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현 Nov 28. 2019

'관계' 2

아무것도 아닌 단어 하나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는 관계를 꿈꿨다. 승자와 패자, 갑과 을이 없는 그런 관계. 간혹  상대방만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고 자신은 상대에게 최소한의 노력만 기울이는 그런 관계를 추구하는 이도 있을 수 있겠지만, 냉정하게 보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한 때, 좀 더 솔직해지자면  꽤 오랜 기간 나는 나를 둘러싼 관계들이 불평등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름의 최선을 다하는데 비해 상대방은 그런 나에 비해 조금의 노력만을  기울이는 듯한 그런 느낌.. 그래서 억울하기도, 서운하기도 했다. 그래서 점차 나 또한 조금씩 덜 노력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상대방과 멀어다.


그렇게 멀어지면서도 나는 나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나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상대방에게 관계 단절의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그리고는 관계의 단절에 혼자 아파했다.


이런 패턴은 반복되었다. 친구와 동료뿐 아니라 연인까지도... 그러자 관계 단절의 원인을 계속 상대방에게 미뤄왔던 나의 시선은 서서히 나를 향했다. 처음에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았던 나의 과거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겼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기만 하면서도 행복한 사람, 나는 그게 나라고 믿었다. 진심으로 나는 내가 꽤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나는 내 생각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었고, 주기만 하면서도 행복해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웃으며 상대방에게 선물을 주고 돌아서며 대가를 바랐다. 물질적인 대가를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상대방이 나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기를 바랐다. 그러면서도 바라는 게 없다고 나를 합리화했던 것이다.


그리고 알게 된 한 가지.. 설사 명확히 불평등해 보이는 관계일지라도 내가 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나도 그 관계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것이다.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관계를 끊지 못하는 건, 내가 그런 관계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원한 것이다. 바꾸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으며 불평만 했던 나는 사실 그럴 자격조차 없었던 것이다.


나의 이런 미숙함으로 나를 떠난 이, 갑자기 내가 등을 돌려버린 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런 나의 미숙함에도 내 곁에 있는 이에게 진심으로 감시한다.

작가의 이전글 '자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