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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현 Nov 17. 2019

'사랑해'

아무것도 아닌 단어 하나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은 항상 옳다. (정말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석원 작가의 저서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을 보면 마지막 페이지까지도 작가가 생각하는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 무엇인지 적혀 있지 않다. 그러나 알 수 있었다. 분명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사랑해 일 것이라고.


사랑해라는 단어는 듣는 이를 미소 짓게 만드는 마법 같은 말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만병통치약을 신봉하듯 사랑한다는 말을 점점 더 쉽게 사용하는 것 같다.

아주 작은 떨림조차 사랑이라고 말하는 이, 사과의 말 대신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


당신은 좋아해 와 사랑해를 구분해서 쓰고 있는가? 

누군가 나에게 왜 굳이 그걸 구분해야 하는지를 물어본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모든 단어마다 개인의 마음이 담겨 있기에, 좋다고 쓰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담긴 단어를 정확히 쓰면 듣는 이의 가슴에 더 큰 울림을 줄 것이라고.


'좋아해'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꽤 오랜 기간 좋아해 와 사랑해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지 고민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내 입에서 그 두 가지 말이 나왔을 때의 기억과 감정을 되짚어가는 것이었다.

두 단어 모두 내 입에서 나온 횟수가 많았던 것이 아니기에 꽤 오랜 기간을 거슬러갔다.

그리고 내가 뱉은 두 단어의 쓰임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사랑해라는 단어를 쓸 때, 나는 행복하기만 했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간절했던 마음이 더 컸다.

입에서 사랑해라는 말이 나올 때, 나는 갖지 못한 무언가를 갈망했다.


내 곁에 있는 이 사람과 만들고 싶은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나 말고 내 곁에 이 사람을 쏙 빼닮은 아이를 보고 싶다는 마음을.

내 등이 구부정한 나이가 되어 공원을 맴돌 때 내 곁에 네가 있기를 소원하는 마음을 담아 나는 너에게 말했다.


"사랑해"


이 말을 하며 나는 갖지 못한 것을 원하고, 소망하며, 갈구했다.

그래서 나에게 사랑해라는 아무것도 아닌 단어 하나는 내가 바라는 미래이자 꿈이었다.


그런 마음을 담다 보니 상대방에게 자주 말해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나는 내 잘못과 실수를 면피하기 위해서, 

작은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사랑해라는 말을 너무 아낄 필요는 없지만, 습관처럼 쓰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굳게 닫혀있는 입을 열고 나의 바람을 너에게 전한다.


"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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