군가에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기를...  

    

작가의 이전글 '굳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